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베른, 사랑이 넘치는 감성도시 Switzerland Bern

9월의 스위스 날씨는 말도 못하게 변덕스러웠다. 아침부터 내내 비가 내리다가 오후 2~3시쯤 갑자기 날씨가 개이고 해가 뉘엿뉘엿 질 때가 되어서야 맑은 하늘을 보여주는 짖꿎은 날씨가 며칠동안이나 계속됬다. 이 날도 그랬다. 우리는 며칠간 그래왔던 것 처럼 느즈막히 일어나 전날 장본 재료로 아침을 만들어먹고 비가 좀 그치기를 기다리며 '오늘은 뭘 할까?'를 고민했다.   

아마 브리엔츠의 날씨가 내내 맑았다면 우리는 베른에 가지 않았을 거다. 숙소 근처의 볼거리만 해도 차고 넘치는데다가 기차를 타고 한 시간 넘게 이동해야 하는게 부담스러웠으니까. 하지만 우리에게 선택권은 없었다. 오후에 출발해서 다녀올 수 있을만한 곳 중에서 '맑음'으로 표시된 곳은 오직 베른 뿐이었으니까. 

브리엔츠BRIENZ에서 출발해서 인터라켄 오스트INTERLAKEN OST에서 베른BERN행 기차로 갈아탔다. 한 시간 삼십분. 베른이 가까워질 수록 구름색이 옅어졌다. 드문 드문 푸른 하늘이 보이더니 마침내 베른에 도착하자 새파란 하늘이 모습을 드러냈다.

구시가지의 쇼핑 아케이드는 유럽에서 가장 긴 아케이드 중 하나다.

베른BERN이라는 이름은 곰을 뜻하는 단어 Bear(베어)에서 나왔단다. 그래서 베른 주의 깃발에는 곰이 그려져있다. "베른이라서 진짜 곰이 살고 있어!" 모르는 사람이 들으면 시시한 농담같겠지만, 정말이다. 베른에는 '곰 공원'도 있고 '곰'도 있다. 어쩌면 베른과 곰은 영혼의 단짝 그런걸지도 모르겠다. 

베른의 구시가지 전체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어 있다. 옛 모습이 그대로 남아있기에 화려하기보다는 감성적이다. 하늘을 조각조각 나누머 얼기설기 얽혀있는 트램 선이 그렇고 갖가지 의미를 담고 서 있는 수많은 분수대가 그렇다. 

어린이를 잡아먹는 식인귀분수가 가장 유명하다

슈피탈거리Spitalgasse에서 시작해 시계탑과 대성당을 지나 뉘데크 다리까지 걷다보면 '수도'라기에는 한 템포 느린 박자를 지닌 베른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지 않을 수 없다. 나른한 오후의 햇살까지 받으면 마음은 이미 무장해제되고만다. 베른 구시가를 휘감고 있는 아르강Aare Liver의 물결까지도 낭만적으로 느껴진다. 

다리를 건너면 베른 여행의 하이라이트, 장미공원Rosengarten으로 가는 길과 이어진다. 이름은 '장미공원'이지만 장미보다는 멋진 석양을 감상할 수 있는 것으로 더 유명하다. 다소 가파른 언덕길이지만 왼편으로 내려다보이는 베른의 전경을 감상하며 천천히 오르면 정상까지는 금방이다. 본격적으로 노을이 지기 시작하면 장미공원에는 사랑이 꽃핀다. 꿀이 떨어질 것 같은 눈으로 서로를 바라보는 연인들의 모습에 '혼자 오지 않아서 다행이야'라는 생각이 드는건 어쩌면 당연한 일일 지도 모르겠다.


안녕채영

Seoul / South Korea Travel blogger & Wri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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