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자스 와인 가도 여행, 상큼한 포도향이 폴폴~ (Route des Vins d' Alsace, alsace wine route)

‘와인 없는 식탁은 꽃이 없는 봄과 같다’  -프랑스 속담

프랑스 사람들의 와인 사랑은 각별하다. 그들에게 와인은 역사이자 문화이며 인생의 동반자다. 그래서 프랑스 곳곳의 ‘와인 가도’를 둘러보는 건 프랑스의 문화를 즐기는 것과 같다. 알퐁스 도데(Alphonse Daudet)의 소설 ‘마지막 수업’의 배경지인 알자스지방(Alsace)의 ‘와인 가도(Route des Vins d' Alsace)’는 독일과 프랑스의 전통이 혼재되어있는 알자스 문화와 훌륭한 화이트 와인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여행 코스다.

리크위르의 풍경

알자스 와인의 82%가 화이트 와인이다

북쪽의 마를랭(Marlenheim)에서 시작한 길은 보쥬산맥 구릉지를 따라 남쪽의 탠(Thann)까지 이어진다. 170km의 길 중간 중간에는 콜마르(Colmar), 오베르네(Obernai), 리보빌레(Ribeauvillé), 위나비르(Hunawihr), 리크위르(Riquewihr) 등 중세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아름다운 전원 마을과 포도밭이 자리하고 있다. 포도가 탐스럽게 익어가는 9월은 알자스 와인 가도를 즐기기에 가장 좋은 시기다. 와인 가도를 제대로 즐기려면 일주일 정도 시간을 할애해야 하지만, 분위기를 즐기기에는 하루 이틀도 충분하다. 와인 가도의 마을 중 콜마르(Colmar)와 리보빌레(Ribeauvillé), 리크위르(Riquewihr)를 둘러보았다.

알록달록한 목조건물과 운하가 어우러지는 풍경이 환상적이다

콜마르는 자유의 여신상 조각가 바르톨디(Bartholdi)의 고향이다

| 동화 속 마을처럼, 콜마르 Colmar

스트라스부르(Strasbourg)에서 반나절 정도 코스로 짧게 다녀가는 콜마르지만, 와인 가도 여행에서만큼은 콜마르가 주인공이다. 콜마르(Colmar)는 알자스 와인 가도가 시작되는 곳이다. 알자스 와인 가도 투어 프로그램이나 근교의 와인 생산지를 오가는 차량 대부분이 이곳에서 출발한다. 콜마르는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애니메이션 <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배경으로도 유명하다. 노랑, 파랑…. 알록달록 선명한 색의 집들 사이에 서 있으면 꼭 애니메이션 속 한 장면에 들어온 것만 같다. ‘작은 베니스(Petite Venise)’는 콜마르 여행의 하이라이트다. 과거 알자스의 포도를 실어 나르는 배가 지나다니던 운하 주변으로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알자스 식 건물이 늘어서 있어 아름답다. 작은 나룻배를 타고 30분 동안 운하 주변을 둘러보는 보트 투어에 참여하면 이국적인 유럽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다. 

꼬마열차를 타면 근교의 위나비르까지 둘러볼 수 있다.

슈거파우더를 뿌린 쿠글로프는 고소하고 달콤하다

| 시간이 멈춘 중세마을, 리보빌레 Ribeauvillé

콜마르 기차역 앞에서 출발하는 106번 버스는 리크위르(Riquewihr)와 위나비르(Hunawihr)를 거쳐 리보빌레(Ribeauvillé)까지 이어진다. 마을 곳곳에는 중세시대 영주들이 방어를 위해 지은 성벽과 탑, 성채의 일부가 그대로 남아있다. 마을 외곽에는 포도밭이 드넓게 펼쳐져 있다. 버스 정류장 옆에서 출발하는 꼬마열차를 타면 포도밭과 위나비르를 둘러볼 수 있다. 가격은 성인 기준 €6.5. 한국어 오디오 가이드는 제공되지 않는다.

