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가의 요람, 중국 샤먼 숙장화원과 피아노박물관




아침에 호월원과 일광암 구경을 마치고 나오니 점심시간이 가까워져왔다. 내가 산 구랑위 통표는 호월원,일광암,백조원,숙정화원,오르골박물관을 입장할 수 있는 표로,

원래는 일광암에서 백조원으로 이어지는 케이블카를 타려고 했지만, 케이블카가 쉬는바람에 걸어서 가기로 했다.

 

 




일광암을 오르내리며 다리가 좀 아파서 사실 케이블카가 지금 운행하지 않는 다는 것을 알고난 직후에는 가지 말까하는 생각도 했다. 그렇지만 통표에 포함되어있으니 봐야만 한다는.. 그런 생각이 들었고, 다행히 백조원 입구까지의 거리가 가까워서 즐겁게 구경할 수 있었다. (일광암 입구에서 백조원까지는 걸어서 2~3분이면 도착 할 수 있다)

 

 

백조원(百鸟园)은 백마리의 새가 있는 공원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많은 종류의 새들을 볼 수 있는 공원이다. 산 한켠에 거대한 그물을 둘러쳐놓고, 그 안에 공원을 조성하고 100여종의 새들을 풀어놓은 곳인데, 아름답기도 했지만, 바닥에 새똥이 너무 많기도 했다.

 





 

사실 나는 새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조금 무서워한다고 해야할까..? 그래서 새라고는 비둘기와 갈매기밖에 가까이 본 적이 없고, 동물원 새장에 같힌 녀석들이나 한두번 본 것이 다였다. 그래서 백조원에 와 놓고도 '사람들은 이런데를 굳이 왜 오는거지?'라는 의문이 머릿속에 자꾸 떠올랐다. 그러던 와중에 나에게 다가오는 공작 한마리..공작이라.. 왠지 풀어놓아 기르는 새라 사나울 것 같기도 하고.. 얼음 처럼 굳어서 카메라 줌만 땡겨 사진을 찍다보니 얌전하게 지나간다. 사람이 있건 없건.. 새들이 이미 사람들의 시선에 익숙해질대로 익숙해졌나보다.

 




거대한 동물원에 들어와있는 느낌이었다. 그물을 쳐두었다고는 해도 태양광이 비치기때문에 잘 티가 나지 않고, 새들도 자유롭게 걷고 날아다닌다. 물에서 고기도 잡아먹고 헤엄도 친다. 나무가 우거져있는 것이 쥬라기공원에 가면 꼭 이런 느낌이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백조원에는 관광객이 별로 없어서 혼자 설렁설렁 걸어다니다가 셀카를 찍으려했는데, 마침 앞쪽에 아저씨 한명이 보이기에 사진을 좀 찍어달라고 부탁을 했다. 이 아저씨도 나 혼자 여행 다니는것을 신기해했다. 본인은 타이베이에서 왔고, 샤먼이 좋아서 자주 이곳에 놀라온다고 했다. 맞다. 샤먼은 기회가 있다면 자주 오고 싶은 곳이다.

볼 수록 아름다운 도시!

 





 

 

백조원 안에서 새들의 묘기도 볼 수 있다. 외줄자전거를 타는 앵무, 나보다 중국어를 유창하게 하는 듯한 앵무, 조각맞추기를 하는 앵무 등. 지금와서 생각해보니 다 앵무새였다. 앵무새가 똑똑한가보다. 새들의 재롱을 보고나니 일정이 좀 늦어지는 듯 해서 백조원을 나와 다음 목적지인 숙장화원에 가기로 했다.

 

 

 

 

 

내가 하얼빈에서 공부하던 때, 우리학교는 군대와 연관이 있는 학교였는지 학교 안팎으로 군인들이 참 많이 있었다. 훈련하는 모습도 많이 보고.. 그런데 그 곳이외에는 중국 군인을 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백조원에서 내려오니 군인들이 구령에 맞춰 걷고있었다. 이,얼,싼,쓰! 구령은 우렁찬데 모양새는 어쩐지 엉성하다. 확실한건 '공산주의 국가의 군인'을 상상했을 때 떠오르는 이미지는 아니었다.

 

그나저나 이렇게 아름다운 구랑위에 군대가 있다니 조금 신기하다. 샤먼에 해군이 주둔하고 있고, 대만령인 금문도가 코앞이며, 국민당과 공산당의 격전이 벌어지던 지역이라 그런걸까? 어쩌면 슬프거나 무서운 느낌으로 다가올 수 있는 군대와 군인도 이곳 구랑위의 풍경과 어우러지니 그런 느낌이 사라지는 것 같다.

