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빛 삼척 바다를 만끽하며 달리는 해양레일바이크, 민속 신앙이 깃든 이색적인 분위기의 해신당 공원, 태고의 신비로움을 간직한 환선굴.
바다와 동굴의 도시 삼척에서 만날 수 있는 세 곳의 여행지를 소개해본다.
사방이 막혀 있는 일반 기차와 달리 뻥 뚫려 바다를 보며 달리게 돼 있는 삼척 해양레일바이크! 삼척의 해양레일바이크는 총 5.4㎞의 넉넉한 코스 길이와 솔숲과 바다가 어우러진 분위기가 좋다. 맞은편에서 다가오는 바이크에 풍경이 가려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면 용화정거장에서 궁촌정거장으로 향하는 노선을 추천한다.
코스 구성은 ‘용화정거장→용화터널(환영)→초곡2터널(신비)→초콕1터널(황영조터널)→초곡휴게소→해송길(원평해수욕장)→궁촌정거장’이며 중간의 초곡휴게소에서 즐기는 휴식이 꿀맛이다. 또 각각의 터널마다 다른 주제로 조명과 레이저를 활용한 볼거리가 만들어져 있어 재미있고, 오르막에서는 바이크가 전기를 이용해 움직이기 때문에 거리에 비해 소모되는 에너지는 적은 편이다. 목적지에 도착한 뒤에는 레일바이크를 타는 모습이 촬영된 사진을 구입할 수도 있다. 1장에 5,000원이라는 가격이 조금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추억을 담은 기념품이라고 생각하면 그리 아깝지 않은 가격이다. 만약 레일바이크 체험을 마치고 출발지로 돌아가야 할 경우에는 무료로 제공되는 셔틀버스를 이용하면 편리하다.
삼척 해양레일바이크를 체험했다면 레일바이크 용화정거장에서 남쪽으로 약 5㎞ 떨어진 지점의 해신당 공원으로 이동해보자. 이색적인 분위기의 해신당 공원은 이곳에 세워진 사당인 해신당의 전설에 기반을 둔 ‘남근숭배사상’을 테마로 한 성(性) 민속공원으로 이 지역의 ‘남근숭배사상’의 기원이 된 전설의 내용은 이러하다.
“옛날 신남마을에 결혼을 약속한 애랑과 덕배가 있었다. 어느 날 애랑은 물질을 하기 위해 애바위에 내리게 되고, 갑자기 불어난 파도와 심한 강풍에 애랑은 결국 바다에 빠져 죽게 된다. 이때부터 고기가 잡히지 않고 사고가 끊이지 않자 한 어부가 홧김에 바다를 향해 소변을 보고 출항을 했는데 그날 그의 어선만 만선으로 돌아왔다고 한다. 이후 사람들은 죽은 애랑의 원혼을 달래고자 향나무를 남근 모양으로 깎아 제사를 지내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러한 전설 때문에 해신당 공원에는 ‘남근’을 표현한 다양한 조각 작품들이 전시돼 있으며, 어촌민속전시관, 습지생태공원 등의 볼거리도 함께 마련돼 있다.
해신당 뒤편으로 펼쳐진 시원한 삼척의 바다는 이곳이 가진 또 다른 매력이기도 하다. 재미있는 것은 국내의 ‘성(性)’을 주제로 한 공원들이 19세 이상 입장 가능인데 반해 해신당 공원은 따로 연령 제한이 없다는 것이다. 아마도 이곳에 전시된 남근 조각은 ‘성(性)’ 자체를 주제로 하고 있는 다른 공원들과 달리 위험한 바다를 터전으로 사는 어촌의 삶에서 비롯한 토테미즘의 산물이기 때문일 것이라 추측해본다. 그래서일까? 해신당 공원에서는 남근 조각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가족과 연인같은 진풍경을 어렵지 않게 목격할 수 있다.
바다 가까이에 해양레일바이크와 해신당공원이 있다면 삼척의 산자락에는 5억만 년의 신비를 간직한 환선굴이 있다. 2002년 21개국 53개 도시 및 단체가 참가한 세계 최초의 ‘동굴 엑스포’를 개최하기도 한 삼척시는 83개의 동굴이 산재해 있는 ‘동굴도시’이기도 하다. 그 중 백두대간의 줄기인 덕항산 기슭에 위치한 환선굴은 동양최대의 석회동굴로 관람시간만 1시간 30분에 달하는 장대한 규모와 세차게 굽이치는 계곡, 굉음을 내며 쏟아져 내리는 폭포수 등 다양한 볼거리를 자랑하는 가장 인기 있는 동굴이다. ‘마리아상’, ‘만리장성’, ‘미녀상’ 등의 이름이 붙여진 종유석에서 그 모습을 찾아 보는 것과 하트모양이 선명한 싱크홀 ‘사랑의 맹세’앞에서 연인과 함께 영원한 사랑을 기도하는 것은 환선굴 관람에서 빼놓을 수 없는 묘미다.
대중교통 이용시에는 삼척종합터미널에서 대금굴/환선굴행 좌석버스를 이용하면 되고 소요시간은 약 50분이다. 환선굴 입구에 도착한 뒤에는 자체 운행하는 모노레일을 이용하면 좀 더 쉽게 환선굴을 관람할 수 있으며, 함께 위치한 대금굴을 관람하기 위해서는 대금굴 사이트(http://samcheok.mainticket.co.kr)에서 반드시 사전에 예매 해야 한다.
삼척에 왔다면 삼척항 인근의 새천년도로에 위치한 동아식당(강원도 삼척시 정하동 125-1, 022-574-5820)에서 뜨끈한 물곰탕 한그릇으로 식사를 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물곰탕은 동해안의 별미로 보통 겨울에 맛보는 것을 진미로 치지만 요즘에는 사계절 인기있는 음식이다. 물곰은 ‘곰치’, ‘물메기’등으로도 불리는데 수저로 떠먹어야 할 정도로 미끄덩한 질감과 감칠맛에 호불호가 갈리기도 하지만 저녁 술안주, 아침 숙취해소용으로는 이만한 것이 없다. 단, 이곳에서 물곰탕을 맛볼 수 있는 것은 당일 어선에서 물곰이 잡혀서 들어왔을 경우에만 가능하다니 참고하자.
물곰탕이 입맛에 맞지 않는다면 삼척 대게도 좋다. 삼척은 동해안의 타 지역에 비해 대게가 많이 잡히는 지역으로 그만큼 가격도 저렴한 축에 속한다. 삼척에는 대게 요리를 먹을 때는 삼척대게(강원도 삼척시 정하동 125, 033-572-2431) 등의 대게 센터에서 대게를 직거래로 산 다음 근처 식당에 가져가 상차림비를 내고 식사를 하면 된다. 살이 통통하게 오른 대게도 별미이지만 게딱지에 비벼주는 밥의 맛이 일품이다. 만약 대게의 가격이 부담스럽다면 가격 대비 훌륭한 홍게도 추천할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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