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여행을 준비하며 가장 잘한 일을 하나만 꼽아보라고 한다면 고민할 것도 없이 대답할 수 있다. "베르너 오버란트 패스Berner Oberland Regional Pass를 산 거예요"라고. 스위스에 다녀온 지난 9월은 물론이고 지금까지도 이 패스에 대한 정보는 가이드북이나 국내 포털사이트에서 쉽게 구하기 어렵다. 그만큼 흔하게 선택받는 패스는 아니다. ※론리플래닛 스위스에 짧게 소개되어 있음
융프라우가 포함된 베르너 오버란트 Berner Oberland 지역에서 4일~10일 정도 머물면서 샅샅이 구경할 계획이라면 이 패스의 효율은 굉장히 뛰어나다. 패스가 커버할 수 있는 대표 도시는 인터라켄, 루체른, 바젤, 베른이 대표적이고 조금 멀리는 몽트뢰와 브리그까지 가능하기 때문에 인터라켄을 거점으로 그 주변을 둘러보는 일정을 만들 수 있다.
| 베르너오버란트 패스 판매처 및 사용방법
베르너오버란트 지역에 속한 대부분의 기차역과 취리히/제네바/바젤 공항역에서 구입할 수 있다. SBB홈페이지에서 미리 구입한 뒤 티켓을 프린트하거나 한국까지 유료로 배송받을 수도 있다. 역에서 직접 구입할 경우 현금과 카드 모두 사용할 수 있다. 나는 콜마르~바젤 구간은 슈퍼세이브 티켓을 사용했고 바젤역에서 베른까지는 구간권으로 이동한 뒤 베른역에서 베르너오버란트 패스를 구입, 패스를 바로 개시해서 숙소가 있는 브리엔츠역까지 이동했다.
패스에는 사용 기간이 프린트되기 때문에 패스를 구입할 때 개시할 날짜와 며칠짜리 패스를 원하는지 말해야하고, 패스를 받은 뒤에는 서명을 해야한다. 패스에 사용 기간이 명시되어있으므로 따로 펀칭하지 않아도 되며, 구입한 패스의 등급에 맞는 열차칸에 자유롭게 탄 뒤 검표원에게 패스를 제시하면 된다.
| 베르너오버란트 패스 가격
성인 기준 4일권 CHF240/6일권 CHF300/8일권 CHF340/10일권 CHF380이다. 스위스 트래블 패스나 스위스 하프 페어 패스, 스위스 트랜스퍼 티켓 콤비 등이 있다면 추가로 할인을 받을 수 있지만 대부분 스위스에서는 하나의 패스+구간권 조합으로 이동하는 것을 고려해보면 할인은 그저 무늬일 뿐이다.
소셜커머스에서 스위스패스 2등석 4일권 연속티켓을 구매할 경우 한화 30만원 전후. 오늘자 스위스 프랑 환율 기준으로 변환했을 때 베르너오버란트 패스 가격은 약 29만원이다. 스위스패스를 구입할 경우 리기산과 루체른 호수 유람선을 탈 수 있으며 베르너 오버란트 지역 밖으로 이동할 수 있어서 체르마트 등을 함께 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베르너 오버란트 패스는 해당 권역의 대부분의 산악열차와 케이블카 등이 무료또는 높은 할인율을 제공한다는 장점이 있다. 다른 산에는 관심없이 융프라우, 피르스트, 뮈렌, 하더클룸만을 갈 생각이라면 동신항운 융프라우VIP패스가 낫다. 또, 유스권을 구입할 수 있는 나이라면 조금 더 철저하게 가격 효율 비교를 해야할 것이다.
| 베르너오버란트 패스의 혜택
사실 베르너오버란트 패스의 매력은 가격 경쟁력이나 융프라우 할인 같은 것에서 오는게 아니다. 이 패스의 진짜 매력은 비슷하거나 약간 적은 금액을 투자해서 남들과는 조금 더 '마이너'한 여행을 설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패스가 가장 필요한 사람은 결국 패스의 가격 효율만을 따지는 사람이 아니라 '융프라우가 가장 유명하니까 거기는 꼭 가야할 것 같은데 한국 사람들이 많이 가지 않는 그런 곳도 가보고 싶고, 그런데 큰 돈을 투자하기는 부담스러운' 사람이다.
노선에 따라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커버 영역 상의 SBB 열차는 패스 기간내 무제한 무료로 탑승할 수 있다. 또 튠 호수와 브리엔츠 호수의 유람선도 무료다(루체른 호수는 해당없음). 이 지역 여행을 계획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궁금해 할 융프라우 산악열차의 할인율은 생각보다 높지 않다. 2015년 시즌까지만 하더라도 클라이네 샤이덱-융프라우 구간의 할인이 50%였는데, 올 시즌에는 25%로 확 줄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패스 유효기간 내에 몇 번이라도 클라이네샤이덱까지 올라가서 융프라우 날씨가 맑은지 흐린지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은 여전히 매력적이다. 융프라우가 흐리면 쿨하게 돌아 내려와 다음 기회를 노려도 되니까.
