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샤먼 구랑위의 맛대맛!



 

| 두루미잔과 팝콘


구랑위의 관광지를 다 돌아보고, 인형극 공연까지 보고 나오니 어느새 시간이 오후 5시가 훌쩍 넘었다. 섬의 맞은편 부분을 돌아보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웠던 나와 올케언니, 그리고 조카는 선착장 앞의 그 전기차를 타고 섬을 일주하기로 했다. 하이티엔탕고우에서 전기차가 있는 선착장쪽으로 걸어내려가다보니 신기한 음식들을 많이 팔고 있었다. 그때까지도 변변히 먹은 것이 없었기에, 전날 저녁부터 유심히 봐 두었던 요상스럽게 생긴 음료를 한잔 사먹어보기로 마음먹었다. 두루미잔같기도 하고, 트로피 같기도 한 모양의 컵.. 아래는 밀크티, 위에는 팝콘이다. 아무리 봐도 요상스런 모양새.. 이건 분명히 중국에서 만들어진 형태가 아닐 것이다!라는 느낌에 물어보니 이것도 역시나 대만에서 물건너온 것이라고 한다. 맛있어보이고 신기해보이는건 모두 다 대만에서 온 것이라고 하니, 새삼 대만이 가고 싶어졌다.

 

 

 

의 종류, 팝콘의 맛,밀크티의 맛을 선택하면 각각에 알맞은 모양으로 만들어준다. 나는 커다란 우승컵처럼 생긴 잔에 코코넛맛 밀크티, 치즈맛 팝콘을 선택했다. 직원들은 김이 뿌려진 팝콘을 추천했는데, 한알 먹어보니 진짜 이건 아니다 싶어서 무난하게 치즈맛으로 골랐다. 물론 이 치즈맛 팝콘도 색깔이 굉장히 비호감스러운 주황색이라 망설여지긴 했다. 팝콘이 들어가는 둥그런 부분 아래까지 밀크티를 채운 뒤, 밀크티와 팝콘이 섞이지 않도록 빨대를 끼운 마개로 중간 부분을 막는다. 모양이 웃기기도하고.. 효율적으로 보이기도 하고..  가격은 1잔에 15원으로 참 착하다. 이 컵을 들고 선착장쪽으로 걸어가니 배에서 갓 내린 사람들이 눈이 휘둥그레져서 날 쳐다본다. 나는 맛있다는 표현으로 컵을 살랑살랑 흔들며 웃음으로 답해줬다.

 

 

 

| 전기차 타고 구랑위 한바퀴!


전기차의 가격은 1인당 50원이다. 중간중간 내리고 싶은 곳에 내려 구경을 한 뒤, 다음에 오는 차에 올라타면 되는 시스템인데, 마지막차라고 중간에 내릴 수 없다고 한다. 그렇다고 해서 가격 할인이 있는 것도 아니다. 아... 이럴줄알았다면 아침부터 그냥 탈 껄....한바퀴 도는데 50원을 꼬박 다 지불해야한다는 것에서 잠시 고민을 했지만, 내가 언제 이 곳에 다시 올까 싶어서 타기로 마음을 먹었다.

 

 

 



구랑위 선착장을 지나 섬의 오른편으로 달리기 시작한 전기차.. 시원한 바다바람을 맞으며 노을을 보며 드라이브를하니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섬 왼편의 개발된 모습과는 또 다른 멋이 느껴진다. 고기잡이 배들이 떠있는 한적한 시골 어촌 마을의 느낌. 해안도로를 따라 달리는 중간중간 기사 아저씨가 앞에 보이는 건물에 대해 간단히 설명을 해준다. 이건 미국 대사관.. 저건 무슨 대사관.. 내게 시간이 조금 더 주어졌다면 직접 가보고 싶었다. 언젠가.. 언젠가 구랑위에 다시 오게 된다면 그 때는 꼭 이 길을 천천히 걸어보리라! 여행객들이 다니는 구랑위선착장 이외에도 화물들이 다니는 선착장,  예전 노예들만 수송했다는 선착장 등 많인 곳들이 있었다. 시원한 바다바람을 맞으며 노을을 보며 드라이브를하니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섬을 일주하고 다시 선착장으로 돌아가는 길.. 일광암과 숙장화원을 지나는데 아침에 내가 한참 헤메던 그 길을 전기차를 타고 달리고 있자니 괜히 심술이 난다.





| 아기자기한 숍이 가득! 구랑위 쇼핑거리


섬 일주를 마치고 간단히 요기를 하기 위해서 구랑위 쇼핑거리로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구랑위의 별미를 놓칠수는 없지..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말이 있지만, 눈길을 잡아끄는 장소가 있으면 배고픔을 잠시 미뤄둘 수 있을 것만 같다. 구랑위의 카페와 기념품가게에서는 이런 메모집같은 것을 판매하는데, 바로 유명하고 예쁜 가게들의 사진과 간단한 약도가 그려진 메모지다. 그리고 이 곳에 소개된 가게에 가면 해당 메모지에 가게마다 구비된 스탬프를 찍을 수 있도록 되어있다. 일종의 카페 스템프 투어?인데 이것도 대만쪽에서 건너온 문화라고 한다. 가격은 15원.




