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동만두 한봉지를 사면 앉은 자리에서 다 먹을 정도로 어릴적부터 만두귀신이었다. 만두는 내가 중국에서 잘 적응할 수 있었던 비결이기도 하다. 말도 통하지 않는 추운 하얼빈에서 내가 그 맛을 상상하며 먹을 수 있는 몇 안되는 음식이었으니 말이다. 게다가 하얼빈의 교자는 정말 맛있다. 으리으리한 식당에서건, 다 쓰러져가는 식당에서건 만두의 맛만큼은 끝내줬다. 덕분에 만두 하나는 억! 소리 나도록 많이 먹었다. 온갖 교자만두며 커다란 왕만두, 육즙이 가득한 샤오롱바오, 예쁘장한 딤섬, 기름에 바삭하게 튀긴 만두까지. 수많은 만두의 형태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것은 뭐니뭐니해도 물기가 촉촉한 만두다. 그리고 그런 만두는, 아무래도 중국이 최고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실은, 허비가 추천한 대부분의 맛집은 내 입맛에 그리 맞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가 수원에 내려가기 전, 그가 보영만두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을 때 절반쯤은 흘려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내가 보영만두에 가기로 마음을 먹은 결정적인 계기는 수원공방거리에서 만난 도예공방 사장님 내외가 이곳을 추천했기 때문이다. (나이롱 로컬인 허비보다야 진짜 로컬이 추천하는 편이 더 신뢰가 간다고 해두자.)
어쨌거나 보영만두는 수원에서 가장 이름난 만두집이다. 보영만두 맞은편에는 보용만두가 있다. 이름도 비슷하고 메뉴도 비슷한 두 가게 중에서 진짜 원조를 가려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보영만두의 옛 주방장이 차린 것이 보용만두라는 설, 보영만두의 장사가 잘 되니 건물주가 내쫓고 그 자리에 차린게 보용만두라는 설 등등. 여러가지 이야기가 있지만 사실 먹는 입장에서 원조가 어디인지는 중요치 않다. 먹어서 맛있으면 그뿐.
| 보영 만두, 만쫄이 대세
의외로 많은 메뉴에 저렴한 가격. 직접 만든 손만두가 3,500원 선이라는 것은 상당히 매력적이다. 찐만두, 군만두, 중간쫄면을 주문한 뒤 약간의 시간이 흐르자 방금 쪄낸 만두가 듬뿍 담긴 접시가 나왔다. 기대와 달리 흔한 찐만두의 모습에 약간의 실망감을 내비치며 만두를 집어 한입 크게 베어물었다가 이내 눈이 휘둥그레졌다. 얇은 만두피 안에 고기의 풍미가 가득차있었기 때문. 만두소에 육즙이 촉촉하게 배어있다가 베어무는 순간 육즙이 입 안을 가득 채우는 느낌. 군만두는 손만두이다 보니 튀겼을 때 만두피가 조금 두껍게 느껴지는 것은 사실이나, 바삭한 정도도 좋고 맛도 일반적인 것 보다는 풍미가 좋은 편이다. 하긴, 신발도 튀기면 맛있다던데 맛있는 만두를 튀겼으니 그 맛이 오죽할까.
보영만두의 정석은 '선만후쫄' 혹은 '만쫄'이다. 먼저 만두를 먹고 매운 쫄면을 나중에 먹거나 만두와 쫄면을 동시에 먹어야 한다는 뜻이다. 육즙이 가득 들어있는 만두(또는 기름기를 머금은 군만두)를 즐기기엔 선만후쫄보다는 만쫄을 추천. 입안의 느끼함을 쫄면의 매운맛이 싹 씻어주기 때문이다. 쫄면은 꽤 매운편이다. 그 누구도 불난 위장을 책임져주지 않을테니 본인 식성에 따라 무리하지 말고 맵기 정도를 선택하는 편이 현명할테다.
| 보영만두 북문본점
- 주소: 경기 수원시 장안구 영화동 288-23
- 전화: 031-255-1085
- 영업시간: AM09:00~AM05:00, 매월 첫째주, 셋째주 화요일 휴무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