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켓몬GO 열풍이 거세다. 적어도 내 주변에서만큼은. 마침 홍군의 전 직장동료가 양양에서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고 있어서 양양을 거쳐 속초에 가기로 했다. 양양은 군부대 행사 진행할 때 한 번 가본 것이 전부였다. 일주일 동안 강원도를 여행할 때도 그냥 지나쳤다. '매력 없어보이는 곳'. 그게 그동안 양양을 바라본 내 시선이었다.
포켓몬을 잡기 위해 하조대에 갔다. '내가 바다에 가면 비가 온다'는 징크스는 이번에도 어긋나지 않았다. 화창한 여름 동해바다는 언제쯤 날 반겨줄까. 그곳에 푸른 하늘은 없었지만 포켓몬만은 나를 반겨줬다. 처음으로 포켓몬 사냥에 나선 포켓몬 트레이너에게 잡힌 운 없는 녀석은 뿔충이. 실제로 존재하지 않지만 그곳에 분명히 있는 포켓몬을 잡는 것이 꽤 재미있었다. 계속해서 출몰하는 포켓몬을 잡는데 신이난 우리는 나옹이의 그림자를 따라서 하조대 등대까지 걸어갔다. 하조대 등대에서 본 전망이 정말 멋졌다. 거친 파도와 바위가 사뭇 남성적이라 느껴졌다.
하조대 해수욕장에 왔으니 하조대 구경은 해야겠다 싶어서 다시 차를 타고 하조대로 갔다. 정자를 향해 올라가는 길, 포켓몬GO에 낯익은 그림자 하나가 나타났다. 저 아래 관광안내소 옆에서는 한 무리의 청년들이 호들갑을 떨고 있었다. 가만히 이야기를 들어보니 피카츄가 나왔단다. 피카츄를 잡는데 빠질 수는 없지! 하조대를 향해 올라가던 발걸음을 돌려 다시 관광 안내소로 내려갔다. '지잉~' 진동이 울리고 내 스마트폰 화면에도 녀석이 나타났다.
피카츄를 잡고 나서 다시 정자로 올라갔다. 하조대 정자는 포켓스탑이자 포켓몬 체육관이었다. 체육관을 차지한 트레이너와 결투를 벌인 끝에 체육관을 차지했다. 30초의 영광! 금세 빼앗겨버린 체육관장의 자리지만 덕력을 충만하게 끌어올리기엔 충분했다.
피카츄를 잡아서 뿌듯해진 마음을 안고 홍군과 나는 포켓몬GO 핫스폿이라는 낙산사로 내달렸다. 낙산사는 이미 소문을 듣고 몰려온 포켓몬 트레이너들로 북적였다. 포켓 스탑이 집중적으로 몰려있어서 포켓볼을 무한 수급할 수 있다는 이곳은 속초의 엑스포 공원 못지 않은 포켓몬GO 핫스폿이다.
명승지의 힘은 게임을 잠시 잊게할 만큼 컸다. 우리는 핸드폰을 잠시 내려놓고 낙산사 구경에 나섰다. 낙산사에서 홍련암 관음굴로 가는 해안 언덕에 있는 의상대에 올라 드넓은 동해바다를 보니 막힌 가슴이 뻥 뚫리는 것 처럼 상쾌했다. 꿈틀대는 힘과 기개가 느껴졌달까.
홍련암과 관음상을 둘러보고 조금 더 포켓몬을 잡다가 나왔다. 속초로 넘어가 간단히 점심을 먹고 나서 본격적인 포켓몬 사냥에 나설 참이었다.
바보같이 카메라만 챙기고 여분의 배터리와 충전기를 집에 두고왔다. 그나마 카메라게 끼워진 배터리도 붉은 경고등이었다. 덕분에 오랜만에 사진 한 컷의 소중함을 느꼈다. 꼭 어릴적 필름 카메라를 가지고 놀 때 생각이 났다. 한장 한장이 어찌나 소중한지. 다음에 언젠가 다시 양양에 가야겠다. 매력적이고 포켓몬도 많으니까. 그때는 보조배터리를 든든하게 챙겨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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