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리즈번 그린 비콘 브루잉(Green Beacon Brewing),1920년대 창고에 숨어든 크래프트 비어 양조장

안녕채영 · 2016. 1. 7. 22:00 Oceania/Australia ·

오래된 창고와 번쩍이는 스테인리스 탱크, 물기가 송송 맺힐 만큼 차가운 맥주. 이보다 더 멋진 조합이 있을까? 브리즈번 교외의 부티크 브루어리 바 그린 비콘(Green Beacon)은 그 모든 것을 갖춘 매력적인 공간이었다. 별다른 장식도 없이 붉은 벽돌만을 켜켜이 쌓아 지은 창고는 그 자체로 빈티지다. 연식도 오래됐다. 무려 1920년대에 지어졌단다. 올리다 만 듯한 셔터 안쪽으로는 커다란 스테인리스 맥주 탱크가 줄을 지어 번쩍이고 있었다. 이곳저곳 널려있는 플라스틱 의자까지도 멋스럽게 느껴지는 곳. 심지어 여기서 파는 맥주는 끝내주게 맛있다. 확실히 치명적인 곳이다.

그린 비콘에서 맛볼 수 있는 맥주는 꽤 많다. 맥주는 상시 제공되는 기본 맥주 6종에 시즌 맥주 4종, 스페셜 4종이 있다. 그 중 스페셜 1종(Grappler)를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에일 맥주다. 각각의 맥주가 지닌 향이 섬세하고 짙은데다가 신선함까지 갖추고 있어서 아무리 시원한 청량감이 느껴지는 라거 맥주를 선호하는 사람이라도 이곳의 에일 맥주에는 반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기본맥주 종류 Core Range

■ 3 Bolt Pale(American Ale/4.5%): AIBA2014-2015, Royal Old Shaw2014에서 실버메달, CBA2015에서 골드메달을 받은 맥주다. 신선한 망고와 오렌지, 패션푸르츠를 떠올리게 만드는 상큼한 맛이 일품이다.

■ Cross Knot Kolsch(Kolsch/4.5%): 선명한 금색을 띄는 에일맥주로 독일풍의 깔끔하고 드라이한 끝맺음이 특징이다. Royal Qld Show 2014 실버메달, AIBA2015 및 CBA2015 브론즈메달을 받았다.

■ Mainstay Amber(Ale/3.7%): 뉴질랜드 홉을 사용한 에일맥주로, 블랙커런트, 캬라멜, 소나무 등의 아로마가 특징이다.

■ Penny Porter(British Ale/5.5%): 다섯가지 스페셜 몰트를 사용해서 짙은 검은색을 띠는 브리티시 에일. 묵직한 바디감과 드라이한 끝맺음이 특징이며, 다크초콜렛, 커피, 약간의 바닐라향이 느껴진다. AIBA2015과 Royal Qld Show2014에서 실버메달을 받았다.

■ Wayfarer USA(American Ale/4.9%): 부드러운 맥주맛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어울리는 맥주. 열대 과일과 약간의 코코넛향이 느껴진다. CBA2015에서 골드메달, AIBA2015 실버메달을 받았다.

■ Windjammer IPA(American Ale/6%): 6종의 맥주 중에서 가장 높은 도수를 자랑한다. 높은 도수만큼이나 밸런스도 강한 편. 수상은 2015 CBA 실버메달, 2014-2015 AIBA 동메달.

그린 비콘 브루어리에서 갓 만든 신선한 맥주는 그 자리에서 바로 마실 수도 있고 테이크어웨이 할 수도 있다. 맥주를 가져갈 때는 전용 병에 담아주는데, 이 병이 참 예쁘다. 병이 탐나서라도 꼭 테이크어웨이 하고 싶어질 정도로. 마음 같아서는 뽁뽁이를 돌돌 말아서 한국까지 가지고 오고 싶었지만 홍콩을 경유해서 인천까지 무사히 가져올 자신이 없어서 포기했다. 아마 다시 그 때로 돌아갈 수 있다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가지고 오고 말 테다. 그린 비콘의 맥주는 완제품(캔)으로도 판매된다. 브리즈번 곳곳에 위치한 보틀숍에서 구입할 수 있으며, 정확한 판매처는 홈페이지를 확인하면 알 수 있다.

이곳에서는 퀸즐랜드의 해산물을 사용해서 만든 해산물 요리도 판매한다. 그린 비콘의 맥주에 가장 잘 어울리도록 개발된 메뉴라고 하니 마침 출출하다면 맥주와 함께 곁들여 볼 것. 만약 메뉴판의 메뉴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살짝 옆쪽을 살펴보자. 피자나 윙을 파는 푸드트럭이 숨어있을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