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해외봉사 인솔기, 내 생애 첫 해외봉사

2012년, 지금으로부터 4년 전의 이야기다. 중국에서 하던 일을 정리하고 한국으로 돌아온 내 앞에는 불확실한 미래와 불안만이 기다리고 있었다. 거듭되는 실패에 자신감은 바닥을 쳤고, 마음가짐을 새로이 할 수 있는 자극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지금까지의 나라면 절대 하지 않았을법한 그런 일을 하기로 했다. 해외봉사같은 것 말이다. 운이 좋게도 나는 KOMEX와 행정안전부에서 진행하는 청소년 해외봉사활동의 서포터로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누군가를 돕고 싶다는 생각보다 나를 돕고 싶다는 불순한 마음가짐으로 시작한 봉사활동.

봉사활동 면접을 보고 서포터에 합격을 했지만, 막상 참여하려고 보니 여러가지로 부담스러운 것 투성이었다. 6회에 걸친 사전/후모임이 가장 크게 느껴졌다. 나름의 상처가 있는 아이들과 함께하는 활동이었기에 처음 가졌던 가벼운 마음가짐으로는 도저히 함께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책임감'이라는 것이 생겨나기 시작했는지도 모르겠다. 일주일 정도를 끙끙대며 고민하다가 결국 나는 몽골에 가기로 했다. 어짜피 하기로 한 거면 제대로 하자고 마음먹고.

1명의 인솔선생님과 2명의 서포터, 그리고 18명의 고등학생이 함께했다. 저마다 크고 작은 고민을 안고 살아가는 아이들이었지만 출국하는 날 만큼은 모두 기대에 부풀어 있는 듯 보였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이번이 첫 출국이라고 했다. 스물하나, 처음 공항에 갔을 때가 생각났다. 특별한 경험이 기다리고 있을 것만같은 설렘과 집을 떠나 낯선 곳에서 지내야한다는 두려움. 들떠있는 아이들을 보니 그동안의 고민을 잠시 내려놓고 그들처럼 설렘을 즐기고 싶어졌다.

비행기에 탑승하기 전, 출국게이트 앞에 모여 다같이 몽골입국카드를 작성했다. 입국카드에 적힌 꼬불꼬불한 몽골글자가 어쩐지 부담스러웠다. 항공편은 몽골항공을 이용했다. 항공기 안에 가득 앉아있는 몽골인들과 그들이 읽고 있는 몽골신문을 보니 정말로 몽골에 간다는 느낌이 들었다. 타국으로 떠난다는 설렘, 고향으로 돌아간다는 설렘.. 비행기는 항상 사람들의 꿈과 기대을 싣고 날아간다.

중국노선의 기내식에 이미 단련이 되어있기 때문일까? 봉사단 아이들이 맛없다고 평가한 이 기내식이 나는 그럭저럭 괜찮았다. 센스있게 플레인 요거트도 있고 무난하게 먹을 수 있는 빵과 버터도 있고. 소고기는 고기조림맛, 닭고기는 백숙맛이었다. 사실 기내식이 괜찮아봐야 뭐 그게 그거지만.

기내식을 먹고 나서 조금 더 날아가다보니 땅이 보이기 시작했다. 초원?고원? 모르긴 몰라도 고산지대 같은 느낌. 몽골에 잘 도착했다는 안도감도 잠시, 곧 두려운 마음이 밀려왔다. '말 한마디 통하지 않는 이 곳에서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비구름이 방금 지나간 듯 촉촉하게 젖은 활주로 위로 비행기가 무사히 착륙했다. 바퀴가 땅에 닿는 순간 기쁨에 찬 승객들의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박수 갈채도 이어졌다. 몇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들이 왜 환호성을 지른 것인지 알 수 없지만, 고향에 돌아온 기쁨 때문이었을거라 짐작해본다.


울란바토르 칭기즈칸 공항은 정말 작았다. 그 작은 공항에 많은 사람들이 순식간에 몰리다보니 도난사고도 빈번하게 일어난다고. 인원이 많은 우리는 소매치기에게 좋은 먹잇감이었다. 봉사활동 프로그램에서 사용해야 할 물품이 담긴 캐리어 하나를 통째로 도둑맞았다. 그리고 때맞춰 떨어지는 빗방울. 아무리 내기 비를 몰고 다니며 여행을 한다지만 몽골에서까지 이럴게 뭐람. 

안녕채영

Seoul / South Korea Travel blogger & Wri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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