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 예원상가, 비오는 날의 상하이 산책(Shanghai Yu Garden)


처음 예원상가에 갔던 건 스물 두살의 여름이었다. 기억나는거라곤 찜솥 안에 들어 앉은 듯 푹푹 찌는 날씨와 좁은 골목에 콩나물 시루보다 빽빽하게 들어찬 사람들. 그리고 몇 해가 지난 겨울 이곳을 다시 찾았다. 그리고 그 후로 나는 겨울에만 예원상가를 찾아간다. 나는 겨울의 예원상가가 참 좋다. 차가운 겨울 빛에 한껏 가라앉은 갈색이 좋고,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뜨거운 만두를 후후 불어가며 먹을 수 있는 것도 좋다. 찬바람이 불던 지난 겨울, 세 번째 상하이 여행을 다녀왔다. 이번에는 혼자가 아니라 둘이서 - 

| 비 오는 날의 상하이 예원

겨울의 상하이는 비가 참 많이 온다. 여행마다 비를 몰고 다니기에 이제는 비와 함께 하는 해외여행이 익숙해질 법도 한데, 억울한 기분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나보다. 상하이에 도착하자마자 비가 내렸다. 몇 주간 이상하리만큼 날씨가 좋았다는 상하이였기에 내심 맑은 날씨를 기대했는데, 상하이에 있던 3박 4일동안 내내 비가 내렸다. 이제는 내가 비올때를 골라서 여행을 가는 건지 아니면 정말 내가 가는 곳마다 비가 오는 건지 모르겠다.

호텔에 가볍게 짐을 풀고 우리는 예원상가로 걸어갔다. 예원상가는 중국 명청시대의 분위기를 물씬 느낄 수 있는 거리다. 기념품과 골동품, 각종 먹거리를 팔고 있는데 종류도 많고 구경하는 재미도 있어서 일년 내내 관광객으로 가득하다. 예원상가가 있는 주변은 상하이라오제(上海老街)다. 사실 예원상가와 상하이 라오제의 구분은 어렵다. 상하이 라오제의 한쪽 끝은 현지인이 살고 있는 주택가이고 나머지 한쪽 끝은 예원상가 주변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개 예원의 구곡교 주변을 예원상가라고 칭하곤 한다.

겨울, 비오는 날의 상하이 예원상가(豫园商场)는 유독 사람이 없었다. 여태껏 예원상가에 이렇게 사람이 없는 것을 본 적이 없을 정도로-. 어쩌면 신년행사 사고로 인해 와이탄의 조명을 밝히지 않았던 것이 영향을 주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유가 무엇이건 상관없이 한적한 예원상가의 분위기는 꽤 그럴싸하다. 하늘 높이 솟은 중국풍 지붕과 붉게 칠해진 기둥은 차갑고 차분한 느낌을 머금고 있기 때문. 건물의 높은 층에 있을법한 중국식 차관에서 따뜻한 차 한잔 마시며 한가로이 시간을 보내고 싶은 그런 분위기 -

| 예원 앞 만두집

예원 바로 앞에 있는 남상만두는 120년이 넘은 만두집으로, 예원상가에서 가장 유명한 음식점 중 하나다. 육즙이 듬뿍 들어있는 샤오롱 만토우(小籠饅頭)와 만두에 빨대를 꽂아서 육즙만을 먹는 탕바오(汤包)가 이곳의 대표 메뉴다. 테이크아웃도 할 수 있고 홀에 앉아서 먹을 수도 있는데 2~3층은 자릿세가 포함되어 있어서 같은 메뉴라도 가격이 더 비싼데다가 최소 주문 금액이 있어서 대부분 테이크아웃 한다.

몇 번이나 예원에 왔지만, 남상만두(南翔馒头店,난샹만토우디엔)에서 뭔가를 먹어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어디가 끝인지 모를 정도로 줄이 길었고, 나는 줄을 서서 뭔가를 먹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줄을 선 사람은 고작 10명 남짓이 전부였고 나의 남편은 남상만두의 유명한 '빨대만두'를 먹어보고 싶어했다. 그래서 우리는 만두를 사기 위한 줄에 합류했고, 돼지고기가 들어있는 샤오롱(小籠) 1판과 탕바오 1개를 샀다. 가격은 각각 샤오롱 1판(16개) 22元, 탕바오 1개 15元.

샤오롱 안의 육즙은 굉장히 뜨겁기 때문에 젓가락으로 피를 살짝 찢어서 육즙를 먼저 반쯤 맛보고, 남은 육즙과 함께 만두피를 먹어야 한다. 샤오롱 맛은 괜찮은 편이었다. 맛에 비해 명성이 높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겨울 찬바람을 맞으며 먹는 뜨겁고 진한 육수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제 역할을 해냈다. 남편이 기대했던 탕바오는 내가 생각했던 딱 그 맛이었다. '먹고 나면 허탈한 맛'. 

| 예원에서 선물사기

예원상가를 구경하다 한 아케이드로 들어갔는데, 아기자기한 모양의 텀블러를 파는 가게가 나왔다. 전통 문양을 활용한 소품이나 먹을거리를 주로 파는 예원상가에 현대적인 디자인의 물건을 파는 상점이 있으니 단번에 눈길을 사로잡는다. 차 문화가 발달한 중국은 개인 물병을 가지고 다니면서 물을 받아서 먹거나 차를 타서 마시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래서인지 텀블러가 꽤 인기 있단다. 木不子는 텀블러를 전문으로 판매하는 브랜드인데, 이곳 말고 타이캉루 등에도 매장이 있다. 텀블러의 가격은 모두 29.90元. 한국에 있는 지인에게 선물하기 위해 적당한 크기의 텀블러를 두어개 샀다. 모양은 하나같이 예쁘지만 제품에 따라 이음새가 튼튼하지 않은 것도 섞여 있으니 만약 구입하려고 한다면 뚜껑이 잘 닫히는지 꼭 테스트 할 것.

달콤한 냄새가 나는 곳을 따라가보니 마스크를 쓴 남자들이 반죽 같은 것을 둘둘 말아가며 뭔가를 만들고 있었다. 상하이에서 요 근래 유행한다는 수제캔디를 만드는 것이었다. 이곳의 이름은 캔디 에덴(Candy Eden). 남자들이 조물조물 만들고 있는 것이 진짜 사탕이라고. 어떻게 모양을 내는지 짐작도 할 수 없을만큼 무심하게 척척 올리고 자르고 하더니 'I love you'라는 글자가 단면에 짠 나타난다. 동그란 사탕 안에 글씨가 쓰여지기도 하고, 그림이 그려지기도 한다. 제품 패키징도 앙증맞아서 선물하기에 안성맞춤이다. 

| 예원(豫园)

08:30~17:30(동절기 08:00~17:00)

www.yugarden.com.cn

입장료: 성인 성수기 40元 비수기 30元, 학생 10

지하철10호선 위위안역 1번출구에서 도보 10분




안녕채영

Seoul / South Korea Travel blogger & Wri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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