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해외봉사, 극빈지역 헬라스트 아이들과의 첫만남

몽골에서 맞이한 첫 번째 아침. 아침 식사는 신라면과 몽골빵 그리고 몽골우유. 아이들은 몽골 우유에서 약초맛이 난다고 호들갑이었다. 이야기를 듣고있자니 몽골 우유에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사라졌다. 세상에 약초맛 우유라니! 

식사를 마치고 우리는 좁은 버스에 옹기 종기 모여 앉아 울란바토르 외곽의 헬라스트로 이동했다. 헬라스트는 현대식 건물과 유목민의 게르가 뒤섞여있는 마을로 극빈지역으로 분류되는 곳이다. 우리는 헬라스트 지역의 급식소와 희망도서관에서 4일동안 봉사활동을 할 예정이었다. 급식소에 오는 아이들은 60명정도. 교실이 굉장히 좁았기 때문에 아이들의 연령대에 따라 2개의 큰 그룹으로 나눈 뒤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로 했다.

첫번째 프로그램은 명찰 만들기. 종이에 몽골 아이들의 이름을 몽골어와 한국어로 적어서 아이들에게 주면 아이들이 이름 주변에 그림을 그려서 꾸미는 것이었다. 명찰을 다 만든 뒤에는 아이클레이로 만들기를 했다. 몽골아이들은 백조, 의자 등등 다양한 것들을 만들었는데, 솜씨가 예사롭지 않았다. 

도와줘서 고마워!

스케치용 사진을 찍은 뒤 주변에 흩어져있는 쓰레기와 아이클레이를 하나 둘 모아서 정리하기 시작했다. 교실 뒷편에서 자잘한 뒷정리를 하고 있는데 한 몽골 아이가 다가오더니 내가 하는 것을 물끄러미 보다가 봉지마다 조금씩 남아있는 아이클레이를 색깔별로 한 곳에 모으고, 빈 봉지를 쓰레기봉투에 모으기 시작했다. '도와주는거야?'라고 물으니 수줍게 고개를 끄덕이는 아이. 괜찮다고 거절해도 끝까지 도와주던 아이는 '고맙다'는 나의 말에 살짝 고개를 끄덕이더니 자리로 돌아갔다.

점심시간, 봉사단원 중 몇몇은 배식을 담당했고 나머지 단원들은 아이들과 함께 식사를 했다. 오늘의 메뉴는 밥, 소세지, 채썬당근, 감자으깬 것. 조촐해보이는 한 그릇이지만 몽골 아이들과 한바탕 한 뒤여서인지 꿀맛이 따로 없었다. 특히 양고기로 만든 몽골 소세지는 고소한 맛이 일품! 봉사단원들과 몽골아이들은 말도 통하지 않는데도 삼삼오오 모여 앉아 뭐가 그리 즐거운지 수다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우리나라 아이들보다 더 활동적이고 과격한 면이 많다고 해서 걱정했었는데 오히려 순수하고 착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헬라스트 포토그래퍼

식사 후 찾아온 휴식시간. 몽골 아이들은 각자의 집으로 하나 둘 돌아가기 시작했고, 나도 자리에 앉아 잠시 숨을 돌리기 시작했다. 그 때 꼬북이를 닮은 남자아이 한 명이 다가오더니  사진을 찍어달라는 듯 갑자기 포즈를 취한다. 카메라에 담긴 자기 모습을 보더니 이번에는 자기가 찍어보겠다고 손짓을 했다. 기분좋게 V! 이내 셔터를 누른 아이는 자기가 찍은 사진을 확인하더니 만족하는 표정을 지으며 쿨하게 자리를 떴다. 카메라에 찍힌 내 모습이 꽤 마음에 들었다. 와! 포토그래퍼가 따로 없네!

안녕채영

Seoul / South Korea Travel blogger & Writer

    이미지 맵

    Asia/Mongolia_몽골 다른 글

    이전 글

    다음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