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오카 타워와 모모치해변, 야경은 혼자 즐기는게 아니야

큐슈여행을 마무리하는 마지막 밤. 호텔에 짐을 풀고 나서 한숨 돌리고 나니 몸이 근질근질 했다. 마침 창 밖으로는 화려하게 불을 밝힌 후쿠오카 타워가 보였고, 나는 엄마에게 타워 구경 갈 생각이 있는지 물었다. 엄마는 고된 일정에 피곤했는지 그냥 방에서 쉬겠다고 했다. 어쩐지 김이 새버려서 편의점에나 가려고 엘리베이터를 탔다. 엘리베이터가 내려가는 고작 몇 초의 시간 동안 마음이 홀랑 바뀌어버렸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호텔 입구로 방향을 틀었다. 벨보이에게 택시를 요청해서 냉큼 올라타고 후쿠오카 타워로 가자고 말했다. 두근두근, 여행 중에 저지르는 작은 일탈은 언제나 가슴을 뛰게 만든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있던 12월의 후쿠오카 타워는 트리 모양 조명쇼를 하고 있었다. 타워 주변의 나무도 온통 조명을 휘감고 있어서 연말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야경사진을 찍을 일이 없을 것 같아서 삼각대를 가져오지 않았는데, 이때 만큼은 그게 참 아쉬웠다. 아무리 숨을 참고 팔에 힘을 준다해도 느리고 느린 셔터스피드를 버텨낼 수는 없었으니까. 

후쿠오카 타워 앞쪽을 둘러본 뒤에는 타워 안으로 들어갔다. 티켓 부스 앞에 서자마자 외국인이냐고 묻는 직원. 한국인이라고 말을 하니 여권이 있다면 외국인 할인 요금을 적용해주겠단다. 덕분에 800엔이었던 입장료는 640엔으로 할인. 옆쪽에 비치된 한국어 브로슈어까지 하나 집어 들고 나니 뭔가 해낸 것 같은 뿌듯함이 느껴졌다. 

후쿠오카 타워의 높이는 234m. 전망대까지는 엘리베이터로 한번에 올라갈 수 있다. 전망대로 가는 엘리베이터는 벽면이 유리로 되어 있었는데, 철골 구조물 곳곳에 인형 같은 것이 놓여 있어서 찾는 재미가 있었다. 물론 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도 훌륭했다. 전망대에는 온통 커플 뿐이었다. 커플이 아니더라도 혼자 온 사람은 거의 보이질 않았다. 게다가 전망실 곳곳에는 하트 모양 꽃장식, 사랑의 열쇠 같은 것들이 놓여있었다. 연인의 성지라고 불리는 데이트 장소에 혼자 올라와서 사진이나 찍고 있으니 어쩐지 처량해지는 느낌. 역시 밤의 전망대는 혼자 갈 곳이 못된다. 

후쿠오카 타워를 내려온 뒤 타워 뒷쪽의 모모치 해변에 갔다. 노란 조명을 밝힌 마리존이 어쩐지 바다 위에 떠 있는 섬처럼 보였다. 굉장히 몽환적인 느낌이었달까. 들리는 얘기로는 이 마리존은 일본 여성들이 가장 결혼식을 올리고 싶은 곳으로 손꼽는 장소라고 하던데 그럴만 한 것 같았다. 마리존을 뒤로 하고 모모치 해변을 따라 호텔까지 쭉 걸었다. 사실 택시를 어디서 타야 하는지 몰라서 걷기 시작한건데, 산책로가 아주 잘 되어 있어서 파도 소리를 들으며 걸으니 택시를 타지 못한것이 더 잘되었다 싶었다. 혼자 하는 밤 산책, 은근 낭만적이니까.

| 후쿠오카타워 FUKUOKA TOWER

-주소: 福岡福岡市早良百道浜2-3-26

-운영시간: 09:30~22:00, 6월 마지막주 월·화 휴관(두날 중 하루가 7월에 걸쳐있을 경우 전 주의 월·화요일)

-전망요금(외국인, 여권지참시): 고교생 이상 640엔 / 초중학생 400엔 / 4세 이하 160엔 

-홈페이지(한글): http://me2.do/xX4mSHfD


안녕채영

Seoul / South Korea Travel blogger & Wri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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