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카오 페치스케이라(A Petisqueira), 나만 알고 싶은 매캐니즈 레스토랑


매캐니즈(Macanese)는 원래 포르투갈인과 중국인의 피가 섞인 혼혈을 칭하는 용어다. 마카오는 오랫동안 포르투갈의 지배를 받았는데, 그 과정에서 많은 매캐니즈가 탄생했고 문화 전반에 포르투갈식의 생활방식이 녹아들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음식이다. 마카오의 식재료에 중국, 포르투갈의 조리법이 더해지고동서양이 묘하게 어우러진 퓨전음식이 탄생한 것. 게다가 시간이 흐르며 인도와 아프리카식 조리법까지 한데 뒤섞여서 이제는 마카오가 아니면 어디서도 맛볼 수 없는 요리가 되었다.

마카오에서 유명한 매캐니즈 푸드 레스토랑은 세나도 광장 근처의 리토랄(Litoral)과 에스카다(Escada), 타이파 빌리지의 덤보(Dumbo)와 갈로(Galo), 안토니오(Antonio), 오 산토스(O Santos)가 있다. 이 중에는 미슐랭 가이드에서 별을 받은 레스토랑도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내가 경험했던 아시아 지역 미슐랭 1스타 레스토랑의 음식은 그렇게 요란떨면서 먹을 만큼 대단하지 않았기에 미슐랭에 의존하기 보다는 현지인에게 조금 더 알려진 레스토랑을 찾아 다니기로 했다. 미슐랭에서 별까지 달라준 레스토랑의 음식을 즐기지 못하는걸 보면 나의 미식수준이 미미하기 때문일 가능성이 크겠지만, 입맛에 안맞는건 어쩔 수 없으니까. 게다가 최근에 안 사실인데 별이 붙어있던 그 레스토랑은 2015 미슐랭 가이드 마카오(2015 Michelin guide Macau)에서는 별을 못받았다고. 

페치스케이라(A Petisqueira,葡國美食天地)는 트립어드바이저 마카오 레스토랑 전체 16위, 오픈라이스 포르투갈 레스토랑 2위에 올라 있는 매캐니즈 푸드 레스토랑이다. 평가 사이트에서의 높은 인기와 달리 국내 포털 사이트에서는 후기가 거의 검색되지 않았다. 많지 않은 후기였지만 대체로 맛있었다는 평이어서 더 마음에 들었다. 참고로 오픈라이스 1위는 안토니오인데, 가격대가 조금 높아서 제외했다. 재미있는 것은 '미슐랭은 싫어!'를 외치고 페치스케이라를 찾아갔는데 문 앞에 떡하니 2015 미슐랭 가이드 추천 레스토랑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는 것. 결국 그들의 손바닥 위에서 놀고 있는 셈이었다.

매캐니즈 푸드 레스토랑은 대부분 점심과 저녁 사이에 휴식 시간이 있다. 성수기가 아닌데다가 평일이어서 미리 예약하지 않았던 탓에 저녁 오픈 시간에 맞춰서 갔음에도 자리가 없었다. 적어도 2시간은 더 기다려야 한다기에 다음날 예약 가능 여부를 문의하고 오픈 시간에 맞춰서 다시 오기로 했다. 그리고 다음날, 호텔 체크인을 마치고 짐을 맡겨둔 뒤 택시를 타고 다시 페치스케이라로 향했다. 

우리는 이 날의 첫 손님이었다. 전날 무서운 인상으로 무뚝뚝하게 예약을 처리하던 오너 에우제비오 톰(Eusebio Tome)는 오늘 180도 다른 인상으로 우리를 맞이했다. 과하게 친절하지도 않고 불친절하지도 않은. 쿨함과 쿨함의 끝판왕 같은 태도가 썩 마음에 들었다. 실내는 깔끔했다. 벽에는 포르투갈 와인병과 이국적인 장식물들이 진열되어 있었고 한쪽에는 각종 매체에 소개된 내용이 코팅된 채로 붙어 있었다. 빨간색 체크무늬 테이블보와 나무 의자가 놓인 레스토랑은 어느 가정식 레스토랑에 온 듯 편안한 느낌을 준다. 

