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에 스며들다, 장수민사진관 런던스냅

뭐랄까 이건 약간 운명적인 일이었다. 재작년 프라하에서 웨딩스냅을 찍은 업체 런던지점의 작가님이 일을 그만두셨다고 해서 런던스냅을 포기하고 있었는데, 그 작가님이 마침 우리가 런던에 있을 때 다시 잠시 런던에 갈 계획이라고 블로그에 글을 올리신 것. 여행 경비는 어떻게든 줄이면 될 일이었다. 당장 촬영 가능일을 문의드렸다. 스냅 촬영이 가능한 날짜까지 모든 게 딱딱 맞아떨어졌다. 꿍과 상의도 하지 않고 예약금을 입금했다. 설득은 그다음 일이었다.

 "빅벤이 좋아, 아니면 타워브리지가 좋아?"

돈가스를 먹다가 아무 의미도 없는 척 짝꿍에게 물었다. 스냅 촬영 계약을 숨기려던 내 계획은 그의 빠른 눈치 앞에서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냉큼 불었다. 그리고 같이 촬영지를 정하기 시작했다. 사실 정하고말고 할 것도 없었다. 단 한순간만 담아야 하는 스냅이라면 일단 랜드마크 하나쯤은 들어가야 하는 법. 런던아이, 빅벤, 코벤트 가든, 피카딜리 서커스. 시간은 해가 부드러워질 늦은 오후. 

런던의 날씨는 참 변덕스러웠다. 해가 방긋 웃다가도 이내 회색빛으로 낯빛을 바꿨다. 우리는 오전에 타워브리지에 갔다가 다시 숙소에 들러 스냅 촬영용 옷으로 갈아입었다. 한국에서 가져온 옷은 얇기도 참 얇아서 런던의 변덕스러운 날씨를 견디기엔 역부족이었다. 런던에서 스냅을 찍어주신 장작가님은 찬바람에 꽁꽁 얼어가던 마음을 단숨에 녹여주셨다. 유쾌한 성격의 작가님은 스냅을 찍는 모든 시간 동안 우리를 기분 좋게 리드해주셨다. 유럽에서의 일정이 중반으로 흘렀을 때 부다페스트에서 다시 작가님을 만났다. 여러 가지 사정 탓에 오랜 시간 이야기를 나누지는 못했지만 참 반갑고 또 반가웠다.

사우스뱅크에서 작가님을 만나서 런던아이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빅벤으로 이동했다. 역시 빅벤은 빅벤이었다. 어떻게 찍어도 참 아름답다. 스냅을 찍기 전 작가님은 런던은 현란한 색깔의 옷보다는 톤 다운된 의상이 더 어울린다는 팁을 주셨다. 맞는 말이었다. 여기에서 알록달록한 캐주얼을 입었다면 우리가 원하는 분위기의 사진은 나오지 않았을 테다. 짝꿍이의 옷이 멋진 재킷이었다면 더 좋았을 텐데.

여행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와서 스냅 원본과 보정본을 받았다. 여성 작가님이 담은 감성은 참 말랑말랑했다. 부드럽고 로맨틱한 느낌의 사진이 참 마음에 들었다. 런던에서 찍은 스냅 사진도 차곡차곡 모아서 포토북으로 만들었다. 우리의 세 번째 스냅 앨범이다. 우리의 사랑과 설렘이 가득 녹아있는.

| 장수민사진관

런던스냅을 찍어주신 장장가님께서는 2016년 1월 1일부터 한국에서 스냅촬영을 하신다고 합니다.

- 홈페이지: http://www.jangsumin.com

- 블로그: http://blog.naver.com/iseuq

안녕채영

Seoul / South Korea Travel blogger & Wri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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