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샤먼 구랑위의 꼭두각시인형극



 



 


구랑위의 대표적인 관광지인 호월원, 일광암, 백조원, 숙장화원, 피아노박물관을 구경하고 나니 목도 마르고 배가 고파왔다. 하긴.. 아침에 먹은 오징어완자꼬치 하나와 딸기 생과일주스 한 잔이 오늘 먹은 것의 전부이니 그럴만도 했다.다음 목적지인 오르골 박물관은 구랑위선착장을 지나 좀 더 섬의 오른쪽으로 가야한다. 


구랑위 선착장으로 걷고 있었는데, 신선한 오렌지를 압착기로 눌러서 바로 즙을 내어 주는 곳이 눈에 띄었다. 배고픔과 목마름에 지친 나는 15원을 내고 오렌지주스 1잔을 사서 근처 벤치에 앉아 한모금에 다 마셔버렸다. 한국에서 먹은 그 어떤 오렌지보다 달고 상큼한 맛. 이건 내가 목이 말라서 그런걸까 아니면 이곳의 오렌지가 원래 맛있는걸까?


 

구랑위선착장에서 다시한번 지도를 보고 오르골박물관(풍금박물관) 방향으로 걸었다. 선착장에서부터 골목으로 진입하기 전까지 호객꾼들이 여행안내를 해주겠다고 달려든다. 혼자서는 구랑위를 돌아볼 수 없다고 안내해주겠다고.. 막무가내.. 귀찮다. 그래서 귀찮은 표정으로 필요없다고 한 뒤 바삐 걸음을 옮겼다. 구랑위 섬 내에서도 비교적 번화하지 않은 후미진 느낌의 장소에 풍금박물관이 있었다. 섬의 오른쪽은 주로 현지인들이 사는 집들이 위치하기 때문에 가는 골목이 아까의 화려한 건물들과 다른 느낌이다. 오래된 집들과 빈집들..거기에 지나다니는 사람들까지 별로 없어서 좀 무섭기도 하다.

 

 

박물관 문 앞에서 표검사를 한다. 복무원이 딴 짓을 하고 있었는지 나와보질 않아서 건물 바로 앞에서 표검사를 하는 줄 알고 저 오르막을 한참 오르고 있었는데 뒤에서 '아가씨~ 표검사해야지~'하고 부른다. 다리아픈데 정말 귀찮다. 그래도 다른 방도가 없으니 올라온 길을 다시 내려가야했다. 오늘은 하루종일 오르락 내리락하기만 한다.


 

오래된 서양식 건물.. 관광객도 거의 찾지 않는 듯한 분위기와 얼된 건물에서 나는 퀘퀘한 냄새.. 왠지 관리가 잘 되지 않고 있는 느낌이 풍겨서 기분이 쎄하다.

 

 

 

안에는 창고처럼 대강 방치된 오래된 풍금들과 한때는 으리으리한 모습과 웅장함으로 분위기를 압도했을법한 대형 오르골이 있었다. 오래된 오르골 옆에는 이 오르골을 연주하는 영상이 나오고있다. 텅 빈 박물관에서 혼자 영상을 보고있자니.. 왠지 오싹하다. 먼지가 뽀얗게 앉은 풍금들을 모아둔 창고같은 풍금 박물관..통표에 포함되어있지 않았다면 아마 오지 않았을 것 같다.

 

 

 

 

풍금박물관을 나와 선착장쪽으로 다시 걷다보니, 뒤늦게 조카와함께 출발한 올케언니가 윤도항에 도착했다는 전화가 왔다. 오늘의 숙소는 중산로에 있는 한 호텔..내 이름으로 예약을 해뒀는데 2시 전까지 체크인을 해야했기에 걸음을 재촉해 유스호스텔에 들러 짐을 찾아서 윤도항으로 나가는 배를 탔다. 윤도항에서 호텔까지 걸어가는데 생각보다 거리가 많이 걸렸다. 체크인 후 짐을 대강 던져놓고 구랑위로 돌아와 언니와 조카를 만났다. 언니는 이미 몇년 전 샤먼 여행을 했었다. 그 때 갔던 온천이 좋아서 이번에 내가 여행 하는 시기에 맞춰서 같이 온천에 가기 위해 온거다. 샤먼을 왔었기에 구랑위도 당연히 구경을 했었다고 한다.

 

언니가 다시 구랑위에 온 이유는,바로 내가 여행계획을 세우던 중 발견한 구랑위 해천당구(하이티엔탕고우,海天堂构) 인형극과 남부음악 공연을 보기 위해서였다. 올케언니, 조카와 함께 공연을 볼 수 있는 하이티엔탕고우를 향해서 걸었다. 지도상에서는 맥도널드 옆 골목으로 해서 가면 금방이었는데, 문제는 이정표가 잘 되어있지 않다는 것과 내가 길치라는 것. 마지막 공연 시간이 촉박해서 마음이 급해왔지만, 주변에 물어물어 시간내에 잘 도착을 했다. 

 




 


이곳의 입장권은 118원이지만, 나는  타오바오에 점포를 열어둔 여행사를 통해 70원으로 할인받아 미리 티켓을 결제했었다. 여행사에서 유스호스텔에 맡겨둔 영수증을 어제 미리 수령해뒀었다. 그렇지만 입장권이라기엔 모양새가 수상해서 의아했었는데, 알고보니 이 영수증을 매표소에 내면 티켓으로 교환해주고 1관과 2관을 모두 구경할 수 있다고 한다. 어린이는 나이에 상관없이 키 110cm까지는 무료, 140cm까지는 반값, 140cm이상은 성인이랑 동일한 가격.


