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의 해맑은 아이들, 그리고 몽골청소년교도소

몽골 아이들이 만들어준 모자이크

헬라스트 아이들을 대상으로 교육봉사를 진행한지 3일째 되는날. 이날은 몽골아이들과 마지막 교육 봉사를 진행하는 날이기도 했다. 며칠새 몽골아이들과 봉사단원들이 부쩍 친해져서 몽골아이들이 평소보다 교육장에 서둘러 오는듯 했다.

첫번째로 진행한 프로그램은 종이컵을 이용해서 공작새를 만드는 것이었다. 종이컵에 칼집을 내어 공작새 꼬리처럼 펼치고 그 위에 색종이 등을 이용해서 꾸미는 것이었는데 반응이 괜찮았다. 3일째가 되니 공작새를 다 만든 아이들이 자연스레 나를 찾아와서 사진을 찍어달라고 재촉하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사진찍는 것을 참 좋아했는데, 특히 파란 옷을 입은 남자아이는 독사진을 찍는데 친구들이 끼어들자 불같이 화를 내기도 했다. 감정이 격해진 아이들에게 독사진 하나, 단체사진을 하나 찍자고 하니 금새 분위기가 풀어졌다. 손짓발짓하면서 대화하는데도 말이 곧잘 통하는 것이 신기할 따름..

두번째 프로그램은 부채에 그림을 그리는 것. 많은 아이들이 부채에 태극기를 그린 뒤 우리에게 자랑을 했는데, 자세히 보니 모양이 반대로 뒤집혀있었다. '어쩜 이렇게 똑같은 모양으로 잘못 그렸을까?'했더니 교싶 앞에는 만국기가 뒤집혀있었다. 비록 태극기는 뒤집혀있었지만 한국에서 온 사람들이 좋아서 태극기를 열심히 그린 아이의 마음이 참 예뻤다.

봉사단 아이들은 몽골아이들을 도와서 셀로판지를 잘라주기도 하고 스카치테이프를 건네주기도 했는데, 몽골아이들이 이곳저곳에서 '스카치~ 스카치~'하며 봉사단원들을 부르는바람에 '공포의 스카치'라는 우스개말도 생겼다. 아이들은 한국말이 귀에 익었는지 조금씩 따라서 말하기도 했다. 처음에는 몽골말로 '가위'를 달라고 하다가 언제부터인가 한국말로 '가위!'라고 말을 하기 시작했고, 가끔은 '앉아!'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 봉사단들끼리 잡담을 하고있으면 앞에 다가와서 '시끄러!'라고 말을 하고서는 씨익 웃기도 했다.

시간이 남아서 진행했던 한국어 노래 배우기

오늘의 점심 식단은 살밥과 닭다리, 감자, 야채.. 도저히 무슨 맛인지 알 수 없는 미묘한 맛이 느껴졌다. 맛이 없는 것도 아니고 아예 맛이 느껴지지 않는 그런 맛! 결국 맛은 포기하고 배고픔만을 채우기로 마음 먹은 뒤 입 속으로 음식을 밀어넣었다. 힘들게 음식을 만들어주신 거니까! 감사히! 감사히! 몽골아이들이 저렇게나 맛있게 먹는 음식을 그 앞에서 맛없다고 내팽개칠 수는 없지!!

오후에는 몽골 청소년 교도소에서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로 되어있었다. 교도소로 이동하기 전, 헬라스트에서 잠시 대기하며 이곳의 아이들과 사진을 찍었다. 먼저 다가와주는 아이들이 그렇게 고마울수가 없었다. 큰꼬맹이나 작은꼬맹이나 카메라를 신기해하는 것은 거기서 거기였다. 이내 내 카메라를 빌려가 사진을 찍어보겠다고 했다. 당부받은 것이 있었기 때문에 오래 빌려주지는 못하고 내가 옆에서 지키고 서 있으면서 사진을 찍어보게 했다. 덕분에 아이들이 찍어준 내 사진도 꽤 많이 생겼다.

잠깐동안의 휴식을 마치고 몽골청소년교도소로 이동했다. 우리는 이곳에서 아이클레이를 만드는 활동을 하기로 예정되어있었다. 교도소에는 마땅한 실내 시설이 없어서 뙤약볕이 내리쬐는 시멘트바닥(운동장?)에서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 봉사단 아이들은 소년원 간다는 생각에 잔뜩 겁을 먹고 있었다.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위해 나온 소년원 아이들은 봉사단 아이들과 비슷한 또래의 남자아이들이었는데 하나같이 체격이 건장한데다가 머리까지 빡빡 밀어버린 모습이라 조금 위협스럽게 느껴졌다.  

시간이 흐르며 경계심도 많이 옅어졌다. 소년원 아이들은 기타를 들고와서 노래를 불러주기도 했고, 라디오 음악에 맞춰 춤을 추기도 했다. 이곳 아이들도 헬라스트의 아이들처럼 손재주가 참 좋았다. 나는 우리조(?)에 배정된 몇몇 아이들의 얼굴을 아이클레이로 만들었는데 그 중 한 아이가 아이클레이로 만든 시계를 내게 선물해줬다. '아.. 내가 이 아이들에게 편견을 많이 가지고 있었구나..'라는 생각도 들고, '이렇게 작은 일로 생각을 고쳐먹는다는 것도 참 우스운 일이구나..' 라는 생각도 들었다. 나는 감사한 마음으로 시계를 한국에 가져가기로 마음먹었다.

어쨌거나 이곳은 교도소였다. 아이들의 사진을 함부로 찍을 수 없었기에 준비해간 폴라로이드카메라로 조별 단체사진을 찍어서 아이들 한장씩 나누어줬다. 필름의 수가 모자라서 나를 포함한 서포터 2명은 사진을 받지 못했다. 아쉬워하는 마음이 보였던걸까? 춤을 아주 잘 추던 빨간옷을 입은 아이가 자신의 사진을 내게 내밀더니 가지라고 한다. 한장뿐인 사진이니 너희가 가지라고. 그래서 본인들이 괜찮다면 우리는 디지털 카메라로 사진을 찍어서 간직할테니 폴라로이드 사진은 그냥 너가 가지라고 물었고, 흔쾌히 승낙을 받아 사진을 찍었다. 이 아이들이 그 곳에서 생활하면서.. 그 곳을 나와서 살아가다가 우리와 함께 찍은 사진을 보고 이 날을 떠올리며 즐거워했으면 좋겠다.

안녕채영

Seoul / South Korea Travel blogger & Wri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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