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초원에서 체육대회를!, 몽골해외봉사

헬라스트 아이들을 만나는 마지막 날. 매일 아침 빵과 시리얼로 식사를 때우는 봉사단 아이들을 위해서 소세지와 계란후라이 등을 만들어서 아침을 차려줬다. 몽골 소세지라 혹시 입맛에 안맞까봐 시리얼과 우유를 함께 올려두었었는데 거들떠보지도 않고 소세지와 계란만 먹는 아이들. 알고보니 이 소세지는 양고기로 만든 것이라고 한다. 몽골우유를 두고 '약초맛'이라고 평가를 했던 아이가 양고기 소세지라는 것을 귀신같이 알아맞췄다.

몽골 아이들과 함께하는 마지막 날인 만큼 우리는 교실을 벗어나 근처의 초원으로 나가기로 했다. 근처의 초원이라니. 써놓고서도 참 어색한 말이다. 초원에서 큰공굴리기를 하려고 공을 가져왔는데, 공에 바람을 넣는데서 문제가 생겼다. 정확히 말하면 공에 바람을 넣은 뒤 초원까지 가지고 가는 것이 문제였다. 공이 크다보니 급식소에서 바람넣는 기계로 공을 불어야하는데 이것을 사람이 메고 30분을 걸어서 초원에 갈 수도 없고 버스 안에 넣을 수도 없었으니까. 결국엔 공에 끈을 묶어서 버스 위에 매달아서 가기로 했다.

초원의 입구에 도착하고 우리는 버스에서 내려 체육대회를 하기 위해 미리 봐둔 장소로 걸어 올라갔다. 이 초원길을 따라 걸어 올라가다보면 조금 평평한 지대가 나오는데 바로 그곳이 우리가 오늘 체육대회를 할 장소였다. 길을 따라 올라가는 중에도 곳곳에 게르기 지어진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울란바토르시 외곽에는 아직도 이렇게 시골에서 게르를 짊어지고 와서 자리를 잡는 유목민들이 많이 있다고 한다.

체육대회를 할 장소에 하나 둘 사람들이 도착하고, 우리는 교육봉사때와 마찬가지로 큰아이들과 작은아이들을 갈라서 여러가지 놀이를 했다. 몽골아이들의 승부욕은 상상 그 이상! 놀이가 진행될수록 분위기가 과열다가 결국 넘어져 다치는 아이가 생기고 말았다. 과열된 분위기를 진정시키기 위해서 우리가 선택한 놀이는 림보! 아이들 중 최후의 1인을 가려내는 방식으로 했는데 유연성이 유난히 특출난 아이가 있었다. 바로 우리가 몽골훈남이라고 불렀던 남자아이였다. 여유롭게 림보를 통과하고서는 익살맞게 허리를 돌리는 춤까지 춘다! 이 아이는 정말 다재다능해서 거의 모든 놀이에서 상품을 하나씩 받았고 나중에는 겹치는 선물이 없도록 골라서 가기까지 했다. 

아침부터 고생고생해서 초원까지 이고지고 온 큰 공도 제 몫을 해냈다. 공을 굴리는 것이 재미있었던지 아이들의 반응이 좋았고, 우리도 아이들을 통제하느라 힘을 빼지 않아도 되서 좋았다. 준비했던 놀이가 끝나고 남은 상품들을 모든 아이들에게 골고루 나눠줬다. 다시 급식소로 돌아가서 봉사단 아이들이 준비한 공연을 보여주면 정말 이 아이들과 작별을 해야한한다는 생각에 조금 우울해졌다. 

헬라스트 급식소로 돌아가는 길. 구름이 머리 바로 뛰에 떠 있는 듯 가까웠다. 몽골의 구름은 손을 뻗으면 닿을 것 같이 가까이 느껴진다. 파란 하늘과 초원이 내는 빛깔은 한국에서 보던 것보다 더욱더 선명하고 푸르르다.

마을회관 관리인과 연락이 되지 않는 바람에 시내버스가 정류장 뒷편 공터에서 공연을 하기로 했다. 뜨거운 뙤약볕 아래서 진행하는 공연이라 보는 사람도 많이 힘이 들텐데 핼라스트 아이들은 찡그리는 기색 없이 우리가 공연 준비를 다 마치기를 기다려줬다.

봉사단 아이들은 북 연주, 부채춤, 마술, 합창, 단체춤을 선보였다. 모든 공연이 끝나고 한줄로 서서 고맙다며 작별인사를 하니 몽골아이들이 손에 작은 카드를 한장씩 들고 앞으로 뛰어나왔다. 전날 교육봉사가 끝나고 적은 카드라고 하는데 고사리손으로 한글자씩 적어넣은 카드를 들고와 와락 안기는 모습을 보니 가슴 한켠이 뭉클해져서 살짝 눈물이 고였다.  

모든 공연이 끝나고 헬라스트 급식소로 돌아와서 잠시 휴식을 취하다가 헬라스트에서 보낸 4일동안 찍은 폴라로이드 사진들을 이용해서 아이들이 사용하는 교실을 꾸몄다. 다음날 이곳에 온 아이들이 사진을 보고 좋아할 모습을 상상하며.  

안녕채영

Seoul / South Korea Travel blogger & Wri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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