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우리 둘만을 위한 파리, A paris파리스냅

신혼여행이 아니고서야 유럽에서 거금을 들여 스냅사진을 찍는다는 건 망설여지는 일일 테다. 우리도 그랬다. 결혼 후 알뜰살뜰 모아서 떠나는 한 달간의 유럽여행이었기 때문에 하고 싶은 것과 참아야 할 것을 구분 짓고 지키는 것이 중요했다. 스냅사진은 참아야 할 것에 가까웠다. 하지만 이미 신혼여행 때 스냅 사진의 맛을 알아버린 우리에게 유럽에서의 스냅사진이란 건 참아야만 하지만, 절대로 참을 수 없는 유혹 같은 것이 되어버렸다. 다행히 통장의 잔고가 박살 나기 전에 기쁜 소식이 날아들었다. 파리 스냅 업체 A:paris[어 파리스]의 무료촬영 이벤트에 당첨된 것이다.

우리는 파리를 떠나는 날 사진을 찍었다. 촬영코스는 에펠탑 주변과 생제르맹 거리로 정했다. 너도나도 찍는 에펠탑 앞 스냅사진이지만 막상 스냅사진을 찍으려고 보니 에펠탑만 한 곳이 없었다. 생제르맹 거리는 에어비앤비 체크아웃을 위해 빠르게 숙소로 이동해야 하는 동선을 고려해서 넣었다. 우리는 에펠탑에서 인생샷을 남기기 위해 이전 3일 동안 에펠탑 앞에서는 단 한 장의 사진도 찍지 않았다. 야심찬 계획과 강한열망. 날씨도 맑았고 스냅 작가님도 참 좋았다. 모든 것이 완벽했지만 문제는 여독이 오르기 시작한 우리였다. 그날의 가장 예쁜 부분이 '발'이었을 정도로 몰골이 말이 아니었는데, 그래서 1g의 예쁨을 찾아 사진에 담아준 작가님께 더욱 감사할 따름이다. (심지어 그날 작가님은 자전거 사고로 응급처치만 간단히 하고 나오셨다.)

| 파리는 에펠탑이 다 하잖아요?

해가 막 떠오를 때의 에펠탑은 낮에 봤을 때보다, 밤에 봤을 때보다 더 아름다웠다(사실 낮의 에펠탑은 조금 구리기까지 했었다). 이른 아침 에펠탑 주변에는 우리처럼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과 부지런한 몇몇 사람을 제외하고는 사람을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북적이는 관광지에서 사진을 찍는다는 느낌이 아니라 파리의 낭만에 녹아드는 느낌이었달까. 촬영 초반, 작가님은 테스트샷을 찍어 우리에게 보여줬다. 오마이 갓, 우리 뒤에 에펠탑 하나 있을 뿐인데 분위기가 장난이 아니다. 

결국 우리는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많은 컷을 에펠탑과 함께 했다. 멀리서 보는 에펠탑, 아래서 보는 에펠탑, 옆에서 보는 에펠탑, 다리 건너서 보는 에펠탑까지. 정말 질리도록 보고 찍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고 그래야만 했다. 그 순간 거기서 에펠탑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지 않는다는 건 어쩐지 죄를 짓는 느낌이었으니까. 신기한 건 그렇게 많이 찍었는데 사진 속 에펠탑이 주는 느낌이 다 다르다는 것. 역시 파리는 에펠탑이 다 하는 게 맞다. 두 번 맞고 세 번 맞다.

| 오직 나만을 위한 파리

에펠탑 주변 촬영은 에펠탑이 보이는 트로카데로역에서 시작해서 에펠텝 아래를 지나 비라켕(Pont de Bir-Hakeim) 다리까지 이어졌다. 그리고 나서 지하철을 타고 생제르맹 거리(Boulevard Saint-Germain)로, 다시 걸어서 뤽상부르크 공원(Luxembourg garden)으로 이동했다. 그동안 우리는 파리의 연인이 되어 사진을 찍었다. 헤어졌다가 오랜만에 만난 연인도 되어보고, 풋풋한 커플이 되어 생제르맹 골목을 걷어보기도 했다. 외국에서 스냅사진을 찍는다는 건 오롯이 내가 주인공인 시간을 누리는 것이다. 내가, 우리 둘만을 위한 파리를 느끼고 누리는 특별한 경험이랄까. 

그래서 나는 여행 스냅이 좋고, 누구에게나 권하고 싶다. 사진을 찍는 순간도, 순간이 담긴 사진도 모두 특별하게 남을 테니까. 파리나 프라하같은 낭만적인 도시에서라면 더 고민할 것도 없다. 우리는 이날 찍은 원본 중에서 마음에 쏙 드는 사진을 스무 장 남짓 골라내서 포토북을 만들기로 했다. 다음 주 정도면 멋진 사진집이 되어 우리집 책장에 예쁘게 자리 잡겠지. 파리의 낭만을 선물해준 A paris 파리스냅 작가님께 다시 한번 감사를!

| A paris 파리스냅

홈페이지: http://www.aparis.co.kr/

블로그(파리스냅 무료촬영 이벤트): http://blog.naver.com/a_pariss/220176022131


안녕채영

Seoul / South Korea Travel blogger & Wri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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