 



아기자기한 소품들을 팔고 있는 구랑위 기념품샵. 기념품샵에서 파는 물건들은 거기서 거기였지만, 가게의 분위기는 각기 다른 개성을 가지고 있었다. 빨간 우체통이 인상깊던 한 가게에서..대만쪽에서 고체 향수가 유행인건지 아니면 대만의 고체 향수가 유명한건지 모르겠지만 구랑위에는 이렇게 대만식 고체향수를 파는 가게들이 많이 있다. 살짝 안에 들어가서 구경을 했는데, 향비누와 같은 것들이 많이 보인다 가격은 싼 것 부터 비싼것(300원이상)까지 천차만별. 문제는 가게 안에 가득찬 코를 찌르는 향기.. 비염이 심한 나는 잠깐 들어갔다 나오는 사이에 코가 꽉 막혀버렸다.



 

목각인형, 수공예품을 파는 가게부터 예쁘게 단장한 카페가 길을 따라 가득하다. 지나가다보니 예쁘게 단장한 티샵이 나타났다.  중국에서 차를 파는 곳은 천복명차밖에 보지 못했던 터라 눈길을 잡아 끈다. 예쁘고 세련되게 꾸며진 내부.. 안타깝게도 내부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 있다. 중국차는 보통 중국풍의 케이스나 진공 포장된 형태로 많이 판매되는데, 이곳의 차들은 각기 다른 색상의 라벨이 붙은 동그란 알루미늄통에 담겨있다. 피부 미용에 좋다는 푸저우산 홍차를 추천받아서 25원에 하나 구입했다.

 

 

 

티 샵에서 나와 걷다가 아무리봐도 일본스러운.. 기모노를 입고있는 여자아이 모양의 것들을 발견했다. 이건 뭘까.. 가까이 가서 살펴보니 우산이었다. 인형 머리를 돌려서 잡아 빼면 우산이 나온다. 물론 우산은 누가봐도 중국산이 티나는 허접한 퀄리티. 주제에 가격은 1개에 60원씩이나 한다.

 



 


| 구랑위 미식거리 맛vs맛


몇군데 가게를 둘러보다보니 정말로 이젠 배에 뭐라도 채워 넣지 않으면 길바닥에 쓰러질 것만 같은 상황까지 왔다. 배고픔에 배가 아플 지경.. 그 때 눈에 띈 것이 바로 이 가게! 어제 구입했던 구랑위 지도에서 추천 맛집으로 되어있는 장소였다. 이 곳을 지날 때마다 항상 사람들이 바글바글해서 사먹어 볼 엄두를 내지 못했었는데 어쩐일로 텅텅 비어있었다. 생선으로 만든 완자탕을 파는 곳인데, 1그릇에 10원이다. 육수가 마치 고기육수 같은 맛으로 느끼하거나 비리지 않고 깊은 맛이 우러나서 끝내주게 맛있다.

 

- 原巷口鱼丸铺 : 鼓浪屿龙头路62号 



 


 

직진해서 쭉 걷다보니, 또 대만식 음식을 파는 곳이 나온다. 이곳은 체인점이라고 하는데.. 통감자에 이것저것 재료를 넣어 만드는 듯 싶다. 완자 1그릇으로는 배가 차질 않으니 이것도 하나 먹어보기로 했다. 앞에 놓여진 주문종이에 알아서 메뉴를 체크하고 돈을 내면, 감자에 햄, 망고,옥수수,오이 등을 올린 뒤 망고소스를 뿌려서 준다.처음에 멀리서 봤을 때는 저 주황빛 도는 소스가 체다치즈인줄 알고 주문을 넣었는데,천천히 다시 살펴보니 망고소스였다. 통감자+오이+브로콜리+옥수수+망고소스... 맛이 있는 것도 아니고 맛이 없는 것도 아닌데 묘하게 중독되는 맛. 기념으로 1번 먹어보면 괜찮지만 굳이 추천하고 싶지는 않은 맛이다.







