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 난징동루, 밤에 더 아름다운 상하이 보행자거리


예원상가를 한참 구경하다보니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우산이 없던 우리는 길에서 우산을 살 것인지 호텔로 돌아갈 것인지를 택해야만 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됐다. 호텔로 돌아가던 중 빗방울이 거세져서 비닐우산을 하나 샀고, 그대로 길을 잃어버렸다. 설상가상 호텔 방향인 줄 알았던 길은 알고보니 정 반대로 향하는 길이었고, 가도가도 끝이 나오지 않는 길에서 여기가 어딘지, 어디로 더 가야하는지 모르는 상황까지 되어버린 것. 한참을 걷다보니 동방명주가 눈 앞에 나타났다. 조금만 걸으면 와이탄이라는 생각에 이왕 이렇게 온 거 야경이나 보자는 생각에 계속 걸었다. 강가는 추웠고, 바람은 매서웠다.

우여곡절 끝에 와이탄의 랜드마크라는 페어몬트 피스 호텔에 도착했다. 로비라운지에 잠깐 앉아 꽁꽁 언 몸을 녹이고 나니 배가 꼬르륵 신호를 보내왔다. 부랴부랴 와이탄 주변에 먹을만한 식당을 검색해봤지만 마땅한 곳이 없었다. 한숨만 푹푹 내쉬던 우리는 결국 난징동루까지 다시 걷기로 했다. '따뜻한 훠궈를 파는 곳이 한 군데는 있겠지..'

차디찬 강 바람을 몇 시간이나 맞으며 걸었더니 가끔 불어오는 바람에도 몸이 으슬으슬 추웠다. 와이탄에서 난징동루 입구로 넘어가는 길목에서 포에버21 매장을 발견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매장 안으로 들어가서 목도리를 하나씩 집어 들었다. 계산 하자마자 택을 떼어내고 목에 둘둘 감았다. 그제야 좀 살 것 같았다.

따뜻함을 장착한 우리의 앞길은 거칠 것이 없었다. 마침 바로 코 앞이 난징동루였다. 상하이에서 가장 화려한 거리라는 난징동루. 그러고보니 여러번의 상하이 여행에도 불구하고 난징동루에 간 것은 처음이었다. 번쩍 번쩍 화려한 조명이 밝혀진 거리는 대낮처럼 환했다. 커다란 네온사인이 걸려있는 모습이 꼭 홍콩의 어느 거리 같기도 했다. 높은 빌딩과 화려한 불빛, 활기 넘치는 사람들을 보니 그제야 좀 살 것 같았다. 어쩔 수 없는 서울 남녀다.

난징동루는 보행자 전용 도로다. 차가 다니지 않는 대신 거리의 끝에서 끝까지 운행하는 꼬마열차(1인 5元)가 있다. 거리에는 수많은 호텔과 대형 쇼핑몰, 레스토랑이 빼곡하게 모여있다. 래플스시티와 신세계백화점, 브릴리언스 스마오 인터내셔널 플라자가 모두 여기에 있다. 거리의 끝에는 상하이에서 제일 큰 광장인 '인민광장'이 있다. 

목이 따뜻하다는 것은 조금 더 걸을 수 있다는 뜻이다. 세차게 불어오던 바람도 조금 잦아들었다. 빗방울을 촉촉히 머금은 거리는 건물에서 내뿜는 화려한 조명을 그대로 반사하고 있었고, 어쩐지 로맨틱한 기분에 쉽싸인 우리는 꼬마열차를 뒤로 하고 인민광장을 향해 걸어보기로 했다. 남편은 이곳의 분위기가 썩 마음에 드는 눈치였다. 

1/3정도 걸었더니 난징동루의 상징이라는 I♥SH 지오다노 매장이 나타났다. 지오다노 매장과 같은 건물에 있는 Seventh Heaven Hotel은 우리가 숙소를 정할 때 잠깐 염두해뒀던 호텔이다. 물론 좋지 않은 후기를 보고 바로 마음을 접었지만. 관광객답게 우리는 이곳에서 사진을 찍었다. 우리처럼 여행을 온 듯한 중국인 커플이 사진을 찍고 있기에 사진을 좀 찍어달라고 부탁했다. 그리고 또다른 한국인 커플을 발견해서 또 사진을 찍었다. 한국 사람들 끼리는 선호하는 구도가 비슷하다. 어떻게 찍어달라고 말하지 않아도 엇비슷하게 나온다. 우리도 그들이 찍어준 사진이 마음에 들었고, 그들도 또한 그랬다. 행복한 결말이다.

뿔이 두개 나 있는 듯한 건물은 브릴리언스 스마오 인터내셔널 플라자(Brilliance Shimao International Plaza, 百联世茂国际广场)다. 건물을 지나 조금 더 걸어가면 상하이에서 제일 큰 규모의 식료품 판매 매장인 상하이제일식품상점(上海第一食品商店)이 있다. 식품상점에서는 중국 토산물부터 수입식품까지 다양한 식료품을 판매한다. 거리의 끝쪽에는 인민광장역이 있다. 그리고 그 옆에는 한국계 백화점인 신세계 백화점이 자리한다. 신세계백화점 지하의 릴리안케이크는 여행자들 사이에서 아주 인기 있는 베이커리다. 가장 유명한 것은 에그타르트인데, 페스츄리 형태로 만드는 포르투갈(또는 마카오)식이다. 차갑게 먹어도 맛있으니 하나쯤 맛보는 것도 좋을 것.

계속해서 걷다보니 브릴리언스 스마오 인터내셔널 플라자(Brilliance Shimao International Plaza, 百联世茂国际广场)에 도착했다. 이곳은 난징동루에서 유일하게 명품 쇼핑을 할 수 있는 백화점이다. 입점한 명품 브랜드만 해도 150개가 넘는다고 한다. 우리가 이곳을 찾아간 이유는 이 건물 8층에 있는 훠궈 식당 달러샵(Dolar Shop, 豆捞坊, 도우라오팡)에 가기 위해서였다. 건물이 워낙 높기도 하고, 1층에 아시아 지역 최초의 엠앤엠월드(M&M World)까지 있어서 찾기는 어렵지 않았다.

엠앤엠 매장에 들어서자마자 달달한 향이 가득했다. 알록달록 예쁜 색깔의 초콜렛이 까꿍하고 갖가지 MD상품이 진열되어 있었다. 상하이 매장 한정 MD가 있다기에 괜찮은 MD상품이 있으면 하나 정도 사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별로였다. 빠르게 구경하고 훠궈를 먹으러 이동했다.

난징동루(남경동로, 南京东路)

상하이 지하철 1·2·8호선 인민광장(人民广场, PEOPLE'S SQUARE)역 5·6번 출구로 나와서 직진

| M&M World Shanghai

매일 10:00-22:00  




안녕채영

Seoul / South Korea Travel blogger & Wri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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