메뉴판을 받고 살펴보니 생각했던 것 보다 메뉴가 많아서 당황스럽다. 1993년 문을 열 당시 15개 메뉴에 불과했던 것이 이제는 57종으로 늘었다고. 게다가 메뉴판은 온통 텍스트로 채워져 있다. 공부하는 기분으로 천천히 메뉴를 살펴본 뒤 결정한 메뉴는 우리는 레스토랑 후기에서 가장 많이 언급됬던 조개찜(fried clams)과 대구살 크로켓(Codfish Cakes), 그리고 양갈비 스테이크(Grilled Lamb Chops)였다.

A Petisqueira Full Menu

Codfish Cakes  $40/3PCs.

바칼라우(Bacalhau)라고 부르는 소금에 절인 대구는 매캐니즈 요리를 구성하는 주 재료다. 대구 스테이크, 볶음밥 등 무궁무진하게 활용되는데 대구살 크로켓은 살만 발라낸 바칼라우를 동그랗게 만들어 기름에 튀겨낸 것이다. 매캐니즈 푸드는 대체로 맵고 짭짤한 편이기에 짠 음식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은 그 진한 짠맛에 조금 놀랄 수도 있다. 에피타이저로 주문한 대구살 크로켓도 듣던대로 짭짤했는데, 시원한 생맥주와 궁합이 아주 잘 맞았다. 

Fried Clams $125

바지락 조개찜은 매캐니즈 푸드 중 한국 사람 입맛에 가장 잘 맞는다고 알려져 있다. 페치스케이라의 조개찜은 찜이라기 보다는 바지락 볶음에 더 가깝다. 올리브오일과 화이트와인과 레몬즙, 고수 등을 넣어 볶아내서 만드는데, 다른곳의 조개찜이 국물에 반쯤 잠겨있는 것과 달리 바닥에 살짝 고일 정도로 자작하다. 고수를 잘게 채썰어서 함께 볶아낸 것도 이곳의 특징인데,고수를 전혀 먹지 못하는 남편이 '이건 무슨 풀이지? 맛있는데'라며 조개에 얹어서 먹다가 '그거 고수야'라는 말에 화들짝 놀랄만큼 부드럽고 향긋하게 음식의 맛을 끌어 올린다. 이 조개찜 비법만 알아내면 우리는 서울에서 대박집을 차릴 수 있을거라며 국물까지 싹싹 긁어먹었으니 페치스케이라에 간다면 조개찜은 꼭 주문해서 맛볼 것.(짠맛 주의)

Grilled Lamb Chop $155

조개찜과 에피타이저만으로는 조금 부족할 것 같아서 양갈비 스테이크를 추가로 주문했다. 따뜻하게 익힌 야채와 바삭한 감자튀김, 새콤한 푸른색 소스가 곁들여 나오는데, 양고기 특유의 잡내를 잘 잡았고 육질도 참 부드러웠다. 곁들여 나온 소스는 식초를 넣은듯 새콤했는데, 양갈비 위에 소스를 넓게 부어 푹 스며들게 해서 먹으면 더 맛있다.

정말 좋았던 곳은 다른 사람에게 알려주고 싶은 마음과 아무도 몰랐으면 하는 마음이 딱 반반이다. 마카오 페치스케이라는 그런 곳이었다. 너무 좋아서 여기 좀 가보라고 소개 하고 싶기도 하고, '네가 알려줬던 거기 정말 괜찮더라'라는 말을 듣고 싶기도 한 그런 곳.

| 페치스케이라 A petisqueira

영업시간 *월요일 휴무

- 화-금 12:30-14:15(런치), 18:30-22:00(디너)

- 토, 일 12:30-14:45(런치), 18:30-22:00(디너)

주소: Rua de S. João, no.15, Taipa Village, 마카오 쿤하거리 인접

전화: +853 2882 5354



안녕채영

Seoul / South Korea Travel blogger & Wri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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