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성도 금리거리,촉한시대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전통거리


몇 해 전 겨울, 중국 성도(成都,청두)를 여행할 기회를 얻었다. 출국당일.. 체크인을 마치고 보딩 시간을 기다리며 면세점 구경을 하다보니 어느새 청두로 향하는 비행기에 오르는 시간이 되었다. 중국 여행을 많이 다녔음에도 중국으로 향하는 순간의 설렘은 줄어들지가 않는다. 게다가 예전부터 꼭 가보고 싶던 여행지인 성도와 구채구를 둘러보는 여행 일정이었기 때문에 다른때보다도 더욱 설레고 긴장됬다.


인천과 청두를 오가는 항공편은 아시아나, 국제항공, 사천항공이 있는데, 이번 성도(成都)-구채구(九寨沟)여행에서 이용한 항공사는 사천항공(四川航空)이었다. 사천항공은 이번에 처음 타 본 항공사인데 중국 내에서는 4~5번째 가는 큰 항공사라고 한다. 개인적으로는 이전에 이용해봤던 동방항공이나 남방항공에 비해서 깨끗하고 친절했으며 기내식이 괜찮았기에 상당히 마음에 들었다.

기내식에 대해 잠시 말을 해 보자면, 중국항공사의 기내식은 보통 우리의 입맛에 맞지 않는 메뉴들이 많이 제공되는 편이다. 요즘에는 한국발 항공편의 음식은 많이 개선되었지만 중국발 항공편에서 제공되는 기내식은 여전히 입맞에 잘 맞지 않는 중국 음식들이 나오곤 한다.사천항공의 기내식은 비교적 매콤한 맛이 많이 가미되어있는데, 그래서인지 조금 느끼하더라도 매콤한 맛이 가미되면 적당히 참고 먹는 우리 입맛에는 다른 항공사의 기내식보다 '그나마' 잘 맞는 편이라고 생각된다.


청두는 사천성의 성도로 사천분지에 위치하고 있으며 촉한시대의 도읍이었던 도시이다. 그러나 그동안 중국내의 개발자본이 동부지역으로 흘러들어갔기에 그동안 상대적으로 청두가 포함된 서부지역은 관심 밖의 지역이었다. 그러다 2000년부터 중국의 50년 장기 프로젝트 <서부대개발>이 시작되면서 천혜의 자연환경과 유산을 보유한 서부지역이 개발의 중심으로 떠올랐고, 쓰촨성의 심장이라고도 불리우는 청두가 그 중심에 서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미 개발이 완성단계에 들어간 '베이징', '상하이' 등의 동부지역의 모습에 비해서는 아직 그 화려함과 발전 정도가 많이 떨어져있는 것이 사실이고, 과거 삼국지의 한 장을 장식하는 무대가 되었던 그 명성을 따라잡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어보이는 느낌이 들었다.


약 3시간여의 비행을 마치고 청두공항에 도착한 뒤 투어차량에 올라타서 가이드님의 설명을 들으며 다음 행선지로 이동했다.

청두시가 속한 쓰촨성은 동쪽은 물이 많은 평원지대, 서쪽은 수려한 경치를 지닌 산악지형으로 먹을 거리가 풍부하고 경치가 좋은 지역이다. 그리고 그 쓰촨성 중심 분지에 위치한 청두는 풍부한 자원과 물자가 집중되는 청두는, (가이드님의 말씀에 따르면) 전기세 수도세와 같은 공공요금이 거의 없다싶을 정도로 저렴하고 3모작이 가능한 기후이기에 식량도 풍족하기 때문에 사람들 마음에 여유가 있고 친절하기 때문에 예전부터 '살기 좋은 도시'로 손꼽히고 있다고 한다.

차를 타고 달리다보니 몇년 전 쓰촨성을 휩쓸고 간 쓰촨대지진의 영향이 없어 보이는 것이 신기했다. 몇년 새 이렇게 복구를 했다는 것일까? 하는 의문이 들어 가이드님께 지진피해에 대해 여쭤봤는데 신기하게도 청두는 쓰촨 대지진의 피해를 전혀 입지 않았다고 한다. 이유는 지진의 진원지가 되는 지역은 지반이 암석으로 되어있는데 반해 청두지역은 지반이 모래로 되어있기 때문에 지진의 영향권에 들지 않았다는 것.. 그래서 약 1~2시간 거리에서 강도 높은 대 지진이 일어나고 있을 때에도 청두는 전등이 살짝 흔들리는 정도였다고 한다.


