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 난징동루 달러샵, 뜨끈뜨끈 맛있는 훠궈집(Dolar Shop,豆捞坊)


스물한 살, 하얼빈에서 보낸 1년. 하얼빈의 겨울은 참 길기도 길었다. 마스크 안의 입김이 고드름이 될 정도로 추웠던 하얼빈의 겨울을 훈훈하게 데워준 것은 언제나 훠궈였다. 뜨끈하고 얼큰한 국물과 묘하게 중독성 있는 향신료는 북방의 질 좋은 양고기와 만나 잊지 못할 맛을 만들어냈다. 하얼빈에서 반년을 보낸 뒤, 나는 여행을 시작했다. 베이징이며 산둥이며, 저 아래 샤먼이나 서쪽의 시안, 북쪽의 내몽고까지 시간이 날 때마다 열심히 돌아다녔다. 더운 여름에도, 추운 여름에도 항상 훠궈를 먹었다.

한국에 돌아온 뒤 한동안 훠궈를 먹고 싶어 안달이 났었다. 막 한국에 생겨나던 훠궈집은 현지의 그 맛과 너무 달랐고, 몇 년이 지나 한국에 들어온 중국의 유명 체인레스토랑 하이디라오는 맛은 같지만 가격이 너무 비쌌다. 둘이서 양고기와 소고기 각각 반 접시를 주문하고 모듬 야채 반 접시를 주문하고 9만원을 냈다. 순간 '이럴바에 중국에 가겠다'는 생각이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그리고 한 달 뒤, 결국 나는 그것을 실행에 옮겼다. 마침 겨울이었고, 상하이로 가는 항공권이 저렴했다.

마음 같아서는 하얼빈으로 날아가고 싶었다. 하지만 그렇게 추운 곳으로는 가기 싫다는 남편의 말에 따라 적당히 상하이로 타협했다. 우리는 중국으로 떠나기 전부터 훠궈를 먹을 생각에 들떴다. 이게 무슨 소리냐 싶겠지만, 남편과 나는 유독 먹을 것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 맛있는 음식이 여행을 풍요롭게 만들어준다는 주의랄까? 예원에서 와이탄, 난징동루에 이르는 먼 거리를 추위에 떨며 걸을 때는 머릿 속에 오직 훠궈 생각 뿐이 없었다. 남편은 열심히 인터넷을 뒤져서 괜찮아보이는 훠궈집을 찾았고, 나는 지도를 보며 열심히 길을 찾았다. 마침내 남편은 본인의 마음에 드는 훠궈집을 찾아냈다. 그게 흔한 체인레스토랑이라는게 마음에 조금 걸렸지만, 결과는 아주 만족스러웠다. 

우리가 중국식 샤브샤브인 훠궈를 맛보기 위해 찾아간 곳은 달러샵이다. 달러샵을 부르는 이름은 두개인데, 영어식으로 읽을 때는 달러샵(Dolar Shop), 중국어로는 도우라오팡(豆捞坊)이다. 달러샵은 난징동루에서도 인민광장쪽에 가까운 위치에 있는 브릴리언스 스마오 인터내셔널 플라자(Brilliance Shimao International Plaza, 百联世茂国际广场) 8층에 있다. 브릴리언스 스마오 인터내셔널 플라자 1층에는 M&M World가 있어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꽤 인기있는 레스토랑이기에 평소에는 대기인 수가 많다고 하는데, 우리는 식사시간을 조금 넘긴 시각에 간 데다가 비까지 왔기 때문에 10분 정도 대기한 뒤 바로 자리를 안내 받았다. 보통 생각하는 훠궈집의 이미지와 다르게 온통 밝은 아이보리로 꾸며진 실내가 참 마음에 들었다. 직원도 친절했고, 테이블이나 집기, 실내 곳곳이 깔끔하게 관리되는 느낌 -

