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닭'은 어쩐지 올드한 느낌이다. 그래서 "통닭먹자"는 말은 투박한 아버지 세대들이나 쓰는 말로 여겼다. 언제부터인가 사람들은 '통닭'이 아니라 '치킨'만을 찾는다. 어짜피 그 닭이 그 닭이겠거니 생각하면서. 그런데 사실 '치킨'과 '통닭'은 다른 음식이란다. 튀긴 닭이 ‘치킨’ 혹은 ‘통닭’으로 갈리는 것은 잘라서 튀겼느냐 통째로 튀겼느냐에 따라, 또 튀김옷을 입혔느냐 입히지 않았느냐에 의해 결정된다. 그 차이가 얼마나 크겠느냐 싶지만, 먹어보니 예상보다 꽤 많이 달랐다.
수원 팔달문에서 수원천 방향으로 한 블록 들어가면 나오는 수원통닭골목에서는 '진짜 통닭'을 맛볼 수 있다. 겨우 한두모퉁이 정도의 좁은 골목인 수원통닭골목에는 다닥다닥 붙어서 간판을 내걸고 있는 통닭집이 굉장히 많다. 골목 안 가게들은 각각 색다른 메뉴를 선보인다. 옛날식 메뉴만 선보이는 곳도 있고 후라이드 치킨이나 양념치킨까지 판매하는 곳도 있다. 가격대는 가격대는 14,000원~15,000원 선이며, 가게마다 곁들여주는 메뉴가 조금씩 다르다.
골목을 주름잡는 양대 산맥은 ‘진미통닭’과 ‘용성통닭’이다. 그 중에서도 진미통닭은 이곳의 원조 터줏대감이다. 진미통닭은 1970년대 방식대로 튀김옷 없이 닭 한 마리를 통째로 가마솥에서 튀겨낸다. 전기구이 통닭이 등장하기도 전에 먹던 옛날 방식이다. 통닭 옆에 튀긴 닭모래집을 곁들이는 것도 옛날 그대로다. 추억을 자극하는 맛 덕분에 골목에 즐비한 통닭집은 항상 사람으로 만석이다.
튀김옷이 입혀진 후라이드치킨과 양념치킨도 투박한 옛 모습 그대로다. 튀김옷이 얇고 바삭바삭한 프랜차이즈 치킨과는 달리 조금 도톰한 튀김옷을 입고 있지만 고소한 향기만큼은 지지 않는다. 약간 매콤한 양념치킨은 입맛을 돋구기 좋다. 후라이드치킨과 양념치킨에 이어 모습을 드러낸 '진짜 통닭'은 비주얼부터 남다르다. 조금은 부담스러운 포즈를 한 채 통째로 튀겨진 닭. 기름에 바로 튀겨진 닭껍질은 바삭바삭하기 그지 없다. 수원통닭골목의 닭은 '옛날통닭'이다. 추억의 맛에 가깝다는 이야기다. 촌스럽게 'XX치킨'이 백배 낫네와 같은 류의 말은 말자. 김이 식기 무섭게 나오는 통닭의 맛은 흔한 배달 통닭에는 없는 구수하고 깊은 맛이 있으니까.
수원통닭골목 진미통닭
☎ 031-255-3401
수원시 팔달구 팔달로 1가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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