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은 골목을 따라 흐른다. 그 시절 골목에는 아이들이 있었다. 골목을 행복한 웃음소리로 가득 채웠던 아이들이 자라는 동안 골목도 나이가 들었다. 골목을 맴돌던 추억은 흐르고 흘러 역사가 되어버렸다.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세상이지만 제주 중앙병원 뒤편의 두맹이골목은 골목에 정이 넘치던 60~70년대 풍경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이곳은 2009년 7월 제주시가 기존의 관광명소 이외에 제주시 일대의 대표적인 장소 31곳을 선정해 발표한 제주시 숨은 비경 31 중 하나다.
숨은 비경이라는 말에 화려한 벽화마을을 상상하며 이곳을 찾아간다면 실망할지도 모른다. 낡은 콘크리트 건물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골목은 허무할 정도로 짧다. 골목을 채우고 있는 벽화도 소박한 편이다. 한 시절을 풍미한 추억의 만화 주인공, 창문을 활짝 열고 밖은 내다보는 얼굴, 골목을 누비는 개구쟁이들.. 어딘지 모르게 어설픈 벽화골목이지만 기억 저편에 두었던 어린 시절의 이야기가 생각나서 자꾸만 마음이 간다.
낡은 것을 부수고 그 자리에 새로운 것을 채워 넣는 것이 미덕이 된 시대, 제주도 역시 빠르게 변하고 있다. 구도심의 낙후된 골목이 언제까지 이곳에 남아있을지는 모를 일이다. 시간이 더 흐르기 전에, 기억의 정원에서 그 시절 친구들을 떠올리며 잠시 놀다가는 건 어떨까.
‘두맹이골목’은 2008년 제주특별자치도 공공미술 공모전에 선정된 일도2동 주민자치위원회와 탐라미술인협회 공공미술제작팀에 의해 벽화마을로 거듭났다. 제주시 일도2동 중앙병원에서 약 100m 직진, 킹마트 골목으로 우회전 하면 본격적인 벽화골목이 시작되고, 30분 정도면 충분히 둘러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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