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말랑말랑, 봄을 머금고 진해 벚꽃길을 걷다

사랑에 색깔이 있다면 분명히 벚꽃색일테다.

괜히 부끄러워 코끝이 간질간질해지고 숨이 가빠질만큼 가슴이 쿵쿵 뛰던, 어린날 풋사랑을 닮은 진해의 봄날.

거리에 익숙한 멜로디의 봄노래가 울려퍼지기 시작했다는 건 벚꽃을 만끽할 시기가 왔다는 뜻이다. 연분홍빛 꽃잎과 함께 찾아온 기분 좋은 설렘이 언제까지나 영원했으면 좋겠지만, 야속하게도 벚꽃은 찰나의 시간만을 머물다 떠나버린다. 짧아서 더 애틋한, 그래서 더 소중한 봄날을 즐기기 위해 봄꽃이 피는 주말이면 너도나도 손을 잡고 꽃놀이에 나선다. 

봄이면 진해는 벛꽃의 도시가 된다. 하얗게 피어나 연분홍빛으로 흩날리는 진해의 벚꽃은 단 한 번의 피어남만으로도 보는 이의 마음을 말랑말랑하게 녹여버리곤 한다. 

몇 년 전까지만해도 경화역을 지나치던 무궁화호 열차는 이제 더이상 이곳을 지나지 않는단다. 벚꽃길 사이로 빨간 기차가 들어오는 모습은 더이상 볼 수 없지만 꽃이 피는 동안만큼은 그때 그 모습을 떠올릴 수 있도록 기차가 들어와있을거라고. 

작은 내천을 가운데 두고 양 옆으로 어여쁜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여좌천. 경화역의 벚꽃이 소녀의 발그레한 볼을 닮았다면 여좌천의 벚꽃은 연지곤지 곱게 바른 새색시같은 느낌이다. 조금 더 농밀하고 화려하게 피어있는 여좌천의 벚꽃 ㅡ.

꽃길을 걸으며 벚꽃빵을 하나 베어무니 코 끝에 벚꽃향이 살랑살랑 걸렸다. 부드럽게 녹아 없어지는 앙금이 봄마냥 달콤했다. 

이렇게 또 한 번의 봄을 맞이했다. 입안 가득 봄을 가득 머금고 ㅡ.

안녕한가봄:)


안녕채영

Seoul / South Korea Travel blogger & Writer

    이미지 맵

    Korea/경상 다른 글

    이전 글

    다음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