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성도 금리거리 구경을 마친 뒤 10분 정도 걸어서 저녁식사 장소인 흠선재(钦善斋,친샨자이)로 이동했다. 화려한 조명과 홍등이 내걸린 모습이 으리으리한 흠선재.. 흠선재(钦善斋)는 성도에서도 가장 유명하고 오래된 축에 속하는 약선요리 식당으로 청나라 황실 주방장이 창업한 곳이라고 한다.
둥근 테이블에 한 상 가득 차려진 음식들.. 찬 요리(凉菜,량차이)부터 시작해서 점점 뜨거운 요리가 나온다고 하는데, 위의 사진은 찬요리(량차이)만 나온 상태이다. 중국 식당의 특징은 과하리만큼 푸짐하게 나오는 접시 수에 있는데, 성도 흠선재도 마찬가지로 '이래되 되나?'싶을 정도로 많은 요리가 끊임없이 나왔다.
'사천요리(四川料理)', 줄여서 촨차이(川菜)는 중국의 유명한 요리법 중 하나로, 깊은 역사와 독특한 풍미로 유명하다. 특히 고추, 후추, 마늘, 파, 향신료 등을 많이 사용해서 신맛, 매운맛, 톡쏘는 떫은 맛 등이 특징이기 때문에 대체로 한국 사람들의 입맛에 잘 맞는 편이고, 나 역시도 즐겨 먹는 편이다.(우리에게 많이 알려진 '꽁빠오지딩', '마파두부'등도 사천 요리의 한 종류라고 할 수 있다!!)
사천요리 중에서도 사천약선요리는 각종 한방약재를 요리에 적용시켜 만든 것인데, '음식이 곧 약'이라는 사상에 뿌리를 두고 발전한 음식으로 예전에는 '황제의 식탁에만 올랐던 요리'라고 한다. 흠선재의 사천 요리 역시 각종 한약재를 이용해서 만든 사천음식을 선보이고 있는데, 강렬한 사천의 맛이 아니라 어느정도 중화된 정도의 맛이기 때문에 부담 없이 맛있는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안타까운 것은 내가 세상에서 가장 싫어하는 음식이 버섯이라는 것..!! 모양과 향이 좋은 요리들을 눈 앞에 두고도 먹을 수 없는 안타까운 기분을 오랜만에 느껴봤다!! "그까짓거 눈 딱 감고 먹어버려!"라고 하기에는 내가 버섯을 싫어하는게 정도가 좀 심하기에 아쉬움을 뒤로하고 고기가 담긴 접시로 젓가락을 옮길 수 밖에...ㅋㅋ
성도의 유명 식당에서 나오는 사천요리, 약선요리는 아무래도 음식의 맛이 사천 고유의 그것보다는 많이 중화되어있다고 한다. 외지인들이 많이 들어와서 입맛이 섞여서 그런 이유가 가장 크다고 하는데, 그래도 사천요리 특유의 맵고 아린 맛은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또 정말 전통적인 사천 지역의 맛을 느끼려다보면 오히려 우리 입맛에는 잘 맞지 않을 수도 있다고 하니 사천요리를 경험하기에는 이 정도가 딱 좋다고 생각된다.
배가 터질 정도로 많은 음식을 먹고 나니 디저트(?)를 하나 가져다 준다. 배를 통째로 꿀에 졸인듯한 요리였는데, 안쪽에는 한약재와 밥이 채워져 있었다. 씁쓸한 맛을 내는 약재와 달달한 배의 맛이 어우러져서 상당히 맛이 있었다!^^
즐거운 분위기에 취해 일행들과 우량예도 한 잔 하고.. 성도에 도착한 첫 날의 소감도 나누다보니 어느덧 두어시간이 훌쩍 지나버렸다. 여행사패키지를 통해 여행을 할 경우에는 대략 $10정도의 옵션으로 흠선재에서의 사천약선요리 식사를 즐길 수 있게 되어있는데, 고급사천약선요리를 쾌적한 분위기에서 즐길 수 있는 것을 감안하면 비싸지 않은 가격대라고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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