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롱베이 패키지, 비경관광과 스피드 보트 투어

여행은 어디를 다녀오느냐 보다 어떤 사람과 함께 했는가가 더 중요한 것 같다. 함량미달의 가이드 때문에 유쾌한 여행이라기엔 많이 부족한 시간을 보냈지만, 그래도 다행인 것은 하롱베이만큼은 기대했던 만큼 좋았다는 것이다. 물론 하롱베이를 유명하게 만든 대한항공CF 속 물안개 피어오르는 모습은 볼 수 없었지만, 세계자연유산의 위엄을 느끼기에는 충분했다.

아침 일찍 일어나 간단히 조식을 먹고, 쇼핑 센터에 갔다. 히노끼 관련 제품을 판매하는 곳이었는데, 영업실장의 화려한 언변과 가이드의 부추김에 패키지 참가자들은 하나 둘 뭐 살 것은 없는지 살펴보았고 치약이나 히노끼 오일 같은 것을 구입하곤 했다. 물론 판매 가격은 국내에서 구입하는 것 보다 배로 비쌌다. 재미있는 것은 나와 어머니에게는 뭔가를 사라는 부추김이 없었는데, 아마 젊은 사람이 옆에 있으면 어짜피 사는 것을 말릴테니 굳이 말을 꺼내지 않는 듯 했다. 쇼핑이 끝난 뒤 가이드는 기분이 좋은 듯 했다. 유람선에 올라탄 뒤에도 그의 기분은 한층 고조되어 있었는데, 어김없이 자기 자랑을 비롯한 영양가 없는 이야기를 늘어놓는 탓에 그의 기분이 좋아질 수록 나의 기분은 가라앉아만 갔다.

하롱베이 관광은 유람선을 타고 하루종일 이 섬, 저 섬 돌아다니고, 종종 작은 배로 옮겨 타서 곳곳에 숨겨진 비경을 보는 형태다. 약 3천여 개의 섬과 바위, 석회동굴이 모여있는 하롱베이의 모습은 그동안의 마음고생을 잊을 만큼 멋졌다. 섬의 가까운 정도에 따라 그 실루엣이 짙어지고 흐려지기에 꼭 그림을 그려놓은 것 같기도 했다. 다행히 하늘은 맑았고, 바람도 적당히 불었다. 배 위에서 유유자적 하기에 이보다 더 좋을 수 있을까?

▲키스바위

▲향로섬과 20만동

셀 수 없이 많은 기암괴석이 자리한 하롱베이지만, 그 중에서도 이름난 바위는 있었다. 첫째로 트롱 마이 아일릿(Trong Mai Islet), 둘째로 딘 흐엉 아일릿(Dinh Huong Islet)이다. 이 두 바위는 본래의 이름 보다 별명이 더 유명하다.'진실한 사랑'이라는 뜻을 지닌 트롱 마이 아일릿(Trong Mai Islet)은 그 모습이 꼭 닭이 키스하는 것 처럼 보인다고 해서 키스하는 닭(The kissing cocks) 또는 수탉이 싸우는 모습 같다고 해서 싸우는 닭(The fighting cocks)라고 불린다. 우리나라에서는 조금 더 줄여서 '키스바위'로 설명한다. 딘 흐엉 아일릿은 향로섬(Incense Burner Islet)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고, 20만동(VND200,000) 지폐 뒷면에 삽입된 것으로 유명하다.또다른 이름으로는 루 흐엉 아일릿(Lu Huong Islet)이라고 부른다고.

▲유람선 주변으로 노를 저어와서 과일을 팔기도 한다. 대부분 $1 정도면 살 수 있다.

저가 패키지 상품에는 스피드보트, 비경관광, 씨푸드(또는 회)가 옵션으로 되어 있다. 옵션 관광 비용으로 책정된 금액대는 현지 물가에 비해서 비싼 것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주 몹쓸 가격대인 것도 아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1번 즐기기에 나쁘지 않은 가격이라고 생각한다. 게다가 하롱베이에서 비경관광을 하지 않으면 배 안에 남아서 매우 지루한 시간을 보낼 수 있으므로 웬만하면 하는 쪽으로.

선택관광비는 현장에서 가이드에게 직접 지불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단체인 경우에는 대리점에서 상품을 예약할 때 단체 가격으로 할인 받아 사전 지불 할 수도 있다. 우리는 인원이 많기 때문에 비경관광과 씨푸드 옵션을 사전 예약해두었고, 스피드보트는 현장에서 지불했다. 선택관광을 하지 않을 때 눈치를 준다거나 하는 것은 가이드의 성향에 따라 다를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갔던 패키지의 가이드는 굉장히 눈치를 줬고, 하롱베이 관광 전날부터 직전까지 계속해서 설득했으며 사전 예약했다는 말에 싫어하는 티를 굉장히 많이 냈다. 만약 선택관광을 하지 않아서 불이익을 받았다면 패키지 담당 여행사에 컴플레인을 넣는 것도 좋은 방법이겠다.

자의거나 타의거나 상관없이 돈을 냈다면 즐길 수 있는 만큼 즐기는게 답이다. 하롱베이 비경 관광은 작은 나룻배로 옮겨타는 것으로 시작했다. 하지만, 배에 가이드가 같이 타지 않은 데다가, 가이드는 우리가 배를 타고 둘러볼 곳이 어디인지 설명해주지 않았기에 정작 배를 타고 구경할 때는 여기가 어디인지, 왜 둘러보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아쉬움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컸지만, 분위기만큼은 참 좋았다. 

섬이 빼곡하게 들어차 파도 하나 없는 잔잔한 바다를 둘러보는 것이 슬슬 지겨워질 때 쯤 두번째 옵션인 스피드보트를 탔다. 빠른 속도로 내달리는 보트는 스트레스를 모두 날릴 만큼 시원시원했다. 스피드보트 투어에는 중간에 나룻배를 갈아타는 일정이 포함되어 있는데, 배를 갈아타고 향하는 곳은 항루온(Hang Luon, Luon cave)이다. 항루온 커다란 바위섬에 난 작은 동굴로, 수면에서의 높이가 2.5m에 불과하기 때문에 만조가 아닐 때 작은 배를 타야만 통과할 수 있다. 

동굴을 통과하면 석회암석으로 둘러쌓인 잔잔한 호수에 도착하는데, 이곳에서는 야생 황금 원숭이를 볼 수 있다. 높은 암석에 둘러쌓인 호수가 자아내는 비경은 영화 관계자들이 먼저 알아봤다. 007 네버 세이 네버 어게인(1983)의 촬영지로 활용되었던 것이다. 영화에서는 모터보트를 타고 멋진 추격전을 펼치곤 하는데, 실제로는 항루온을 통과할 때 모터가 달린 배를 이용할 수 없어서 촬영전 보트를 분해한 뒤, 안에 들어가서 다시 조립해서 촬영했다고 한다.

▲스피드보트 투어를 마치고 유람선으로 돌아가는길, 수상마을을 볼 수 있었다.


안녕채영

Seoul / South Korea Travel blogger & Wri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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