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성로 우동불고기 포장마차골목, 뜨거운 인생 한 모금

‘한 바퀴 돌면 탱크 한 대쯤은 뚝딱 나온다’고 할 만큼 전성기를 누렸던 대구 북성로 공구골목. 하지만 산업화 시기가 지난 지금은 오랜 불황 탓에 한산하기만 하다. 오후 6시 무렵 공구상가의 간판이 모두 꺼지면 북성로 골목은 연탄석쇠불고기와 우동, 술을 파는 포장마차가 차지한다. 

15개 남짓 되는 우동불고기 포장마차들은 북성로 곳곳에 포진해있다. 게다가 해가 진 뒤에는 컴컴해서 찾기도 쉽지 않다. 초행길이라 도무지 어디로 가야 할 지 모르겠다면, 가장 많은 수의 포장마차가 모여 있는 북성로 서쪽 대구은행 북성로 지점부터 시작하면 된다. 

포장마차의 메뉴는 연탄불고기와 우동 단 두 가지뿐이다. 메뉴가 단촐하니 주문도 쉽다. “불고기 작은 거에 우동 하나”면 끝난다. 불고기 작은게 5천원, 우동이 3천원이니 만원이 채 되지 않는다. 어딘가에서 1차로 술을 한잔 걸치고 왔더라도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이라 그런지 우동불고기 골목은 이미 1차로 술자리를 마치고 나서 2차로 찾는 사람이 더 많단다. 

포장마차들이 영업을 시작하면 연탄불에 고기 굽는 냄새가 포장마차 비닐을 뚫고 나가 북성로 골목을 가득 메운다. 연탄불고기는 주문이 가면 그 때부터 굽기 시작한다. 육질이 썩 좋은 편은 아니기 때문에 그때그때 조금씩 주문해서 불향을 느끼며 먹는 편이 낫다. 지글지글 구워 불맛 가득한 연탄불고기는 치열하게 보낸 하루를 마무리하기에 딱이다. 연탄불에 달달 구워진 그 모습이 꼭 지쳐버린 나를 보는 것 같기도 하다. 연탄불고기 한 점 곁들여 삶의 찌질함을 노래하기엔 역시 소주만한 게 없다. 연탄불고기에 소주가 단짝이라 불리는 건 그래서인지도 모르겠다. 

푸짐하게 말아낸 우동 한 그릇은 맵고 뜨거운 인생의 맛이다. 차가운 현실에 꽁꽁 얼어버린 마음도 뜨끈한 국물 한 모금이면 사르르 녹아내린다. 달콤한 고기 한 점에 하루를 돌아보고, 소주 한 모금에 푸념을 늘어놓고, 뜨거운 국물로 모든걸 후루룩 넘겨버릴 수 있는 북성로. 매일 밤 북성로 포장마차에 희망을 꿈꾸는 사람들이 찾아오는 이유가 아닐까.

북성로 우동돼지불고기 포장마차골목

주소= 대구광역시 중구 북성로2가 일대

주요 메뉴= 연탄불고기 5천 원~2만 원, 우동 3천 원, 주류 3천 원~6천 원


안녕채영

Seoul / South Korea Travel blogger & Wri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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