마리 앙투아네트가 즐겨 먹었다는 쿠글로프(Kouglof)는 리보빌레에서 꼭 맛봐야 할 빵이다. 세 명의 동박 박사가 예루살렘에 가는 도중에 리보빌레의 한 도자기 장인의 집에서 하룻밤 묵은 후 답례로 만든 것이 쿠글로프라는 설이 있다. 왕관 모양의 빵은 아몬드와 건포도를 넣어 느끼하지 않고 담백하다. 

리크위르는 <프랑스의 가장 아름다운 마을들>에 선정된 마을이다

와인을 시음하고 싶다면 'Degustation'을 기억하자

| 알자스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 리크위르 Riquewihr

생산되는 와인의 82%가 화이트 와인일 정도로 알자스는 화이트 와인 양조에 전념하는 와인 산지다. 과거 프랑스 왕족들이 이곳의 와인을 특별히 공수해 마셨을 정도라고 하니 평소 레드와인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알자스 와이너리의 진주’ 리크위르에서는 화이트와인을 즐겨볼 것. 리크위르에는 알자스 와인을 무료로 시음하고 바로 살 수 있는 가게가 많다. 가게나 카브 앞에 ‘Degustation’ 사인이 있다면 시음을 할 수 있고, ‘En vente directe’라는 사인이 함께 있다면 와인을 판매한다는 뜻이다. 알자스를 대표하는 와이너리인 Hugel&Fils에는 한국어로 된 설명서도 비치되어 있다. 

리크위르는 작은 마을이지만 한집 건너 한집이 미슐랭 가이드에 소개될 정도로 미식이 발달한 곳이기에 알자스식 화덕피자인 타르트 플람베(Tarte flambee)나 절인 감자와 소시지에 절인 양배추를 곁들인 슈크르트(Choucroute)와 같은 알자스 전통 요리를 맛보기에 적절하다. 이곳의 레스토랑에서는 대부분 콜키지 비용을 받지 않는다. 마음에 드는 와인을 발견했다면 한 병 사서 그날의 식사에 곁들여보자. 

알자스 와인은 와인병의 목이 가늘고 길다

리슬링(좌)과 게뷔르츠트라미너(우)

| 알자스 와인

알자스 와인은 신선한 과일향이 풍부한 편으로, 목이 가늘고 긴 병을 사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일반적으로 7종 이상의 품종을 재배하는데, 그 중 리슬링(Riesling), 게뷔르츠트라미너(Grwurztraminer), 뮈스카(Muscat), 피노그리(Pinot gris)가 가장 대표적이다. 특히 화려한 꽃향기와 열대과일 향이 강하게 올라오는 게뷔르츠트라미너는 아시아 음식과 잘 어울리는 데다가 생산량이 많지 않기 때문에 알자스 와인 가도를 여행하며 한 번쯤 꼭 맛보아야 할 품종이다.

알자스 지방의 AOC로는  AOC 알자스(AOC Alsace), AOC 알자스 그랑 크뤼(AOC Alsace Grand Cru) ,AOC 크레망 달자스(AOC Crement d'Alsace) 등이 있다. 알자스에서는 AOC 와인이라도 상표에 포도 품종을 기재하고 있으며, AOC 알자스 그랑 크뤼 는 리슬링, 게뷔르츠트라미너, 피노 그리, 뮈스카 4품종으로만 만들 수 있다. 알자스 와인 중에서 방당주 타르디브(Vendanges Tardives, VT) 와인은 수확기를 2주 정도 늦춰 과숙시킨 포도로 만드는 농도 짙은 와인이고, 셀렉시옹 드 그랭 노블(Selection de Grains Nobles, SGN)은 귀부병(겨울쯤 수확하는 포도 겉면에 곰팡이가 생기는데 이 곰팡이가 고급 화이트 와인 특유의 단내를 낸다)에 걸린 포도를 손으로 일일이 따서 수확한 뒤 만드는 고급 와인이다.


안녕채영

Seoul / South Korea Travel blogger & Wri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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