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배추밭에서 잡초뽑아봤어요?, 몽골해외봉사

몽골에서의 마지막 공식 일정은 코멕스에서 운영하는 묘목장에서 잡초를 뽑는 일이었다.. 

묘목장에서 재배한 야채들은 인근 주민들에게 돌아간다고 한다. 배추를 위협하는 잡초를 뽑기 위해 배추밭으로 이동했다. 그런데 배추밭? 세상에 이곳은 말이 배추밭이지 실은 뭐가 배추고 뭐가 잡초인지 모를 정도로 엉망진창인 풀밭이었다. 처음 '잡초'를 뽑는 일을 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정말 작은 잡초를 생각했었다. 그런데 이건 잡초라기보다는 잡목.. 사람 허리까지 올만큼 길고 단단하게 자라있는데다가 배추보다 잡초의 수가 몇 배는 더 많아서 눈 앞이 캄캄해졌다.

메마른 땅에서도 배추는 자란다

뜨거운 햇볕과 건조한 기후 때문에 땅이 적쩍 갈라질 정도로 흙이 말라있어서 잡초 뽑기는 예상보다도 더 힘이 들었다. 뿌리가 깊고 단단히 박혀있는 녀석들을 뽑아내려고 낑낑거리다보면 엉덩방아를 찧기 일수였고 풀 사이사이에 사는 크고 작은 벌레들이 시도때도 없이 출몰해 깜짝 놀라는 일이 다반사였다. 그래도 조금씩 일이 손에 익자 잡초를 뽑는 손놀림이 빨라졌다. 뿌리가 얕은 풀과 깊은 풀들을 구분해 낼 줄도 알고 웬만한 벌레들이 지나다니는 것에는 눈도 꿈쩍하지 않을 정도로 무던해졌다. 일손들이 지나간 자리에 예쁘게 정돈되어 있는 배추들을 보니 기분도 뿌듯해졌다.

고된 노동을 마치고 새참을 먹기 위해 묘목장 한 켠에 세워진 건물로 걸어갔다. 점심 메뉴는 신라면컵과 몽골식 국수. 묘목장에 계시는 아주머니께서 직접 우리를 위해 만들어주신 몽골식 국수는 양고기가 들어가 있었지만 누린내는 거의 나지 않았고 쫄깃쫄깃한 면에 고소한 냄새가 나서 참 맛있었다. 또 호밀빵도 같이 주셔서 든든하게 식사를 할 수 있었다. 힘들게 일을 하고 난 직후라서 그런지 아니면 몽골 음식에 익숙해진 것인지 봉사단 아이들도 몽골식 국수를 곧잘 먹었다. 첫날 몽골 식당에서 몽골 로컬 음식을 먹었을 때 아이들의 모습을 떠올려보면 정말 큰 발전이었다.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고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고 했던가.. 한숨을 돌리고 묘목장 주변을 둘러보니 정말 그림이 따로 없을 만큼 아름답고 평화로운 풍경이 펼쳐져있었다. 식사를 마치고 나와서 울란바토르로 돌아가기 전, 풀밭에 한가득 나 있는 예쁜 꽃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시간을 보냈다. 드넓은 초원을 배경으로 메밀꽃처럼 하얗게 피어있는 예쁜 꽃. 우리가 보기에는 너무나도 아름다운 모습이지만 여름에 이 꽃이 많이 피면 그 해 겨울이 무척이나 춥기 때문에 몽골인들은 이 꽃을 싫어한단다. 


안녕채영

Seoul / South Korea Travel blogger & Wri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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