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샤먼, 중국인의 미친과시욕이 만든 호리산포대




3시 11분. 구랑위에서 다시 배를 타고 윤도항으로 돌아왔다. 몸도 피곤한데다가 여자 혼자 여행 다니면서 늦게 돌아다니는건 아무래도 불안해서 원래의 계획인 샤먼대학과 남보타사를 가기로 한 것을 미루기로했다. 윤도항에서 바로 바로 호리산포대(胡里哦山炮台)로 가기로 정한 뒤, 버스정류장을 살펴보니 2번 버스가 호리산역으로 이동. 관광용 2층 버스인 L노선을 타도 되지만, 배차간격이 1시간 가까이 되어서 그건 포기. 2번 버스를 타고 가다보니, 화교박물관,남보타사,샤먼대학을 다 지나간다. 시간만 많다면 다 내려서 구경하고 싶다. 15분쯤 갔을까? 바다가 나왔다. 어쩐지 분위기가 호리산포대가 있을 것 같은 분위기다. 그런데 정류장 이름이 다르다. 왠지 내려야만 할 것 같은 느낌에 바로 다음 정류장에 내렸다. 역시나.. 1정거장을 더 왔다. 정류장 사이의 거리가 멀지 않아서 걷기로했다. 2분정도 걸었나? 호리산포대 입구에 도착했다.






호리산포대(湖里山炮台)는 1891년 외국의 침략에 당황한 청나라 정부에 의해 만들어진 해안포대로 독일에서 은 8만냥(2.2t)을 주고 사왔다는 13.95m짜리 대형 대포가 유명하다. 호리산포대(胡里山炮台)입구를 지나 올라가니 매표소가 나온다. 입장료는 25원, 비수기에는 17:30까지 관람할 수 있다고 하니 생각보다 여유가 있다.






매표소에서 표를 사서 계단을 오르는데, 쿵쿵쿵거리는 음악소리가 들려온다. "뭔가 하나보다!"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어서 열심히 뛰어 올라가니 역시나.. 전통 복장을 입은 사람들이 막 입장을 하고 있다. 아마도 발포하는 퍼포먼스가 있으려나보다. 단체관광객들이 와글와글 몰려든다. 이럴 때는 몸집이 작은게 도움이 된다. 이리저리 비집고 들어가 높고 잘 보이는 자리를 잡았다. 뭐라뭐라 외치고 무술같은 것도 보여주다가 폭죽을 발사했는데, 저 넓은 공원에 화약냄새가 진동을 해서 머리가 좀 아팠다. 시간을 정해놓고 하는 것 같지는 않은데, 횡재했다.









사실 호리산 포대 공원은 특별히 볼 것이 없어보였다. 그 크다는 포가 어디있으려나..하고 이정표를 보는데, 오! 한국말이 써있다. 무슨포니 무슨유적이니 하지만 관심도 없고 내겐 의미도 없으니, 길만 찾아서 포 구경을 하려고 마음을 먹었다. 길을 따라 걷다보면 밀랍인형들이 전시된 관정이 나타난다. 4D상영도 하고 있었는데, 시간이 맞지 않아 볼 수 없었다. 




관정에서 조금 걸어가니 정말 어마어마하게 큰 대포가 바다를 향해 있었다. 새삼 느껴지는 대륙의 기운.. 역시 스케일이 남다르다. 이 대형포는 유효 사거리가 6.5km에 달하는 19세기 말 최대의 대포라고 하는데, 막상 전쟁에서는 과도한 최대 사거리 때문에 오차범위도 그만큼 커서, 심리적인 압박을 주는 것 외에는 별 소용이 없었다고 한다. 당시 제작 주문을 받은 독일에서도 이런 황당하게 큰 물건을 어디에 쓸 지 궁금해 했다고 한다. 역시 대륙은 대륙. 중국인들의 과시욕은 상상을 뛰어넘는다. 하지만 이런 말도 안되는 것을 보는 것이 또한 중국 여행의 묘미가 아닐까!


다른 관광객들은 큰 대포 앞에서 사진을 찍느라 정신이 없어보였다. 사실 나도 한 장 찍어보고 싶긴 했는데, 부탁하기가 귀찮았다. 포 앞에 보이는 바다가 참 시원하고 좋았다. 날씨가 맑은날에는 대만의 금문도(金门岛)까지도 보인다고 하는데, 날씨가 흐리다. 어쩔 수 없지. 내가 바다에 가는 날은 언제나 이렇게 흐리니까.






폐장시간이 가까워와서 출구로 걸어갔다. 그 많던 사람이 한~명도 없다. 이제 좀 쾌적한 느낌이다. 아까 제대로 보지 못했던 포들도 구경하고, 뒷쪽의 유적같은 것도 구경하고. 저 큰 돌 뒷편으로 돌아서 올라가면 공원을 한 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데, 사람들이 잘 알지 못해서 대부분 올라가지 않는다. 꼭대기에서 보는 공원의 풍경이 꽤 괜찮으니 한번쯤 올라가보면 좋을 듯. 




호리산포대에서 나와서 버스를 타기위해 걷다보니, 예쁜 모래사장이 날 맞이해줬다. 해안가 주변으로 산책로와 벤치가 잘 구비되어 있어서 쉬기엔 딱인 것 같아서 걷고 있었는데, 수상한 한 아저씨가 말을 걸어온다. 경계 또 경계.. 아저씨 왈, 내 코에 복이 많다고 점을 봐주고 싶다고 한다. 한국에서나 중국에서나 왜 나한테 이런 사람들이 많이 붙는지 모르겠다. 도를 아냐느니 그런거. 필요없다고 손사래치고 방향을 바꿔 걸어서 모래사장으로 내려갔다. 몇 달간 베이룬에서 일하느라 답답했던 것들이 탁 트이는 기분.. 신난다!





모래사장에서 의례 하는 모래글씨쓰기ㅋㅋ를 하고있는데, 아까 그 점쟁이 아저씨가 돈을 깎아주겠다며 다시 접근해온다. 쿨하게 무시.. 셀카한장 찍고 모래사장에 인사를 고했다. 그 점쟁이 아저씨만 아니었어도 바다구경을 더 할 수 있었는데.. 아쉽다. 17:11에 해안가 맞은편 정거장에서 2번을 타고 中山路쪽으로 출발했다. 다음 목적지는 샤먼의 명동이라는 번화가 중산로보행거리다. 




안녕채영

Seoul / South Korea Travel blogger & Writer

    이미지 맵

    China/Xiamen_샤먼 다른 글

    이전 글

    다음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