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여행이 좋은 건 익숙한 도시에서 마주치는 낯섦과 그로 인한 설렘 때문이 아닐까. 화려한 서울의 중심가도 아닌, 그렇다고 해서 익숙한 주택가도 아닌 골목을 걸으면 잠시나마 여행자가 된 기분이 든다. 문래동은 몇 년 전부터 예술가들의 마을로 조금씩 변화하고 있는 동네다. 철공소 밀집지역인 이곳에 자신들만의 공간을 꿈꾸는 이들이 하나 둘씩 모여들면서 새로운 이야깃거리가 피어나고 있는 것.
낡고 오래된 폐 공장을 개조한 예술가들의 놀이터가 아닌, 여전히 쇠를 다루는 이들이 뜨거운 땀방울을 흘리며 살아가는 노동의 현장이라는 점은 문래동을 더욱 특별하게 만든다. 살아있는 노동의 현장에 섬세한 예술가들의 감성이 어우러져 자아내는 독특한 분위기는 참 매력적이다. 문래동은 사진동호회 사람들과 블로거들이 찾아오면서 이곳은 ‘문래창작촌’이라는 이름으로 본격적인 입 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문래동을 구경하기 가장 좋은 요일은 철재상가가 문을 닫는 토요일 오후 3시 이후다. 문래동 창작촌을 여행하기 위해서는 지하철 2호선 문래역으로 가야 한다. 문래역 7번 출구로 나와서 2분 정도 걸으면 문래동에 왔음을 실감나게 하는 철공소가 하나 둘 모습을 드러낸다. 갈림길을 지나쳐 조금 더 걸으면 ‘카페 수다’라는 카페가 나온다. 카페가 위치한 건물 사이의 좁은 길로 들어가면 철강촌 사이에 자리잡은 젊은 예술가들의 작업실이 나타난다. 직접 만든 향초와 그릇을 빚는 사람들, 철강소에서 얻어온 철제로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작업실과 협업공간까지 좁고 투박한 골목에 있을 것 같지 않은 새로운 공간이 펼쳐지는 것이 놀랍기까지 하다.
이곳을 찾아오는 사람들이 늘어남에 따라 얼마 전부터는 작업실 사이사이에 작은 식당과 카페가 들어서기 시작했다. 가정식 메뉴를 선보이는 카페말랑이나 1만원대의 가성비 좋은 드라이에이징 스테이크를 선보이는 쉐프스마켓, 문래동을 대표하는 북 카페 치포리와 사진작업실 빛타래는 이곳을 빛나게 하는 보물이다.
문래동을 여행한다는 것은 어쩌면 낯선 곳을 탐험하는 데서 오는 설렘과 처음 만난 풍경 자체를 즐기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포탈사이트, 혹은 SNS에 올라온 사진만을 보고 문래동을 찾았다면 백이면 백 실망할 수 밖에 없다. 문래동은 준비된 사람에게만 그 본 모습을 보여주는 콧대 높은 곳이다. 문래동은 ‘노동’과 ‘예술’이라는 두 직업군의 사람들이 불편한 동거(혹은 공존)를 해오며 지금의 형태에 이른 곳이다. 때문에 문래동의 ‘핫플레이스’는 철공소 곳곳에 숨어 있고, 낯선 골목을 오랜 시간을 두고 산책할 여유가 있는 사람들만이 찾아낼 수 있다. 또 그렇게 발견한 가게나 작업실, 벽화의 가치도 그곳을 진심으로 이해하고 느끼는 사람들만이 알아볼 수 있다.
문래동 여행의 테마는 크게 두 가지다. 벽화와 조형물이 그려진 골목을 산책하는 것과 공장 지대 속에 숨어있는 예술가들의 둥지를 구경하는 것. 어느쪽을 먼저 둘러볼 것인지는 오롯이 여행자의 몫이다. 그저 발길 가는대로, 마음 가는대로 가면 그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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