골목 골목 지나다니다보니 다리도 아파오고 어딘가 자리를 잡고 앉아서 배를 채우고 싶어졌다. 때마침 바로 눈에 띈 것이 싱싱한 해산물! 각종 신선한 해산물들을 바로 철판에 구워주는 집이었다. 가리비, 오징어부터 증기로 찐 듯한 게도 있었는데, 잘라진 단면을 보니 알이 꽉 차있었다. 올케언니에게 주문을 맡기고 조카와 함께 가게 안쪽 테이블에 앉았다.


순식간에 차려진 한 상.. 가리비 2개, 키조개 1개, 오징어 3개, 게 1마리. 다 해서 7-80원정도 했다. 칭다오 1병과 함께 저녁식사 삼아서 먹는데, 이런 꿀맛이 따로 없다.

 



 


해산물 가게에서 식사를 마친 뒤 길을 따라 걷다보니 또 한 가게에 사람들이 길게 줄을 늘어서있다. 구랑위 별미 중 하나인 굴전을 파는 곳.. 앞에 이런저런 신문/방송에 나간 모습들이 붙어있다. 동그란 철판에 을 넣고 익히다가 계란물을 위에 부어 함께 익힌 것에 오이를 얹고 정체불명의 붉은 소스를 뿌려서 먹는 것. 굴이 크고 싱싱해보이길래 배는 부르지만 일단 1그릇 주문을 해봤다. 가격은 1그릇에 8~10원정도.

 

노랗고 빨갛고.. 먹음직스러운 모양에 점점 맛이 기대가 된다.. 그런데!! 아.. 굴 비린내..마구마구 씹히는 돌..ㅠㅠ 결국 한 입 먹고 버릴 수밖에 없었다. 운이 없었던 걸까 아니면 그냥 원래 맛이 이런걸까? 확실한건 내 취향은 전혀 아니라는 것!

 

 

  

 

굴전때문에 미식거리는 속을 가라앉히기 위해 걷다보니 이상한 물건이 눈에 띄었다. 고양이가 매달린 병에 그려진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인물들.. 아! 북쪽에 살았던 바로 그 부자구나! "김형도 배표를 샀다"라는 글씨도 적혀있는걸 보니 헛웃음이 난다. 도대체 이 가게는 뭐하는 가게인 것인가! 하는 생각으로 옆 가게를 보니, 고양이가 매달린 병들이 한가득 진열된 음료수 가게였다. 





 

이 가게는 15원을 주고 밀크티를 1잔 사면, 고양이가 매달린 도자기 병을 1개 준다호기심에 밀크티를 1잔 주문해본다. 으.. 맛은 없다. 밀크티에 1+1로 받은 고양이가 매달린 도자기병.. 가게 안에 비치된 마카로 자유롭게 꾸밀 수 있다물론 본인의 미적 감각과 손재주에 따라 완성된 병의 퀄리티는 달라지게 된다 . 난 비루한 손재주와 감각을 지녔기에 조금 건드려 보다가 확 망해버렸고, 7살짜리 조카에게 마카를 넘겼다 ㅋㅋ 이건 내가 망친게 아냐.. 조카 니가 그린거야..ㅋㅋ라는 핑계를 둘러대며...


 

 

쇼핑거리를 다 둘러보고나니 어느새 시간이 9시를 넘어가고 있었다. 느글거리는 속을 달래기위해 맛있어보이는 아이스크림을 하나 사먹기로 했다. "맛있어보이는"의 기준은 "대만식"또는 "대만산"이라는 표현이 들어간 것이었다. 대만산 아이스크림이라는 종이를 보고 골라 집어든 꽃 모양 아이스 크림. 역시 실패하지 않았다. 완전 진~~한 초콜렛 풍미가 느껴지는 아이스크림. 25원이라는 어마어마한 값이 아깝지 않을 정도였다.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입에 물고 윤도항으로 돌아와 중산로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아침부터 걸어다녀서 다리가 퉁퉁 부었기에 중산로 중간쯤에 있는 허름한 마사지 샵에서 60원에 발 마사지를 받고 숙소로 향했다. 오늘 묵을 숙소는 윤도항에서 도보로 20분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凯利莱酒店이었는데, 등급이 있는 호텔이 아니라 그냥 무난했다. 이 곳을 숙소로 정한 이유는, 온라인으로 예약이 가능했다는 것과 다음날 가기로 예약한 토루투어 여행사에서 이곳으로 픽업을 오겠다고 한 것이다. 물론 지금와서는 왜 그랬을까 싶기도 했지만.. 어쨌거나 내부는 생각보다 깨끗하고 잘 되어있었다.

 

피곤이 몰려오는 샤먼 여행 2일차 저녁이 저문다.

내일은 이 곳 샤먼으로 여행을 온 가장 큰 목적인 토루에 가는 날. 벽에 걸린 토루 그림을 보며 둘째날 여정을 마친다!

 


안녕채영

Seoul / South Korea Travel blogger & Wri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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