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공방거리, 아름다운행궁길에서 체험여행하기

정말 솔직히 말하자면, 한겨울의 수원화성은 추워도 너무 춥다. 조상님들은 도대체 어떻게 겨울을 났을까 싶을 정도로 칼바람이 불어제끼던 12월, 취재차 방문한 수원은 '춥다'는 말로는 도저히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추웠다. 게다가 한술 더 떠 눈까지 흩날리기 시작하니, 이만하면 내 여행날씨 운은 지지리도 없는게 확실하지 않은가! 흐린 하늘과 매서운 눈발, 살을 에는 바람이 빚어내는 악조건 쓰리콤보는 수원화성을 둘러보려던 계획을 백지로 만들었고, 나는 조금이라도 따뜻한 곳을 찾아 경로를 수정해야만 했다.

 

수원여행을 특별하게 만드는 공방체험

이렇게 추운 겨울에는 따뜻한 실내활동이 최고다. 화성행궁 주차장과 팔달문 매표소 사이의 '아름다운 행궁길'에는 추위를 피해 체험활동을 할 수 있는 공방이 많다. 숙소인 노보텔 앰배서더 수원에서 공방거리까지는 차로 10분 정도 소요된다. 버스를 이용할 경우 20분 정도 걸리는데, 거리가 3km 밖에 되지 않으므로 2인 이상이라면 택시를 타는 편이 낫겠다. '수원 공방거리'로도 불리는 행궁길의 첫인상은 '작은 인사동'이다. 아기자기한 공방과 갤러리, 맛집이 늘어선 모습이 꼭 인사동을 떠올리게 하는 것. 전통음악과 무용, 거리공연을 할 수 있는 작은 공연장도 있어 날짜만 잘 맞추면 좋은 공연을 감상할 수도 있다.

수원공방거리를 즐기기에 가장 좋은 시간은 낮시간이다. 대부분의 공방이 해질 무렵 문을 닫기 때문이다. 공방거리의 크고 작은 공방에서는 팔찌 만들기, 솟대 만들기, 도자기 만들기 등등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거리 곳곳에 숨어있는 벽화를 찾아 기념사진을 찍으며 거리를 가볍게 둘러본 뒤, 마음에 드는 공방의 문을 두드리자. 손으로 조물조물 만들기 체험을 하는 기분은 생각보다 더 달달하다나?

information.

수원역·AK프라자 정류장에서 11,13,36,39번 버스 이용, 팔달문 정류장에서 하차

| 영화 속 그곳,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

공방거리 입구에서 길를 따라 걷다보면 낯익은 건물이 하나 나타난다. 신상옥 감독의 1961년作 영화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에서 옥희의 집으로 사용되었던 촬영지가 바로 그것이다. 사실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는 워낙 오래된 영화라 요즘 청년들이라면 대부분 영화를 보지 않았을테다. 어쩌면 영화 자체 보다는 어느 한 개그맨이 간드러지는 목소리와 표정으로 옥희를 흉내내며 '아저씨~'를 부르는 것으로 더 익숙할지도 모르겠다. 영화를 모르는 사람, 영화를 추억하는 사람할 것 없이 모두 같은 마음으로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를 즐길 수 있도록 이곳은 추억의 LP음악과 함께 맛있는 음식을 선보이는 식당으로 변신했다. 입구와 실내 곳곳에 영화 스틸컷이 걸려 있어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information.

​수원시 팔달구 행궁로34 

031-245-0059

행궁길의 터줏대감, 나무아저씨

공방 나무아저씨는 '아름다운 행궁길' 탄생의 주역인 박영환씨가 운영하는 목공예 공방이다. 공방에서는 우리나라 전통공예인 서각공예 작품과 목공예, 수공예품을 개발해서 전시 진열 하고 있다. 체험프로그램도 다양한데 대표적인 프로그램은 솟대만들기다. 이곳의 솟대만들기 체험은 각종 TV프로그램에도 소개되었을 만큼 유명하다. 체험비는 1인 5천원. 소요시간은 30분 미만이며, 솟대의 윗부분이 되는 나무를 사포로 갈아내는 것만 하면 되기 때문에 어린 아이들도 체험할 수 있다.(단, 공방안에 깊이 배인 담배냄새를 참아낼 수 있다면.) 나무를 갈아내는 것 이외에는 모두 나무아저씨의 몫이라 체험과정은 비교적 단순한 편. 만들어진 솟대는 참 예쁘지만, 보다 적극적인 체험활동을 원하는 사람이라면 과정에 실망할 수도 있으니 참고하자.

information.

수원시 팔달구 행궁로(남창동 89-1)

031-253-3115

내손으로 빚는 도자기,향기도예 

물고기를 만드는 아내와 부엉이를 만드는 남편이 운영하는 도예공방. 공방 앞에 걸린 물고기 모양 간판은 향기도예만의 디자인이라고. 이곳에서는 주인 내외가 만든 도예 작품과 생활자기를 구입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직접 흙으로 소품을 빚어보는 체험도 할 수 있다. 체험의 내용은 컵 또는 수저받침같은 생활 소품을 만드는 것이고, 비용은 난이도에 따라 최저 1만원부터 시작한다. 흙을 주무르고 모양을 빚는 과정은 꽤 재미있다. 평평한 수저받침을 만들기 위해서는 흙을 편 뒤 고르게 두드려야 하는데, 쿵쿵 두드릴때마다 스트레스가 팍팍 풀리는 기분이다. 전문가가 옆에서 도와주기 때문에 곰손도 그럴싸한 결과물을 낼 수 있다는 것이 장점. 직접 만든 작품을 가마에 구워 최종 완성되는 데 소요되는 기간은 약 한 달. 완성된 작품은 공방에서 직접 찾아가거나 택배로 받아볼 수 있다. 

information.

수원시 팔달구 행궁로29

010-6218-1323

 

안녕채영

Seoul / South Korea Travel blogger & Writer

    이미지 맵

    Korea/경기 다른 글

    이전 글

    다음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