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 삼탄아트마인, 녹슨 폐광에 핀 예술의 꽃

강원도 정선군 고한읍의 버려진 폐탄광 건물에는 예술의 꽃이 한가득 피어 있었다.

2001년 폐광된 삼척탄좌를 문화 예술 관산으로 재탄생시킨 삼탄아트마인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한때 3,000여 명의 탄부들이 24시간 석탄을 캐내던 삼척탄좌 정암광업소. 28년 간 총 2,000만 톤의 무연탄을 생산해내며 '삼탄 공화국'으로 불릴 만큼 그 위용을 자랑하던 이 곳은 석탄사업의 사양화로 인해 2001년 폐광됐다. 그리고 12년, 시대의 슬픔만을 간직한 채 방치돼 있었던 녹슨 폐광에 새로운 숨결이 불어넣어졌다. 폐광에는 '삼탄아트마인'이라는 새 이름이 붙여졌다. 삼탄아트마인은 삼탄(Samtan), 예술(Art), 광산(Mine)의 합성어로 문화예술광산으로 재탄생할 이곳을 상징하는 이름이었다.

폐광 후 버려졌던 정압광업소의 모든 시설물이 보존됐고, 삼탄아트마인 곳곳에 놓인 '날 것 그대로의' 시설에는 탄광 시절의 추억과 애환을 담은 예술가들의 작품이 더해졌다. 박물관, 갤러리, 야외공연장, 문화체험장, 레스토랑으로 거듭난 이곳에서 방문객들은 과거의 추억과 애환을 오감으로 느끼며 이내 이곳의 매력에 푹 빠져들고 만다.

삼탄아트마인의 본관격인 4층 규모의 사무동은 아트적 요소로 가득 채워졌다. 본관 4층에는 엄격한 심사를 거쳐 선발된 예술가들이 상주하며 작품 활동을 하고 이들의 손끝에서 과거의 탄광은 멋들어진 예술작품으로 승화되고 있었다.

▲방문 당시에는 탄광의 특징이 드러나는 '검을 현(玄)'을 주제로 한 특별전이 열리는 중이었다.

건물을 따라 아래로 내려가면서 현대미술관 캠, 삼탄뮤지엄, 자료실, 마인갤러리, 세계 미술품 수장고, 작가 스튜디오, 예술 놀이터, 아트숍이 차례로 나온다.

▲ 탄광 시절의 시설물을 보존해둔 삼척아트마인

샤워실, 화장실, 세화장, 세탁기 등 탄광 시절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장소를 예술로 승화한 작품들도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탄광 시절의 흔적을 토대로 꾸민 작품들은 대개 그 시절 광부의 애환을 담은 것들이다. 특히 광부들이 석탄가루와 고단한 하루를 씻어내던 샤워장이 인상 깊다. 
몸에 묻은 석탄가루들은 씻어내지만 몸 안에 쌓인 석탄가루들은 그들의 육체를 서서히 침식해 진폐증이라는 병에 걸리게 했다. 어두운 백열등과 폐 엑스레이로 가득해 음산하기 이를 데 없는 이곳에는 오염된 그들의 폐를 씻어주고 그 고통을 잊지 않고 기억하고 있음을 상기시켜 아픈 영혼을 치유하고픈 작가의 마음이 담겨 있다.

▲ 결혼식을 올리기 어려웠던 광부의 아내는, 웨딩드레스를 물려입으며 사진촬영을 하는 것으로 결혼식을 대신했다.

▲ 화장실로 사용되었던 곳에는 예술작품이 설치되어있다. 차후 이곳은 원래의 모습으로 복원될 예정이다.​

사무동을 빠져나와 계단을 따라가면 수직갱 '레일바이뮤지엄(Rail by Museum)'이 나온다. 수직갱에는 광부들이 갱도로 내려갈 때 사용하던 산업용 승강기와 산탄을 고한역으로 운반하던 철로가 그대로 남아 있다. 녹슨 철로, 아무렇게나 흩어져 있는 안전모와 공구, 그대로 멈춰버린 광차에 탄가루와 먼지가 뒤덮인 이곳의 모습은 그 자체로 거대한 조형예술 작품임이 분명하다.​

▲ 독특한 분위기로 가득한 레일바이뮤지엄은 영화나 드라마, 뮤직비디오 촬영장으로도 인기다.

외부로 나가면 각종 야외시설도 다양하다. 석탄을 캐던 수평갱을 천연 와인저장고로 바꾼 '동굴 와이너리', 영국에서 공수해온 버스에 만든 키즈카페, 탄광 기계를 수리하던 옛 공장 건물과 기계를 예술가의 손으로 소생시킨 멋진 레스토랑 등 독특한 공간이 계속해서 이어진다.

▲ 동굴와이너리에 저장된 시그니처 와인은 832L에서 맛볼 수 있다.

'832L'이라고 이름 붙여진 레스토랑에서는 옛 광부들의 점심식사였던 '광부도시락'을 맛볼 수 있다. 1인 9,900원이라는 가격이 조금 괘씸하지만 옛 탄광에서 즐기는 식사로는 이만한 것이 없다. 다행히 맛은 괜찮은 편이다.

▲ 탄광에서 사용하던 장비를 활용한 인테리어가 돋보이는 '832L'

[정선 삼탄아트마인 여행정보]
■ 관람시간: 오전 9시~오후 6시(동절기는 오전 10시 오픈-11~4월), 월요일 휴관
■ 이용요금: 대인 13,000원/청소년(13세~18세) 12,000원/소인,경로(65세 이상) 11,000원
​ 전시문의 033-591-3001
​ 홈페이지: www.samtanartmine.com

※ 여행박사 홈페이지에서 1인 9천원에 티켓을 구입할 수 있습니다.


안녕채영

Seoul / South Korea Travel blogger & Wri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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