 

 

 



구랑위 골목 곳곳에서는 이렇게 수공예로 만든 기념품들을 팔고있다. 전선같은 것으로 만드는 장식품, 야자잎으로 만든 장미꽃 같은 것들.. 나는 신기해서 사진을 찍는데, 나처럼 사진만 찍고 가는 여행객이 많은지 아저씨는 말도 걸지 않고 계속 만들기만 하고있다.

 





구랑위(鼓浪屿)라는 지명은 섬에 부딪히는 파도 소리가 북소리처럼 들린다는데서 유래한다고 한다. 그리고 구랑위는 1만여명의 주민이 600여대의 피아노를 가지고 있을 정도로 피아노와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사는 곳이다. 개화기 시절 외국인들의 영향으로 오래된 피아노와 오르골들이 수집되어있는 박물관도 있다. 그런 환경덕택일까? 구랑위는 예로부터 음악가, 특히 피아노 연주가를 많이 배출했고, ‘음악가의 요람’,‘피아노의 섬’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그 별명에 걸맞게 구랑위 섬 안에 설치된 이정표에는 높은음자리표가 그려져있다. 곳곳에 숨겨진 스피커에서는 아름다운 연주곡도 흘러나온다. 여유로움, 샤먼 구랑위의 또다른 이름이 아닐까 싶다.


 

이 곳의 주민들은 조계시절 세워진 건물들을 개조해 사는 가구가 많다. 한때는 외국 공사들의 화려함과 사치로 대변되던 건물들에 방법창을 치고 빨래를 내걸어둔 모습이 왠지 슬펐다. 세월을 이겨내는 아름다움은 없나 싶어서 괜히 슬퍼지다가, 불현듯 나타난 고목들을 보고 다시 기분이 좋아졌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곧게 뻗어 자란 나무들은 이 곳에 뿌리내려 얼마나 오랜 세월을 버텨왔을까? 참 아름다웠다. 자연의 아름다움은 어떤 것도 이길 수 없다. 세월조차 자연 앞에서는 아무런 힘도 쓰지 못하는 것 같다. 아름다운 구랑위, 아름다운 샤먼!

 

 


 


길을 따라 곧장 내려오니 바닷가에 지어진 숙장화원이 보인다.

  

숙장화원은 대만의 부호 허우위 선생의 집으로, 세계 각국에서 70여 대의 고대 피아노를 수집했다고 한다. 이 사람은 1895년 ‘마관조약’으로 대만이 일본으로 넘어가자 구랑위로 건너와 자리를 잡았는데, 고향을 잊지 못해 자신이 살던 집을 축조하고 바닷물을 끌어와 호수처럼 정원을 꾸몄다.

 

 

 


 

박물관을 지나쳐 입구로 들어가니 아름다운 해변이 나왔고, 바다와 어우러진 정원도 나왔다. 바닷물을 끌어와 마치 호수처럼 보이도록 만들어 둔 곳도 있다. 북경식 정원, 남방식 정원과도 좀 다른 느낌의 아기자기한 정원.. 

 

 

 

  

 


 





숙장화원에서 바닷가를 따라 지그재그 모양의 다리가 놓여있었다. 이 다리는 44교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는데, 이 다리를 건너가면 허우위선생이 수집한 피아노들을 모아둔 피아노박물관에 갈 수 있다.

 



이 지그재그 모양의 44교를 건너며 사진을 찍는데 북경에서 놀러온 청년이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했다. 그래서 서로사진도 찍어주고 다리를 건너는 동안 잠깐 얘기도 나눴다. 그는 이번이 두번째 샤먼 방문인데, 구랑위는 처음 왔다고 한다. 나보고 생긴 것이 중국 사람같다고 한다. 중국에 오면 자꾸 중국 사람처럼 생겼다는 말을 듣는다.




북경 청년과는 피아노박물관 앞에서 인사를 하고, 나는 박물관 안을 구경하러 들어갔다.

 

 

 

중국 유일의 고대 피아노 박물관이라는 이 곳에는 정말 피아노만 전시되어있었는데, 눈길을 끄는 것은 바다를 바라보도록 한쪽 벽면이 통유리로 설계된 것이었다. 숙장화원의 주인인 허우위선생이 수집해 놓은 피아노들이 일렁이는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이렇게 아름다운 곳에서 훌륭한 피아노를 보는 것도 참 좋았지만, 이곳에서 피아노 연주를 하는 것을 직접 볼 수 있더라면 훨 좋았을 것 같았다. 박물관 1,2관을 모두 보고나서는 섬의 반대 방향에 있는 풍금박물관으로 향했다.

 

안녕 숙장화원!


안녕채영

Seoul / South Korea Travel blogger & Wri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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