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만에 다시 찾은 홍콩 스탠리마켓 Hong Kong Stanley Market

3년만에 스탠리에 갔다. 나는 그동안 이렇게나 많이 달라졌는데, 참 변함없이 그 모습 그대로더라. 내게 스탠리는 한순간 마음을 사로잡는 화려함은 부족하지만 은은하게 스며들어 종종 생각나는 곳이었다. 사람이나 여행지나 한결같다는 건 참 좋은 거다. 연애때와 결혼 후가 한결같은 나의 반쪽처럼 이곳도 그때와 다름없이 같은 느낌. 좋고 또 편안했다.

3년만에 다시 찾아온 스탠리였지만 우리는 언제나 그래왔다는 듯이 자연스럽게 골목을 찾아 들어갔다. 변함 없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곳도 있고, 새롭게 문을 연 가게도 있었다. 3년 전에는 발견하지 못했던 뒷골목의 벽화도 발견하고 재미있는 기념품이 없나 살펴보기도 하고. 

언제나처럼 날씨는 흐려서 바다는 멀리서 구경만 하고.

예전의 추억을 떠올리며 재잘거리다보니 3년 전 피쉬 앤 칩스와 맥주를 마셨던 이름 모를 가게가 떠올랐다. "예전 그 가게가 아직 있을까?" 작은 설렘을 안고 메인 스트리트를 걸어보았지만 우리의 추억 속 가게는 이미 그 자리를 떠나고 없었다. 다시 돌아온 거리의 초입, 푸른 바다색 보트하우스가 눈이 아플 정도로 밝은 노란색으로 옷을 갈아입은 모습에 새삼 시간이 많이 흘렀음이 느껴졌다. 

추억의 장소가 사라졌다면, 또다른 추억을 만들면 될 일이다. 지금의 우리가 그때의 우리보다 조금 더 나은 사이가 되었듯이, 더 좋은 추억을 만들면 그만이라고. 우리는 $88 블랙앵거스 메뉴를 내건 피클드 팰리컨에 들어갔다. 마침 2층 창가에 자리가 있었다. 날씨가 꿀꿀해서 테라스에 앉기 애매했는데 마침 잘된 일이었다.

사실 이날 비행기에서 비빔밥 기내식을 먹고 약간의 위경련을 겪었던터라 메뉴를 고르는게 조금 힘들었다. 마음은 '고기! 고기!', '튀김! 튀김!'을 외쳤지만, 머릿속에서는 '그걸 먹으면 넌 분명 응급실에 가게 될거야'라고 경고음을 울려대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내 마음 속에서 벌어진 천사와 악마의 싸움은 악마의 승리에 가깝게 끝났다. 속을 달래기 위한 펌킨 스프를 함께 주문했으니 꼬마 악마의 꾐에 넘어갔다고 치자. 

치즈가 듬뿍 들어간 펌킨 스프는 위장 보호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고, 덕분에 나는 바삭한 피쉬 앤 칩스와 고소한 스테이크 그리고 약간의 맥주를 편안하게 즐길 수 있었다. 레스토랑에서 내건 미끼메뉴인 $88짜리 호주산 소고기 스테이크는 약간 오버쿡 된 느낌이었지만 피쉬 앤 칩스가 추억의 맛과 비슷해서 전체적으로 괜찮은 식사였다. 

식사를 마치고 나와서 스탠리에 작별인사를 했다.

"안녕 스탠리. 언제 다시 올 지는 모르겠지만 그 때까지 변함 없이 이 모습 그대로 있어줘."


안녕채영

Seoul / South Korea Travel blogger & Wri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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