육수가 담긴 큰 냄비를 여럿이 공유하는 일반적인 훠궈와 달리 달러샵은 개인화로와 작은 개인용 냄비를 쓴다. 커다란 사진이 인쇄된 메뉴판을 가져다줘서 주문은 어렵지 않았다. 홍탕, 백탕(청탕), 버섯탕, 카레탕, 토마토탕 등 다양한 육수 중에서 본인이 원하는 것 1가지를 고르면 된다. 우리는 나눠 먹을 생각으로 담백한 백탕(청탕)과 매운 홍탕을 각각 주문했다. 나는 홍탕이 참 좋다. 산초를 비롯한 여러가지 향신료가 어우러져서 내는 맛이 묘하게 중독적이기 때문인데, 한국에서 먹을 때는 이 맛이 잘 나지 않아서 중국에서 훠궈를 먹을 때는 무조건 홍탕을 고집하곤 한다. 그리고 홍탕을 실컷 먹다가 마무리쯤 백탕을 먹으면 깔끔하게 마무리 할 수 있다.

고기는 양고기와 소고기. 그 중에서도 양고기 가격이 우리나라보다 훨씬 저렴한 중국에 왔으니 양고기를 듬뿍듬뿍 주문했다.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양고기는 홍탕에, 소고기는 백탕에 더 잘 어울리는 것 같다. 홍탕에 넣어 익힌 양고기를 마장에 푹 찍어서 먹으면 그 맛은 정말 최고! 최고!

모듬채소와 중국당면, 새우완자도 주문했다. 달러샵의 새우완자는 정말 환상적이었다. 탱탱한 새우살만을 둥글게 말아놓은 것인데, 백탕에 넣고 익힌 뒤 입 안에 딱 넣으면 진한 새우향이 순식간에 입 안 가득 퍼진다! 만약 달러샵에 간다면 이것만큼은 꼭! 꼭! 주문해서 맛보시길!

달러샵은 10가지가 넘는 소스 재료가 홀 가운데 있는 소스바에 뷔페처럼 차려져있다. 준비되어 있는 작은 소스그릇에 본인이 원하는 재료를 넣어 소스를 만들면 되는 것. 나는 백탕용으로는 고추기름+중국고추+쪽파+다진마늘을 섞은 소스를, 홍탕용으로는 마장(麻酱) 또는 땅콩장(花生酱)을 곁들여 먹곤 한다. 소스바에는 방울토마토와 파인애플, 김치도 준비되어 있다. 훠궈를 먹을때 파인애플은 꽤 기특한 역할을 담당하는데, 실수로 산초를 씹었을 때 바로 파인애플을 우걱우걱 먹어주면 산초의 아린맛이 빨리 빠지기 때문이다.

본토의 맛은 역시 다르긴 달랐다. 뜨끈하고 진한 국물이 들어가니 추위에 얼었던 몸이 노곤노곤 녹아내리는 기분-. 훠궈를 먹고 나니 이번에는 꼭 인스턴트 훠궈 재료(궈디,锅底)를 사가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틀 뒤, 진짜로 마트에 가서 훠궈 재료를 샀다. 내가 사온 궈디는 마트에 있던 직원에게 추천해달라고 해서 사온 것인데, 알고보니 유명 훠궈집의 이름을 달고 있는 제품이었다. 궈디는 페이스트처럼 되어 있어서 물에 넣고 끓이기만 하면 되는데, 한국에 돌아와서 먹으니 한국에 있는 여느 유명 훠궈집 못지 않은 본토 맛을 내서 뿌듯했다. 하이디라오에서는 궈디를 출시했다던데, 달러샵에서는 출시할 계획이 없는지 궁금하다 -

달러샵(Dolar Shop, 豆捞坊)

주소: 上海市徐汇区漕溪北路737弄汇翠花园1号楼34层

전화: 021-64271777

메일: bangongshi@dolarshop.com

www.dolarshop.com



안녕채영

Seoul / South Korea Travel blogger & Wri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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