퇴근 시간과 맞물리는 바람에 예상 시간보다 조금 늦은 시간에 목적지에 도착했다. 청두 여행의 첫번째 행선지는 바로 '금리거리(锦里,진리)'. 진리(锦里)는 촉나라 때의 거리를 재현해 놓은 상점거리로, 제갈량을 기리기 위한 사당인 무후사(武侯祠,우호우츠)의 옆에 있다.

조금 이른 시간에 도착 해서 무후사까지 둘러볼 수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아쉽게도 너무 늦은 시간에 도착했기에 무후사의 겉모습만 훑고 지나갈 수 밖에 없었다. 몇년 전 소설 '삼국지'에 빠져서 관운장의 묘가 있는 낙양에 가야한다고 열 몇시간 기차를 타고 기어코 낙양에 찾아갔던 것을 떠올려보면 열정이 많이 식었다고 해야 할 지 아니면 그저 흥미가 떨어졌다고 해야 할지..



영화 '쿵푸팬더2'를 본 사람들이라면 이 금리거리를 익숙하게 느낄 수도 있다. 왜냐하면 쿵푸팬더2에서 주인공 팬더가 시내 상점 거리를 휘젓고 다니는 부분의 배경이 된 곳이 바로 이 청두 금리거리이기 때문이다. 이건 아는 사람만 아는 고급 정보이니 혹시라도 청두 여행을 가서 금리거리에 가게 된다면 지인에게 이 곳이 쿵푸팬더2의 배경이 된 장소라고 말해보자!


'금리(锦里)'라고 적혀있는 입구를 지나면 홍등이 촘촘하게 매달린 모습의 삼국시대의 상점거리가 펼쳐진다. 물론 지금의 진리는 과거의 그것과는 다르게 지금은 기념품점과 음식점이 빼곡히 들어서있다. 과거로 돌아가는 시간의 문을 지난 듯한 묘한 느낌을 주는 밤의 금리거리는 그 분위기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인 관광지다.


이번 여행에서는 일정 때문에 가보지 못했지만 금리거리 안에서 꼭 봐야할 것은 '천극'과 '그림자극'이다. 보통 천극에 그림자극이 포함되어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저녁식사를 겸해서 '천극'을 공연하는 식당에 가는 것이 여행자로는 가장 무난한 코스일 것 같다.

'천극'이라는 말이 생소한 사람들이 많을텐데 중국의 전통 극 중에 대표적인 것을 꼽을 때 베이징을 중심으로 한 지역에서 주로 즐겼던 '경극(京剧)'과 바로 이 쓰촨성의 '천극(川剧)'이라고 한다. 이름부터가 베이징을 의미하는 <경(京)>과 쓰촨을 의미하는 <천(川)>이 들어가니 각각 그 지역을 대표하는 공연임에는 틀림 없어 보인다.

천극은 가무, 연주, 그림자극 등 다양한 레퍼토리로 구성되어있는데, 그 중에서도 '천극'을 대표하는 것은 바로 '변검'이다. 중국 여행이 보편화 되면서 북경등지에서 변검 공연을 본 사람들이 많을텐데 사실 이 '변검'은 극소수의 중국 쓰촨성의 남자에게만 계승되던 민간 예술이었다. 시대가 흐르고 이제와서는 '변검'이 가진 상업성이 극대화 되면서 쓰촨 출신이 아닌 타지역, 외국인, 여자에게까지 전수가 되며 전국 각지에서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는 공연이 되었다고 한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공연이 되었지만 본 고장에서 보는 변검-천극의 맛을 따라갈 수 없다고 하니 청두 여행을 가는 사람들이라면 꼭 빼놓지 말자고 추천하고 싶다. (이렇게 말하는 내가 천극을 보지 못하고 온 것이 아이러니 하지만..)


