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안 곰소 칠산꽃게장, 살이쏙쏙 간장게장

30번 국도를 달려 곰소항으로 가는 길목, 곰소항젓갈단지 초입 도로변에 칠산꽃게장이 있다. 예상보다 큰 규모가 어쩐지 단체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곳 같이 느껴져서 조금 당황스럽기도 하다. 단순히 다녀간 사람이 많아서 유명한 것일 수도 있는 탓에. 입구에서 머뭇거리는 것도 잠시, 군산으로 이동해야 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서 별다른 대안이 없는 터라 불안한 마음을 안고 식당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자리에 앉기 전에는 분명 홀에 사람이 몇명 없었는데, 12시가 넘어가면서 그 넓은 홀에 사람이 모두 들어찼다. 메뉴는 오직 3종류. 꽃게장, 꽃게탕 아니면 꽃게무침. 꽃게장(간장게장)과 꽃게무침은 1인분에 23,000원으로 2인분 이상부터 주문할 수 있다. 이곳에서 사용하는 꽃게는 꽃게가 한창 제철인 4월 중순~5월 중순 사이 서해안 청정바다에서 잡은 싱싱한 꽃게를 사용한다고 한다.

주문을 마치기 무섭게 곰소젓갈을 포함한 열댓가지 반찬이 상 위에 차려지고 이내 꽃게장이 모습을 드러낸다. 짭짤한 간장냄새가 코끝에 닿는 순간 입 안에 침이 가득 고이기 시작한다. 살이 탱탱하게 꽉 찬 모습은 굳이 맛보지 않아도 그 맛을 짐작게한다. 눈으로 배불리 먹은 뒤에는 젓가락으로 큼지막한 게 몸통을 하나 통째로 집어들고 한입 크게 베어물 차례다. 

이곳의 꽃게장에서는 꼭 한약재 달일때 나는 향같은 것이 느껴졌는데, 화학조미료를 쓰지 않고 전통 방법으로 게장을 담그기 때문에 그렇단다. (곰소천일염 등을 섞어 만든 장국을 중불로 달인 후 금속 냉각시켜 꽃게에 붓는 과정을 3일 동안 반복하고, 2~3일 동안 저온 숙성시키는 것이 바로 그 '전통 방법'이란다.) 익숙하지 않다 뿐이지 맛이 없다는 뜻은 아니다. 아주 짜거나 달지 않아 오래 먹어도 물리지 않고, 비린내도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탱탱한 게살은 그야말로 환상. 이런 꽃게라면 뭘 만들어 먹어도 맛있겠다.

살이 탱탱하게 오른 꽃게 몸통 살을 다 먹었다면 그 다음은 내내 아껴두었던 게딱지에 밥을 비벼먹을 차례다. 게딱지에 밥을 비벼 먹지 않았다면, 게장을 먹었다고 할 수 없으니까. 밥을 비비기 전 게딱지 구석구석 붙어있는 알과 장을 젓가락으로 싹싹 긁어내기 시작했는데, 꽃게가 얼마나 실한지 긁어내도 긁어내고 끝도 없다. 남은 밥을 모두 올려 비빈 뒤 한숟가락 가득 떠서 먹으면 비로소 게장과 함께한 한끼 식사가 끝난 기분이 든다. 부끄러운 줄 모르고 부풀어오른 배를 두드리며 주변을 둘러보니 테이블엔 게의 잔재가 가득. 지저분한 그 모습에 괜히 민망함이 밀려오지만, 괜찮아 게장이니까.


■ 칠산꽃게장

주소: 전북 부안군 진서면 곰소리 573

전화: 063-581-3470

홈페이지: http://www.7sancrab.com


안녕채영

Seoul / South Korea Travel blogger & Wri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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