하이티엔탕고우 역시 구랑위가 조계지역이었던 시절의 건물이다. 티켓을 보여주고 이렇게 입장을 하면, 말끔하게 양복을 차려입은 직원이 열심히 설명을 해준다. 뭐라뭐라했는데, 역사는 어렵다. 하물며 중국어로 듣는 역사는 얼마나 어려울까! 그냥 인형극과 음악 공연하는 장소와 시간 등등만 기억난다.




  

 

가운데 있는 본관으로 들어가면 이렇게 구랑위를 방문한 유명인사들의 이름이 적혀있다. 등소평, 루쉰 등 우리에게도 많이 알려진 사람들의 이름도 많다. 본관에서 내려다본 입구와 부속 건물의 모습. 사진상에서 왼쪽(←)건물에서 공연을 볼 수 있다.

  

※공연시간

남부음악(南音表演): 10:00、11:00、12:00、14:00、15:00、16:00

인형극(木偶戏表演): 9:30、10:30、11:30、13:30、14:30、15:30、16:30

 

 

 

 

 

 

공연을 하는 건물 1층에서 인형극, 2층에서 남부민요 공연을 한다. 우리가 도착한 시간은 오후 4시 직전..  2층으로 올라가서 민요 공연을 먼저 보기로 했다. 대부분 중국 전통음악 하면 끼잉끼일 칭칭칭칭 챙챙챙챙 하는 경극 음악을 떠올리게 된다. 그래서 솔직히 이 공연은 기대를 하나도 하지 않고 있었다.


처음에 한 여성 연주자가 나와서 각각의 악기를 소개한다. 같은 아쟁, 비파라도 북방과 남방의 차이가 있다고 하나하나 설명을 해주는데, 몰랐던 사실이라 흥미가 생겼다. 그 후 남자 가수 한 명이 무대 가운데 서서 노래를 시작한다. 노래 가사가 있는 것이 아니라 '이이이이~'하나로 노래 시작부터 끝까지 하는데, 여자도 남자도 아닌 것 같은 목소리로 구슬픈 곡조를 뽑아낸다. 우리나라 민요와도 비슷한 느낌이다. 좋다.

 




관객은 우리를 포함해서 3팀 정도 있었는데, 공연매너가 꽝이었다. 잡담과 웃음은 물론이었고, 가수가 먼저 노래를 끝내고 들어간 뒤 연주가 이어질 때 무대로 올라가 우스꽝스럽게 따라하기도 하고..결국엔 남자 연주자에 의해 쫓겨 내려간 뒤 아예 밖으로 나가버려서 객석엔 우리 셋만 남았다. 앉아있는 내가 다 화끈거릴 정도였지만, 연주자들은 끝까지 멋있게 연주를 해 주었고 나는 정말 힘껏 박수를 보냈다. 조금 더 중국어가 유창했더라면, 조금 더 말을 유려하게 할 수 있었다면 다가가서 감동받은 내 마음을 표현할 수 있었을텐데..짧은 공연을 통해 아름다움과 감동은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에게만 찾아오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렇게 아름다운 음악이 주는 감동의 순간을 느끼지 못하고 흘려보낸 그 사람들이 불쌍하다.

 



 

 

 

 

10여분이 지난 뒤, 1층에 마련된 인형극 극장 객석에 앉아서 공연 시작을 기다렸다.

예상했던 것 보다 고급스러운 분위기의 내부.. 고풍스러운 분위기가 마음에 든다!


 


 

이 곳에서 공연하는 인형극은 손가락으로 인형을 움직이는 것인데, 이런 인형극이 가장 오래되고 유명한 곳이 바로 샤먼이라고 한다. 정말 화려한 손놀림! 인형들이 작은 주전자로 물도 따르고 담배도 핀다. 내용은 폭군(?)을 위해 다양한 묘기들을 보여주는 것.. 결국에 폭군은 죽는다는 내용. 공연이 끝난 뒤에는 인형극을 보여준 배우들이 나와서 직접 인형을 손에 끼고 움직이는 모습을 보여준다. 입이 다물어 지지 않는 손놀림! 정말 대단하다! 어른인 나와 올케언니도 이렇게 신기하고 재미있는데 아직 꼬꼬마인 조카는 오죽할까! 신나게 울고웃고..  공연을 모두 보고 나온 뒤, 우리 셋 다 또 공연 보고 싶다고 말을 했다. 70원의 행복! 기쁘다.

 








 

 

공연을 모두 본 뒤, 1관에서 나와서 맞은편의 2관으로 들어갔다.

2관 역시 조계시절의 건물이며, 한 중국인의 별장이었다고 한다. 물론 지금은 모두 개방되어 전시관으로 사용되고있다. 

 

 

 

 

흘러간 세월탓에 건물은 이미 낡아버렸지만, 당시의 화려하고 사치스러운 모습이 그려진다. 서양풍의 건물, 동양식 정원, 작은 노천극장이 마련되어있고, 또 한켠에는 극장을 내려다볼 수 있는 정자도 지어져있다. 혼란스럽기 그지없었을 개화기에 이 곳에 살던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하이티엔탕고우를 나와서 구랑위 쇼핑거리쪽으로 걸어가다보니 성당과 교회가 나왔다. 이 교회는 중국에서 처음으로 세워진 것이라고 한다.

시간이 늦어 안에 들어가볼 수는 없었지만, 아름다운 외향만큼 안에도 아름다울거라 예상해본다.




안녕채영

Seoul / South Korea Travel blogger & Wri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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