전통의 색채가 강하게 느껴지는 금리거리 안에도 스타벅스는 있었다. 원래 중국 여행을 하며 각 지역에서만 구할 수 있는 스타벅스 시티텀블러를 모으곤 하는데, 이번에는 단체의 일정에 따르느라 스타벅스에 가지 못해서 청두 텀블러는 구경도 하지 못해서 너무 아쉬웠다. 청두 텀블러에는 팬더가 그려져 있기 때문에 정말 갖고 싶었던 아이템인데..



중국의 여러 도시를 여행하며 전통거리를 재현해 놓은 관광지를 많이 가 보았지만 금리거리만큼 화려하고 깔끔하게 정돈된 거리는 처음이었다. 유명 관광지이기에 구경하는 인파는 많았지만 거리는 깨끗했고, 중국 동부지역을 여행할 때 흔히 볼 수 있는 북경-상해지역의 문화유적을 기반으로 한 천편일률적인 기념품보다 쓰촨성의 전통과 문화, 특색이 담긴 물건들을 많이 판매하는 모습이 인상깊었다. 


기념품(공산품)을 파는 골목, 간식거리를 파는 골목, 특산물을 파는 골목... 보통 길게 하나~두개 정도의 골목으로 이루어져 있는 여타 다른 전통거리에 비하면 청두 금리거리는 그 규모가 상당히 큰 축에 속한다.

이 안에서 쇼핑과 식사는 물론이고 차나 술을 마실 수 있는 곳까지 다양하게 있기 때문에 여유롭게 구경하기 위해서는 3시간정도를 잡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물론 기념품 몇 개 정도 사고 간단히 둘러볼 요량이라면 1시간도 길다.


청두 시내쪽에서만 여행을 할 것이 아니고 구채구 등을 함께 볼 계획이라면 청두 관련한 작은 소품 같은 기념품은 금리거리에 들린 김에 사두는 것이 좋을 것 같다. 팬더의 고향이라 불리우는 청두이기에 팬더 아이템이 많은 편이고, 천극에 관련된 아이템들도 많다. 열쇠고리는 보통 15원 정도의 가격표가 붙어있는데 가격 흥정은 본인하기 나름! 그렇지만 흥정을 따로 하지 않아도 그럭저럭 괜찮은 가격대로 판매가가 설정되어있는 듯 했다.(중국 기념품 쇼핑 바가지의 진수는 공항 면세점이니 공항가서 사야지라는 생각은 하지 말자!)


기념품을 파는 상가들을 뒤로하고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가다보면 노천 카페, 바들이 길게 늘어서 있다. 각각의 가게마다 화려한 등을 달고 분위기 있는 음악을 틀고서는 한 껏 분위기를 잡은 느낌이다.


청두 금리거리에서는 간식류도 많이 팔고 있다. 북경이나 상해쪽의 관광지에서는 꼬치류가 길거리 음식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반면에 청두 금리거리에는 그런 간식들은 물론이고 쓰촨석의 독창적인 음식 문화를 담은 간식까지 접할 수 있기 때문에 이색적이었다. 가격도 저렴한데다가 쓰촨음식은 우리 입맛에도 잘 맞는 편이기 때문에 중국 간식에 도전해 보는 것도 재미있는 경험이 될 것 같다.


사실 나는 내가 모으는 몇종류의 기념품을 제외하고는 기념품을 거의 사지 않는 편이라 지갑을 캐리어에 넣어두고 구경을 나섰는데, 금리거리에서는 정말 갖고 싶은 것들이 너무 많아서 혼났다. 결국 같은 패키지의 일행에게 (초면에) 10위안을 빌려서 변검 가면을 쓴 베어브릭(처럼 보이는) 냉장고 자석을 하나 샀다. 지금까지 여행을 다니며 사 모았던 자석 중에 가장 마음에 들어서 여행 내내 계속 꺼내보고 좋아하곤 했다ㅎㅎ

패키지 일행과 함께 한 3~40분 가량의 짧은 금리거리 구경을 끝내고 저녁 식사를 위해 식당으로 이동 해야하는 시간.. 마음 같아서는 금리거리에서 2~3시간 정도는 더 보내고 싶었지만 언젠가 다시 청두에 올 날을 기약하며 잠시 안녕을 고했다.



안녕채영

Seoul / South Korea Travel blogger & Wri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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