베트남 옌뜨 국립공원과 최악의 가이드



모두투어 베트남 옌뜨-하롱베이 상품의 첫 행선지는 옌뜨 국립공원이었다. 옌뜨사원이 있는 옌뜨국립공원은 하노이에서 하롱베이로 가는 중간에 위치하고 있다. 우리는 옌뜨 사원으로 가는 길에 쇼핑센터같은 휴게소를 한 곳 방문했다. 아베쎄휴게소라고 적혀있는 곳을 들렀는데, 쇼핑센터들이 으레 그렇듯이 품질에 비해 가격대는 높았다. 다람쥐똥커피(콘삭커피)나 G7커피도 팔고 있었다. 관광지를 오가는 길에 가이드는 유명 커피들은 다른 곳에서 사면 다 가짜인데,본인에게 사면 믿을만한 곳에서 사다줄 수 있다고 설명한다. 공항에서도 팔지 않으니 꼭 자기한테 사야하는데, 대신 1~2개씩 팔지는 않고 박스 단위로만 사니까 낱개 구매를 원하면 포기하라고. 가이드가 말하는 믿을만한 곳이 이 아베쎄 휴게소였다. 결론 만 말하면 나는 그에게 커피를 사지 않았다. 공항 기념품점에서 살 수 있을게 뻔하니까.(실제로 나는 공항 기념품점에서 낱개로 2상자만 사왔다.)

옌뜨사원 입구 근처의 식당에서 간단한 점심을 먹었다. 맛은 평범했지만 관광식당 치고 분위기는 나쁘지않았다. 테이블에 서빙되는 음식은 관광객의 취향에 맞게 적당히 조리되어 있다. 향이 강한 향신료는 배재되어 있었고 재료 또한 평범한 것이었다. 이곳에는 패키지 관광객이 끊임 없이 들어왔다. 패키지 인원별로 테이블에 앉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첫 의자부터 마지막 의자까지 꽉꽉 채워서 앉아야 하고, 그 과정에서 테이블 의자 수보다 인원이 많아서 다른 패키지팀의 의자에 끼어 앉는 일도 있었다. 그리 유쾌하지 않은 식사.

▲한국식 퓨전 요리?

▲한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식당이라 그런지 대장금의 OST를 연주해주기도 했다.

식사를 마친 뒤에는 걸어서 옌뜨 사원으로 이동했다. 이곳에서 문제의 가이드는 그 어떤 설명도 하지 않았다. 정말 어쩜 그렇게 일언반구 하지 않을 수 있는지 지금까지도 괘씸하고 괘씸하다. 덕분에 패키지에 참여한 모든 인원은 이곳이 어떤 곳인지 전혀 알 길이 없었고, 나는 학구열에 불타는 친정엄마를 위해 급히 인터넷 검색해서 간단히 설명을 드릴 수 밖에 없었다. 

자이완사원이라고도 불리는 옌뜨사원은 "뾰족탑의 숲"이라는 별칭이 있단다. 이곳은 세 명의 왕이 부처가 되어 산을 지킨다는 전설이 전해지는 베트남 불교의 대표적인 성지로 10여개의 사찰과 500여개의 사리탑이 있으며 부처님의 진신사리가 모셔진 사리탑이 있어서 유명하다고.

사원의 옆쪽으로 돌아 들어가면 옌뜨국립공원의 자이완사원으로 올라가기 위한 케이블카 타는 곳으로 이어진다. 케이블카는 산 중턱까지 이어져 있으며, 내려서는 도보로 관광하게 된다.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갈 때 내려다보인 풍경은 꽤 멋있었다. 해가 쨍쨍 내리쬐는 날이어서 그런지 케이블카 안에서 햇빛을 피할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행복했다.

케이블카에서 내린 뒤 나는 너무 황당해서 어떤 말도 내뱉기 힘들만한 상황을 마주했다. 가이드가 본인은 무릎이 좋지 않아서 여기에서 쉬고 있을 테니 여러분들은 베트남인 보조 가이드를 따라서 올라갔다 오라고. 물론 그 과정에서도 이 위에 뭐가 있는지, 그게 대체 뭔지 어떤 것도 설명해주지 않았다. 베트남 하롱베이 패키지는 대부분 60대 이상의 효도 관광으로 많이 추천하는 상품이었기에 당연히 패키지 구매자들의 연령이 높을 수 밖에 없다. 평균 연령이 65세 이상인 아줌마, 아저씨들은 무릎 관절이 남아 돌아서 가파른 계단을 네 발로 기어 올라가나보다. 본인 무릎이 좋지 않았다면 다른 코스를 맡아서 따라 갔어야 할 것이 아닌가 싶던 순간. 

가파른 돌계단을 보니 기가 찬다. 가이드가 동행하지 않아서 그 위에 뭐가 있는지 모르니 결국 꾸역꾸역 올라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고, 올라가보니 부처의 진사리가 모셔진 석탑이 나왔다. 이 석탑에 진사리가 모셔졌다는 것도 이 날의 일정을 마치고 인터넷 검색을 해서야 알게된 사실이다. 석탑 뒷편의 문을 지나면 베트남 고승들의 사리탑이 모셔진 곳이 나온다. 옌뜨가 뾰족탑의 숲으로 불리는 이유도 이렇게 뾰족한 사리탑들이 많기 때문이라고.

그리고 나는 또다른 계단 앞에 섰다. 계단의 갯수는 훨씬 늘었고, 하염없이 계단을 오르던 어머니들은 계단의 끝에 이르러서는 거의 네 발로 기어갈 정도로 지쳤다. 그 와중에도 가이드는 저 아래서 관절을 보호하고 있었고, 꼭대기에서 마주한 오래된 사찰이 무엇인지 그 누구도 알 수 없는 채로 옌뜨 국립공원 코스가 끝이 났다. 



안녕채영

Seoul / South Korea Travel blogger & Wri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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