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행궁동 벽화마을, 정감있는 골목 이야기

1997년 겨울은 화성 안쪽 성안마을 주민들에게 유난히 추웠던 해다. 11월에는 우리나라가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요청했고, 12월에는 수원화성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극심한 경기침체와 문화재 보호를 위한 개발제한이 시작됐고, 마을은 빠르게 낙후해갔다. 

마을에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한 것은 2010년부터다. 미술가들이 운영하는 비영리적 전시공간인 대안공간 눈이 예술프로젝트 '행궁동 사람들'을 진행한 것이 계기다. 멕시코, 호주, 브라질, 대만 등 국내외 미술가돠 주민들이 함께 벽화를 그렸고, 전시회도 몇 차례 열었다. 2011년에는 대한민국공간문화대상 대통령상을 받기도 했다. 

행궁동은 수원의 구시가지라고 할 수 있는 지역으로, 화성 성곽 안쪽의 9개 동과 바깥의 3개 동을 아우른다. 그중 벽화가 그려진 곳은 화홍문 주변 북수동 일대다.  화홍문 옆의 안내판을 따라가는 것이 가장 쉽게 찾아가는 방법. 행궁동 벽화마을은 타지역의 유명 벽화마을에 비해 규모가 작다. 경사진 언덕에 있어 마을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이 멋있는 것도 아니고, 화려한 도심 가운데 남아있는 마을도 아니기에 소위 말하는 '특색있는'마을은 아니지만, 조용하고 따뜻한 분위기가 매력적이다. 

대형 문어 벽화가 그려진 길의 이름이 '여덟개의 길'이라니 그 센스가 보통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행궁동 벽화마을을 이루는 길에는 '로맨스 길', '행복하 길', '처음 아침 길', '뒤로 가는 길'같은 이름이 붙어 있다. 어느 길로 접어들어도 중간 지점에서 만나는 구조다. 각각의 골목에는 갖가지 벽화가 그려져있다. 마을이 크지 않기 때문에 길을 따라 걷다보면 대부분의 벽화를 모두 감상할 수 있다. 마을을 둘러보는데는 1시간이 채 걸리지 않는다. 물론 인증 사진을 찍는다거나 한다면 소요시간은 조금 더 늘어날 수도 있겠다. 
혹시 빠뜨린 벽화가 있을까봐 불안하다면 마을을 둘러보기 전 대안공간 눈 먼저 방문해 행궁동 벽화마을 지도를 받자. 토요일에 이곳을 방문했다면, 매주 토요일 오후 3시에 진행되는 투어에 참여하는 것도 좋다. 대안공간에서 따뜻한 차 한잔을 마신다면 투어참가비는 무료다.

80~90년대의 정겨운 마을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붉은 벽돌집, 기와지붕, 시멘트 담장은 벽화가 그려지는 캔버스가 된다. 마을에서 가장 유명한 벽화는 금보여인숙 앞의 기다린 물고기다. 당황스러울 정도로 기다란 벽화를 보고 가장 처음 든 생각은 '고놈 참 잘생겼네!' 물고기 주제에 얼굴이 미남형이다. 이 벽화는 브라질 여성작가 라켈 심브리의 작품으로, 제목은 '골드피쉬(Gold fish)'란다.

■ 수원 행궁동 벽화마을
위치: 화홍문에서 도보로 5분 미만, 표지판 있음
지도검색: 금보여인숙 또는 대안공간 눈으로 검색

 



 

안녕채영

Seoul / South Korea Travel blogger & Writer

    이미지 맵

    Korea/경기 다른 글

    이전 글

    다음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