■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시설 ▶더 많은 무료 이용 시설 보기
- 튠호수/브리엔츠 호수 유람선 ※CHF10으로 1st 클래스 업그레이드
- 쉬니게 플라테 Schynige Platte
- 하더쿨룸 Harder
- 핑스테그 Pfingstegg ※로델반 1회 무료
- 그린델발트 피르스트 Grindelwald First
- 그린델발트 멘리헨 Männlichen
- 벵겐~멘리헨 Wengen Männlichen
- 라우터브룬넨 뮈렌 산악열차 Lauterbrunnen Mürren
- 알멘드 후벨 Allmendhubel ※뮈렌
- 브리엔츠 로튼호른 반 Brienz Rothorn Bahn
- 베른 공항버스334
- 니센 Nisen
- 와쉬넨 호수 Oeschinensee ※로델반 1회 무료
- 소렌버그 브리엔저 로튼호른Sörenberg Brienzer Rothorn
- 슈테첼베르크 Stechelberg ※쉴트호른 갈 수 있음
- 슈톡호른 Stockhorn
- 니더호른 Niederhorn ※트로티바이크 렌탈료 50%할인
- 블라우제 호수 Blausee
융프라우 할인은 줄었지만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이 꽤 많아서 입맛에 맞게 고르는 재미가 있다. 달리 말하면 패스값을 뽑기 위한 선택지가 많다는 말도 된다. 날씨가 좋다면 융프라우 지역 중심에 위치한 멘리헨Männlichen도 가볼만하다. 참고로 멘리헨은 스위스패스로는 50%할인밖에 받지 못하는 지역이다. 또 와쉬넨 호수나 블라우제 호수는 산에 올라가기 애매한 날씨에 가기 좋다. 비오는 날 스위스패스로 가기 좋은 로이커바트는 갈 수 없지만 대신 아델보덴에 갈 수 있는 것도 장점.
베르너 오버란트 패스를 사용한 곳 중에서 특히 기억에 남는 곳은 로델반을 타고 신나게 산을 내달릴 수 있었던 핑스테그Pfingstegg와 브리엔츠 로튼호른을 오르는 증기열차 로튼호른 반이다. 로튼호른 반은 티켓 가격이 꽤 높은 편이라 이 패스가 아니었으면 절대로 타지 않았을텐데, 증기 열차를 타고 올라가며 보는 브리엔츠 호수의 모습이 정말 아름다웠다. 날씨가 좋을때는 정상의 역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소렌버그를 오갈 수도 있어서 더 재미있는 코스를 만들 수 있다.
주의! 시설마다 개장 기간과 시간이 다르므로 홈페이지에서 반드시 미리 운행 여부를 확인해야한다.
■ 베르너오버란트패스 소지자 50% 할인 제공 ▶ 더 많은 할인 제공 시설 보기
- 엥겔베르그 브루니 Engelberg Brunni
- 그린델발트 버스
- 루체른~엥겔베르그 익스프레스 Luzern-Engelberg Express
- 티틀리스 Titlis
- 쉴트호른 Schilthorn
- 아델보덴 엥스틀리겐알프 Adelboden Engstligenalp
- Brig-Andermatt-Göschenen 노선 열차
- 휘에시 에기스호른 Fiesch Eggishorn
- 로이커바트 겜미 반 Gemmi Bahnen Leukerbad
- 그스타드 글래시어3000 Gstaad Glacier3000
- 사넨~몽트뢰 골든패스라인 Saanen~Montreux Goldenpass Line
■ 베르너오버란트패스 소지자 20~35% 할인 제공
- 클라이네 샤이덱~융프라우 ※구간티켓 25%할인
만약 티틀리스를 갈 때는 패스를 사용해서 루체른까지 이동한 뒤 루체른~엥겔베르그를 50% 할인된 가격으로 이동하면 된다. 티틀리스 왕복 티켓은 50% 할인된 가격인 CHF44.5에 구입할 수 있고 아이스플라이어 구입시 CHF12가 추가된다(스위스패스와 가격 동일). 또 티틀리스에 문의한 결과 인터넷이나 가이드북에서 구할 수 있는 스위스-유레일-인터레일패스 소지자 대상 티틀리스 기념품 쿠폰도 동일하게 사용할 수 있다.
정답은 없다. 내가 여행하려는 스타일에 맞는 목적지를 결정하고, 일정을 만든 뒤 각각의 패스를 비교해서 하나를 골라내는 것은 결국 각자의 몫이다. 인터라켄까지 가서 융프라우를 가지 않을 수도 있고, 오직 융프라우 하나만을 보고 떠날 수도 있는 거다. 단 한가지, 고민을 거듭한 뒤 베르너오버란트 패스를 구입하기로 했다면 여유로운 마음으로 베르너 오버란트 지역 구석구석을 둘러보며 스위스의 매력에 흠뻑 젖어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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